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진해구 웅천동 수도마을에서 깔따구가 다시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해질녘부터 회오리처럼 떼를 지어 몰려오는 깔따구들로 주민들은 일상적인 생활조차 어려운 지경이고, 이러한 장면은 마치 공포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진해 웅동지역의 이러한 생태재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다시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생태재난은 지리적 환경이나 기후변화에 따라 발생할 수가 있다. 그러나 진해에서 벌어지는 깔따구 피해는 신항만 건설과정에서 생긴 준설토 투기에서 비롯되었다. 즉, 건설사업이 생태계 교란과 파괴로 이어진 전형적인 사례이다. 국책사업으로 진행된 신항만 건설사업을 원상 복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마련에서는 좀 더 성숙한 접근이 요구된다.
먼저 진해에서 깔따구 피해가 극에 달하였던 시기는 2005∼2007년까지다. 깔따구 피해를 막고자 당시 정부는 곤충 성장억제제를 100t가량 매립지에 뿌렸지만, 올해 약효가 다하면서 깔따구떼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오염 정도가 높은 지역에 서식하는 깔따구떼를 원천적으로 막으려면 매립지를 복토해야 하는데, 이 사업은 민간사업자가 주도하고 있으며 지역개발계획과 실시계획이 지식경제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만 가능한 실정이다.
생태재난이 다시 벌어졌는데도 대책마련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또다시 확인된 셈이다. 또한, 매립지에서 물을 빼는 기술적인 작업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주민들에겐 고통을 감내하라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게다가 주민들의 고통을 볼모로 하여 사업주체가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려 들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도 있다. 즉, 지역주민들이 정부와 건설시행자들을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한 문제의 해결이 어려운 현실을 누군가 악용하려 든다면 대규모 건설사업으로 말미암은 생태계 교란과 파괴문제는 앞으로도 반복적으로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자연생태계가 파괴되는 일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 피해가 소수의 사람에게만 전가하는 개발방식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특히 생태재난으로부터 빚어진 문제들을 우선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 지금부터라도 세워야 한다.
관련기사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