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자한 선술집 느낌이다. 화려하게 꾸며져 있지 않아서 부담 없이 색다른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어린양양꼬치' 가게다. 양꼬치집이라고 듣고 들렀더니, 중국요리 메뉴가 빼곡하다. 중국어로 쓰인 메뉴판도 있다. 양꼬치가 좋아서 연 양꼬치집 조선족 출신의 박순화(45) 사장은 "처음에는 한국인보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중국요리를 판매하려고 시작했다. 그런데 문을 열고 보니 중국인보다 한국인 비율이 훨씬 높다. 98%가 한국인이다. 주 요리인 양꼬치는 제가 너무 좋아하는 메뉴여서 꼭 선보이고 싶었다"고 말...
봄이었지만 아파트에서 내다본 바깥 날씨는 영락없는 겨울이었다. 장갑과 헬멧, 버프를 챙겨서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모터사이클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모터사이클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건축물이든 기계든 사람이든 자주 만나고 부대껴야 더욱 친밀해진다. 모터사이클 한 대를 오래 탄 사람은 시동만 걸어 봐도 자신의 모터사이클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쉽게 알아차린다.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모터사이클이라는 기계와 그 주인이 서로 소통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남해 바래길오늘은 남해로 가기로 했다. 첫 번째 목적지가 남해군
6월 29일 로그로뇨에서 나헤라까지 29.4㎞ 오늘 날씨가 덥다는 정보가 있어 아침도 안 먹고 출발을 했기 때문에 중간중간 쉬며 요기를 했어요. 먹어야 힘이 생기니까요. 하도 매일 걸으니까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지는 느낌이에요. 그런데 막상 먹으려면 많이 먹히지도 않아요, 지쳐서인지. 그래서 의무감으로 먹기도 하죠. 어떤 사람은 카미노에 가면 살 빠진다는 소리를 듣고 왔다가 걸으니 더욱 식욕이 당겨서 더욱 살이 쪄서 갔다는 이야기도 들리네요. 넓은 그라헤라 호수(Pantano de La Grajera)를 지나다 호수 옆에서 간...
하청(河淸). 만의 서북쪽을 칠천도가 가로막아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에 달 비추니 물이 맑고 하늘이 밝아 하청이라 했다. 거제에 딸린 섬 중에서 가장 큰 칠천도와 실전 사이의 좁은 수로를 지나 하청만으로 들어서면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 있는 그림 같은 풍경이 나타난다. 이 조용하고 아름다운 바다 속 어딘가에 거북선이 잠들어 있다. 4백여 년 전 조선 수군이 유일하게 패전한 칠천량 해전의 아비규환이 들리는 현장이다. 싸움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알고자 갯가에 서니 발아래 찰랑이는 잔물결만 보일 뿐 큰 물굽이가 보이지 않는다. 칠천량 ...
◇가천마을 팔각정에서 시작 휴일 남해군 남면 가천 다랭이마을은 관광객들로 북새통이다. 고샅마다 유유히 흐르는 관광객은 정작 다랭이논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마을을 벗어나 다랭이논으로 향하니 문득 한적해진다. 남해바래길 두 번째 코스 앵강다숲길은 이 다랭이논 끝자락, 팔각정에서 시작한다. 팔각정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그야말로 망망대해. 보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면 일본을 왼쪽으로 끼고 태평양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태평양이라니 멋진 출발이 아닌가. 출발하자마자 대숲을 만난다. 파도 소리와 대숲에 이는 바람 소리가 ...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제께고요/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들이고/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우리 언니 저고리 노란 저고리/우리 동생 저고리 색동 저고리.' 윤극영 선생이 작사 작곡한 동요 이다. 그런데 왜 까마귀도 아니고 참새도 아닌 까치 설날일까? 까치 설날이 된 데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옛날에는 원래 섣달 그믐날 작은 설날을 가리켜 '아치설', '아찬설'이라고 했는데 아치설이 변해서 까치설이 됐다고 한다. '아치'는 '작은(小)'의 뜻을 지니고 있는데 '아치'와 음이 비슷한 '까치'로...
경남 창원시 의창구 소답동 111번지 일대에는 옛날 기와집 몇 채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조각가 김종영 생가입니다. 생가는 창원시 의창구 의안로44번길 33(소답동 131-14)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원수의 동요 '고향의 봄'에 '울긋불긋 꽃 대궐'이라는 노랫말로 표현될 만큼 당시에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고 합니다. 김종영 생가는 1940년대에 근대 한옥 양식으로 건립한 주택으로 안채와 아래채, 대문채 및 별채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내부에는 천장 바로 아래 수납공간과 높은 다락이 있고 유리를 사용한 출입문을 설치했으...
