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일을 하면 늙지 않습니다"

통영 출신이자 마산고등학교 25회 졸업생인 최노석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올해 69세다. 믿기지 않았다. 송구스러운 표현이지만 '동안'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최 부회장은 "관광이란 게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사실 기자라는 직업이(최 부회장은 1974년 '문화방송 경향신문'에 입사해 22년간 기자로 일했다.) 사회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권력을 감시하는 일이긴 하지만, 항상 의심병 환자처럼 잘못된 걸 찾는 거 아닙니까. 뭔가를 조질 때는 기분이 잠깐 좋기는 하지만, 참 속이 쓰린 직업이죠. 근데 관광이라는 건 사람들을 좋은 데 구경시켜주고 잘 자게 해주는 일 아닙니까. 그러려면 먼저 내가 행복해야 나의 행복을 관광을 통해 나눌 수 있는 겁니다. 내가 즐거워야 미소를 나눌 수 있고요. 여기서 일한 지 10년 됐는데, 행복합니다. 행복하면 늙지를 않습니다."통영 출신이자 마산고등학교 25회 졸업생인 최노석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올해 69세다. 믿기지 않았다. 송구스러운 표현이지만 '동안'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최 부회장은 "관광이란 게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사실 기자라는 직업이(최 부회장은 1974년 '문화방송 경향신문'에 입사해 22년간 기자로 일했다.) 사회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권력을 감시하는 일이긴 하지만, 항상 의심병 환자처럼 잘못된 걸 찾는 거 아닙니까. 뭔가를 조질 때는 기분이 잠깐 좋기는 하지만, 참 속이 쓰린 직업이죠. 근데 관광이라는 건 사람들을 좋은 데 구경시켜주고 잘 자게 해주는 일 아닙니까. 그러려면 먼저 내가 행복해야 나의 행복을 관광을 통해 나눌 수 있는 겁니다. 내가 즐거워야 미소를 나눌 수 있고요. 여기서 일한 지 10년 됐는데, 행복합니다. 행복하면 늙지를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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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노석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상근부회장./임채민 기자

최 부회장은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상근 부회장이자 창원시 관광진흥위원장 일을 맡고 있다. "교통비 10만 원정도" 받는 자문 역할이라 여긴다면 별거 아닌 일일 수 있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최 부회장은 안상수 창원시장이 의욕적으로 꺼내 든 '관광 명품도시' 슬로건을 현실화 시키는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안상수 시장은 창원시를 첨단 기계산업과 관광 명품도시 이미지가 결합된 투트랙 전략으로 이끌지 않으면 어느 순간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실제 관광활성화 전략을 시정의 제1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창원에 뭐 볼 게 있다고……'라며 시큰둥해 하는 반응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서울 인사동에 있는 한국관광협의회 중앙회 사무실에서 최 부회장을 만나 과연 창원시가 관광 명품도시가 될 수 있는 어떤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를 들어봤다. 국내 관광업계의 대략적인 모습과, 그의 개인사도 인터뷰 중간중간 일부 곁들어졌다.

한국관광협의회 중앙회는 관광진흥법에 근거한 법정단체로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있는 지역관광협회와 업종별 협회를 아우르는 단체다. 한국 관광 정책을 입안하는 데 빠져서는 안 될 단체이며, 정부·국회·학계 등과 긴밀하게 소통해야 한다. 민간 관광산업을 총괄하는 곳인 셈이다.

-국내 관광 산업의 실태는 좀 어떤가요?

"요즘 관광이 대세죠. 전 세계적으로도 대세입니다. 일본은 관광에 목을 매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가 직접 나서 지휘하고 있죠. 일본에는 관광청이라는 정부 조직이 따로 있는데, 이곳 예산이 지난해보다 무려 2.4배가 늘었습니다. 전 세계가 관광에 목숨을 걸고 있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우리 정부도 서비스산업법 통과에 왜 그렇게 매달리겠습니까. 제조업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이 서비스산업밖에 없다는 겁니다. 왜 관광산업이 대세이겠습니까? 삶의 질을 높이는 유일한 산업으로 보면 됩니다. 세계의 석학들이 사람이 언제 제일 행복한가를 연구했다고 하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할 때라고 합니다. 그 식사 장소가 아름다운 관광지라면 더 좋겠죠."

-우리 업계는 어떻게 대응들을 하고 있습니까.

"전쟁이죠, 관광 전쟁입니다. 정부에서도 서비스 사업에 목을 매는 이유가 있습니다. 일본은 쫓아오죠, 중국도 국내에 자국 면세점을 15곳이나 설치를 했어요. 우리 면세 산업 규모는 아직 세계 1위이긴 합니다. 시내에 면세점을 둘 수 있게 한 게 크게 작용한 거죠. 그걸 지금 일본에서 벤치마킹했습니다. 도쿄 시내에 면세점이 생겼습니다. 서로 베끼고, 뺏고, 뺏기는 전쟁입니다. 여기서 이겨야 하고, 이길 수 있으려면 민관 협력이 키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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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관광진흥위원장을 맡고 계신데요.

