해질녘부터 회오리처럼 새까맣게 몰려와
지난 10일 오후 창원시 진해구 웅천동 수도마을에서 주민 정영식(61) 씨가 흰색 플라스틱 통을 보여줬다. 간밤에 모아둔 깔따구 사체가 소복했다. 도대체 이건 왜 모았을까. "보여드릴라고. 이놈들이 해질녘부터 밤 10시까지 준동을 하고는 없어지거든예. 매립지 웅덩이에서 발생된 놈들이 불빛따라 회오리바람 모양으로 마을로 쳐들어오지예." 마을 앞 부두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박영만 씨는 "그래서 장사도 못할 지경"이라고 했다. "수족관이고 형광등이고, 불빛만 보면 새까맣게 깔따구가 모여드니까 누가 오겠습니꺼" 했다. "최악이었던 2005~2007년 무렵보다는 못해도 요 몇년과 비교하면 최고 심각합니더."
◇깔따구 재출현 원인은? = 주민 정영식 씨는 "지난 2007년까지 정부가 100t 가량 매립지에 뿌렸던 곤충 성장억제제 '스미라브'의 약효가 다 됐기 때문 아니겠냐"고 말했다. 당시 살포를 맡았던 고신대 이동규 교수팀이 "약효가 3~4년 정도 갈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뿌려야 하는 거냐"고 묻자 정 씨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게 다 임시방편 아입니꺼. 인체나 바다에도 나쁜 영향을 줄 거고." 그는 수도마을 앞뿐만 아니라 인근 부산신항 매립지 일대를 샅샅이 안내한 뒤에 자신이 생각하는 근본 대책을 밝혔다. 박영만 씨는 "마을 앞 매립지가 물이 고여있는 상태대로 있으면 똑같은 사태가 매년 발생할 것"이라며 원인을 말했다. "염분은 빠지고 영양은 풍부한 물이 고여서 썩어가는데 어떻게 깔따구나 물가파리 유충이 발생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결국 웅동복합관광레저단지(이하 웅동단지)가 들어설 마을 앞 매립지 224만㎡에는 아직 10만㎡ 안팎의 물웅덩이가 남아 있고, 2007년까지 살포된 성장억제제의 약효가 떨어지면서 근래 최악의 깔따구 사태가 벌어졌다는 결론이다.
◇긴급 대책은 "빠른 방역" = 공동방제단을 꾸린 창원시와 경남도, 경남개발공사와 웅동단지 시행사인 (주)진해오션 등 관계기관은 지난주부터 틈틈이 웅덩이 물빼기와 방역 작업을 벌이고 있다. 마을에는 뿌리는 살충제 600통을 지급했다. 문제는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진해오션 김현호 주임은 "물을 완전히 뺄 수는 없다는 게 문제"라며 "준설토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습하고, 비가 오면 물이 다시 찰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예전처럼 성장억제제를 뿌려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창원시 관광개발담당 김재명 계장은 이에 대해 "그 방법을 포함해 본격적인 방역을 하기 위해서는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다"며 "방역업체를 정하고, 주민과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소한 6월 중순은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도마을 김흥주 통장은 우려했다. "깔따구는 발생하면 정말 막기 어렵다. 이왕 생겼고, 최대한 확산을 막으려면 본격적 방역을 빨리 해야 한다"고 했다.
◇근본 대책은 '복토'인데… = 주민 정영식 씨나 박영만 씨는 하나같이 "근본 대책은 매립지에서 물을 완전히 빼는 것"이라고 했다. 깔따구 유충이 서식하는 웅덩이나 뻘, 수풀 같은 곳을 완전히 없애고 수분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영식 씨는 "그러려면 하루 빨리 복토를 해야 한다"고 했다. 준설토를 투기해놓은 지금 상태에서 인근 웅동신항만배후단지처럼 모래와 자갈, 흙을 얹어 복토를 해야 습기가 완전히 빠진다는 이야기다. 신항만 쪽 안골이나 남양, 와성 마을은 2005~2007년 깔따구 사태를 같이 겪었지만, 이후 마을 앞 매립지에 복토를 했기 때문에 지금은 깔따구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칼자루를 쥔 (주)진해오션 신경민 본부장은 "복토가 근본 대책이라는 데는 동의한다"면서 "웅동단지 개발계획과 실시계획 승인을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받아야 복토를 포함해 착공할 수 있다. 늦어도 내년 초에는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바다 생태에 영향을 줄뿐더러, 1t에 1억원 한다는 성장억제제 '스미라브'를 뿌리는 사태가 재연될지, 수도마을 깔따구들만 알 일이다.
깔따구는?
파리목 깔따굿과의 곤충. 몸길이는 약 11㎜로 아주 작은 모기처럼 생겼다. 그러나 모기와 달리 사람이나 동물을 물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른 봄부터 초겨울까지 나타나며 흔히 황혼 무렵 무리를 지어 다닌다. 유충은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6ppm 이상 되는 4급수에서도 서식할 정도여서 오염 정도를 가늠하는 지표 동물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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