미장센(Mise-en-Scene), 누군가는 샴푸를 번뜩 떠올렸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미장센은 '장면 속에 무엇인가를 놓는다'는 뜻의 프랑스 말로 연극에서 연출을 의미하는 용어로 처음 사용됐다. 영화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누벨바그(Nouvelle Vague, 새로운 물결이라는 뜻의 1960대 초 프랑스의 영화 운동) 시대부터. 인물, 조명, 의상, 분장, 카메라의 움직임 등 시각적 요소를 영화 프레임 내부에 배치하는 것으로 (아주 적확한 건 아니지만) '화면 구성'이라는 말로 이해하면 된다. 카메라가 한 장면을 찍기 ...
중국 역사서인 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회남 도적 송강(宋江)이 수도인 경사(京師) 동쪽 여러 고을을 약탈하자 해주 지주(知州) 장숙야(張叔夜)가 공격하여 항복시켰다." 송나라 수도 개봉 동쪽에서 날뛰던 도적 송강을 해주 장관인 장숙야가 토벌했다는 짧은 문장이다. 하지만 여기서 파생된 민간 전승담(傳承談)은 해를 거듭하며 켜켜이 쌓여 마침내 이란 찬란한 금자탑을 이룬다. '수호(水滸)'란 물 가장자리, 즉 변두리를 말하는데 탄압받고 버림받은 인생들이 모여든 곳이란 뜻이다. 쌍도끼를 휘두르며 불...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있는 팽목항, 학살 피해자들을 위한 위령제 무대, 절 마당 오색등 아래. 위로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가서 춤을 추는 이가 있다. 그녀는 스스로 춤을 '보시(자비심을 바탕으로 남에게 무언가를 베푼다는 뜻의 불교적 용어)' 한다고 말한다. 김태린(47) 원장은 올해부터 민예총 진주지부 신임 지부장으로서 활동을 시작한다. 그녀가 운영하고 있는 나래춤예술원에서 편안한 연습복 차림의 김 원장과 마주 앉았다. 학원생들이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라 학원은 무척 조용했다. 듣기 좋은 음악만이 빈 연습실을 채우고 있었다...
2015년 가을 아일랜드 더블린에 갔을 때 흥미로운 장면 하나를 목격했다. 일행들이 머물고 있는 템플바로 가기 위해 아일랜드 중앙은행 앞 건널목을 건너는데 신호등 기둥에 대충 걸어 놓은 듯한 광고판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주요 내용은 이랬다. '톰 클라크 세미나' - 일시 : 10월 31일(토) 오후 2~5시 - 장소 : 더블린 시청 "톰 클라크는 부활절 선언문의 최초 서명자 중 한 사람이었지만, 더블린 시내에 그를 기리는 기념물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 세미나는 1916년 부활절 봉기 당시에 그의 역할을 널리 알리는 데 있습니...
멀지 않았던 예전의 들녘 곳곳엔 사월의 봄바람 따라 하늘거리는 보리밭을 자주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애써서 찾지 않으면 좀처럼 구경하기가 어렵다. 그래서인지 어느 시점 자주 들어보았던 보리 타작이란 말조차 낯설게 들릴 때가 많다. 대학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983년 따뜻한 봄날, 평소 존경하며 잘 따르던 신부님과 함께 소록도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시절 외부인의 출입이 흔치 않았지만, 신부님 어머니께서 의료봉사를 하고 계셨기에 자연스럽게 허용되었다. 하루 동안 소록도 전체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한센병으로 고...
1. 몸으로 말해요 TV 오락 프로그램 보면 그런 거 있잖아. 말은 못하고 몸짓으로 설명하면 같은 팀원이 맞추는 거. 딸과 TV를 보는데 그런 게임을 하더라고. 몸짓으로 설명하면 다른 팀원이 그 요리를 조리해서 가지고 오는 게임. "예지,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몸으로 설명해 봐." 하기 싫으면 아무리 시켜도 안 하고, 계속시키면 우는 게 딸 성격이거든. 바로 반응이 없기에 기대는 하지 않았지. 그런데 생각 중이었나 봐. 슬그머니 일어서더니 호들갑스러운 동작으로 손가락 두 개를 입 근처에서 위, 아래, 위, 위, 아래. 입에 손...