"상근부회장이 한국관광협회 실무를 거의 도맡아 합니다. 마침 제가 이런 자리에 있으니까, 그동안 이곳에서 쌓은 경험과 능력을 고향을 위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안(상수)시장님이 제 고등학교(마산고) 2년 선배이기도 하고요. 안 시장께서 부탁을 하시기에 기꺼이 수락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안 시장님은 제 고등학교 2년 선배이기도 하지만 검사 시절에는 제가 법원 출입기자였고, 국회에 계실 때는 또 제가 국회 출입기자이기도 했습니다. 안 시장께서 관광산업 활성화를 강조하고 계신데, 창원만 그런 게 아닙니다. 가만 지켜보면 '쇠'를 갖고 있는 도시마다 관광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이미 포항은 10년 전부터 관광으로 먹고살 수 있게 바뀌고 있죠. 구미도 마찬가지고요."

-창원을 관광도시로 부상시키기 위한 핵심 전략이 있나요.

"부산과 창원을 연결하는 부창시대를 열겠다고 했고, 실제 얼마 전 부산시와 MOU 체결도 했습니다. 부산에서 시티버스가 창원으로 올 것이고, 창원에서도 가게 됩니다. 지금 현재 부산에 외국인 관광객이 연간 280만 명 방문하고, 창원에는 10만 명도 못 오는 실정입니다. 창원에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여기에 더해 한려수도를 기존 한산도에서 여수까지라는 개념을 진해까지 연장시키는 것입니다. 이를 서울에서부터 적극 홍보하고 있습니다. 실제 서울에 있는 한 여행사에서 창원시 관광 상품을 만들었는데, 순식간에 버스 3대가 찼다고 합니다. 1년 안에 반드시 가시적인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곧 열리는 진해 벚꽃 축제 때는 자동차가 시내에 못 들어가게 했습니다. 그동안 어떤 시장도 못한 것을 우리 관광진흥위원회 건의를 받아들여 강력하게 시행하려는 것이죠. 주차공간 마련하고 셔틀버스로 이동하게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해야 추억을 쌓을 수 있죠. 시장의 결단을 높이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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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이 그만큼 관광 메리트가 있는지, 사실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도 많은 것 같은데요.

"시각을 바꿔야 합니다. 지금은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는 시대입니다. 경복궁이나 여러 절경지가 관광자원이라는 개념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또 요즘 관광의 목적도 달라졌습니다. 돌아다니지 않고 휴식하고 힐링하는 게 관광이 된 거죠. 그리고 그 지역의 고유한 문화가 곧 관광 자원이 되는 시대입니다. 창원, 마산, 진해가 합친 창원시에는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삶의 현장이 넘쳐납니다. 진해는 국내 유일의 군항이자 해군 문화가 집결돼 있는 곳입니다. 마산은 문화와 예술의 도시 아닙니까. 창원 자체가 가진 콘텐츠는 무궁무진합니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서울에 있는 모 여행사가 출시한 '창원 상품'이 금세 매진됐습니다. 그 여행사의 사장님이 하시는 말씀이 '창원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시작되는 겁니다. 이를 위해 그동안 엄청난 노력을 했습니다. 관광업계 대표들 초청하고, 답사하고, 도움말도 듣고, 제가 서울에서 쌓은 인맥과 경험, 그리고 관광업계 팁을 다 쏟아붓고 있습니다. 창원관광진흥위원회가 제안하는 사업을 또 창원시가 잘 받아들이고 있고, 손뼉이 잘 맞아떨어지고 있습니다."

-기자 일을 하다가 어떻게 관광협회에 몸을 담게 된 겁니까.

"제가 1974년에 문화방송 경향신문에 입사했어요. 그때 입사한 동기 중에 엄기영, 구본웅 등이 있죠. 파리 특파원도 했고요. 유럽 특파원을 하면 아프리카와 중동까지 다 커버해야 합니다. 아프리카에 안 가보고 기사를 쓰고 그랬죠. 중동에는 자주 갔습니다. 전쟁 때문에. 동유럽과 정식 수교 되기 전에는 취재 다니다가 죽을 고비도 넘겼습니다. 그리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 현장에서 기사를 송고하는 영광도 누렸습니다. 제가 (연세대)국문과를 나왔는데, 기자를 지망하게 된 게 원고지에 뭔가 글을 메우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사명감을 갖고 시작한 건 아니었는데 막상 기자가 되고 나니까 세상에 대해 더욱 깊이 있게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최 부회장은 22년 기자 생활을 마감하고 정치권에 몸담았지만,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았다.

"처음 제가 이곳에 오니까, 굴러온 돌이 어쩌고 하는 말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엄청 노력했습니다. 석사과정 밟고 지금은 박사과정에 있어요. 언론인 출신임을 잊지 않고 허점을 안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10년째 이 자리에 버티고 있잖아요. 하하.

'나이도 많은데 왜 저 사람 앉혀 놓은 거야?'라고 하실 분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으로써는 대체 불가능한 자리입니다. 일단 헤드라인을 뽑을 수 있는 능력이 잡혀 있으니까 그게 좋은 거 같아요. 일이 복잡해지면 어디가 처음이고 끝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헤드라인 뽑듯이 복잡한 걸 단순하게 뽑아내면 해결책이 나옵니다."

여담이지만, 최 부회장의 장인은 창원남고 설립자이자 진해시장을 역임한 고 김해룡 씨라고 한다.

최 부회장은 이렇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관광산업 활성화는 결국 창원시민들에게 과실을 주자는 것입니다. 소득만 올라가는 게 아니라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는 경지를 꿈꿉니다. 거주하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힐링 할 수 있게 하는 거죠. 대한민국 국민은 물론이고 많은 외국인들이 찾는 도시, 세계 각국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명품 도시 창원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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