산청군이 발간한 귀농귀촌 수기집을 보다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다. '인생 첫 출발! 시련과 아픔을 견디며'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귀농을 '인생 첫 출발'이라고 표현한 글쓴이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몇 번 시도한 끝에 겨우 연락이 닿아 산청군 시천면으로 향했다. 지리산담쟁이농원을 운영하며 곶감을 생산해 판매한다는 이재순(57) 씨와 남편 손영욱(57) 씨 부부다. "오늘부터 감나무 가지치기를 시작했습니다. 임대료를 주고 빌린 전동가위라 내일까지 이곳 감나무밭은 작업을 끝내야 합니다. 어제 왔더라면 마음 편안하게 이야기...
통영 출신이자 마산고등학교 25회 졸업생인 최노석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올해 69세다. 믿기지 않았다. 송구스러운 표현이지만 '동안'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최 부회장은 "관광이란 게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사실 기자라는 직업이(최 부회장은 1974년 '문화방송 경향신문'에 입사해 22년간 기자로 일했다.) 사회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권력을 감시하는 일이긴 하지만, 항상 의심병 환자처럼 잘못된 걸 찾는 거 아닙니까. 뭔가를 조질 때는 기분이 잠깐 좋기는 하지만, 참 속이 쓰린 직업이죠. 근...
모처럼 여유로운 휴일 아침. 뭔가 맛있는 걸 먹고 싶은데 몸이 안 따른다. 나가서 사 먹자니 귀 찮고, 직접 해 먹자니 만만치 않고. 발상을 바꾸시라 제안하고 싶다. 다양한 음식·반찬을 늘어놓고 이것저것 다 먹으려 하니, 욕심을 부리니 이쪽도 저쪽도 엄두가 안 나는 것이다. 어느 영화 대사처럼 "한 놈만 패" 정신이 필요하다. 별다른 반찬, 사이드 디쉬 없이도 '한 방'이면 만족할 수 있는 메뉴. 약간의 정성만 들이면 정말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 전복죽과 샌드위치·토스트를 추천해 본다. 전복죽 한때는 고급 재료였지만...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인구 7만 3000여 명인 이곳은 작년 홍준표 주민소환 서명 1만 2700여명을 받은 곳이다. 인터뷰를 하겠다고 하자 학부모들은 "기자님이 키워드만 던져 주면 저희가 알아서 토론하겠습니다"고 한다. 신선했다. 덕분에 나는 편했다. 최소한만 개입하고 키워드에 따라 학부모들이 스스로 인터뷰를 해나갔다. 인터뷰에 나선 학부모들은 '아저씨' 1명에 '아줌마' 4명이었다. 인적사항은 다음과 같다. 이우완 씨(43. 자녀는 초등학생 1명) 유일한 아저씨 인터뷰이. 장혜영 씨(37. 자녀는 초등학생 2명). 이진...
뉴미디어 온라인 담당은 페이스북 친구들의 소식을 접하며 업무를 시작한다. 미담과 궂은 소식, 행사 정보, 속보 등등. 이 정보들은 때론 취재 아이템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지난 2월 11일 페친(페이스북 친구)의 담벼락에 적힌 '아직도 안 드셔 보셨나요? 라면계의 허니버터칩, 토종 앉은뱅이 우리 밀 라면입니다. 진짜 맛있는데 말로는 설명이 안 되네. 크크'와 '그냥 라면이 아닌 농부의 마음과 노동자의 정성을 담은 라면'이라는 문구는 라면광인 기자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바로 이거다. 취재도 하고 라면도 맛보고." 일거양득의 효...
경찰 제복을 차려입은 이양훈(45) 경위가 바깥에 있다 약속 시각에 맞춰 헐레벌떡 사무실로 들어왔다. "오늘도 학교에 나가 아이들 강의를 하고 왔습니다. 특히 신학기인 3월에는 아이들 만날 일이 많습니다." 경찰관이 강의? 학교? 그렇다. 그는 창원중부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팀에서 일하고 있다. 2012년 학교전담경찰관 도입 학교전담경찰관은 'School Police Officer'를 줄여서 'SPO'라고도 한다. 2011년 대구에서 같은 반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중학생이 스스로 목숨 끊는 일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이듬해 ...
50대 주부 김 씨는 2~3개월 전부터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이유 없이 짜증이 많아지고 기억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입맛도 없고 음식을 먹어도 복부 불편감이 지속되어 내과에서 내시경 검사를 하였으나,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답변을 들어 종합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고 우울증(우울장애)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우울증이란? 우울증은 장기간 치료를 요하는 만성질병이며, 심하면 자살에 이르게 하는 장애이다. 우리나라 우울증 유병률은 남성 약 2%, 여성 약 6%로 보고되고 있다. 원인으로는 생물학적 요인과 정신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