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떠난 창원시장 남은 대형사업(4) 팔룡터널
실제 통행량, 실시 협약 예측치 30% 이하
사업자 파산 위기로, 사업 재구조화 논의
창원시 대형 민간투자사업과 현안 사업 상당수가 진행되지 않은 채 쌓여 있습니다. 꼬인 실타래를 주도적으로 풀어야 할 시장은 없습니다. 2026년 지방선거까지 이 공백과 정체를 버틸 수밖에 없는지 시정 공백 속 대형사업 상황을 짚습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양덕교차로에서 의창구 팔룡동 평산교차로를 잇는 3.97㎞ 팔룡터널. 이 터널이 생기면 기존 도심지 간선도로인 팔용로, 양덕로, 봉양로, 3.15대로, 의창대로 등에 집중된 교통량을 분산할 수 있으리라 예상했다. 기존 도로 교통량에서 최고 43%가 터널로 흡수된다는 계산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그 예상치가 크게 어긋나 사업 시행자가 파산 위기에 놓여있다. 창원시는 사업 시행자와 사업 재구조화를 논의하고 있다. 애초 이달 중에 결론을 내려 했지만 협상은 길어진다.
◇민간이 제안한 사업 = 옛 마산시가 2006년 4월 민간 제안 사업으로 팔룡터널을 유치하기로 했다. 민간사업체인 삼부토건㈜, ㈜태영 등 6개 업체 컨소시엄이 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듬해인 2007년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가 팔룡터널 건설사업 적격성을 검토한 결과 ‘민자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냈다. 사업 물꼬를 튼 것이다.
2008년 8월 경남도,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팔룡터널㈜을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팔룡터널㈜은 발해인프라투융자·KB투자증권 등 2개 재무투자자가 지분 80%를, 삼부토건㈜·㈜태영·㈜경동·신세계건설㈜·중앙건설㈜·대아건설·새미래건설·광득종합건설 등 8개 회사가 지분 20%를 나눠 가진 컨소시엄이다.
사업 시작부터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터널을 지으면 팔룡산을 절개해서 환경을 훼손하고 소음 공해가 생긴다는 우려가 나왔다. 경남도는 설계안을 변경해 피해를 최소화해달라는 주민 요구에 2009년 7월 사업을 보류했다. 사업자인 삼부토건이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며 주민 설득에 나선 끝에 사업은 다시 이어졌다. 고가도로인 입체교차로를 계획했다가 다시 평면교차로로 바꿨다.
◇빗나간 수요 예측이 낳은 결과 = 팔룡터널 공사 기간은 2014년 2월 25일~2018년 10월 24일이다. 총사업비는 1665억 원이다. 팔룡터널㈜이 1362억 원, 창원시 보상비 158억 원, 경남도·창원시 건설보조금 145억 원이 들었다. 민간투자방식(BTO·Build-Transfer-Operate)으로 팔룡터널㈜이 준공 후 터널을 시에 기부했고 29년(2018년 11월 1일~2047년 10월 31일)간 통행료를 받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운영에 들어갔다.
유료로 개통한 팔룡터널 통행량은 예상에 크게 못 미쳤다. 2019~2024년 교통량은 실시협약 당시 예상한 통행량의 30%도 되지 않았다. 2019년 하루평균 통행량은 8908대로 2019년 예상 통행량 3만 9939대의 23.3% 수준이다. 지난해는 하루평균 통행량이 1만 3472대로 그해 예상 통행량 4만 5948대의 29.3%로 집계됐다.
통행량 부족은 통행료로 터널을 운영하는 사업시행자에게 시련을 안겼다. 통행료 수입은 2019년 28억 원, 2020년 35억 원, 2021년 38억 원, 2022년 39억 원, 2023년 40억 원, 2024년 44억 원이다.
운영비용은 2019년 26억 원, 2020년 31억 원, 2021년 29억 원, 2022년 28억 원, 2023년 28억 원, 2024년 29억 원이다.
통행료 수입에서 운영비용을 빼면 흑자로 보이지만 공사비로 대출한 비용을 고려하면 계산이 다르다. 팔룡터널㈜이 연 4~11% 이자율로 빌려 갚아야 할 돈은 총 1860억 원가량이다. 민간사업자는 그동안 480억 원을 갚았고 2024년 12월 말 기준으로 미상환 금액은 약 1380억 원이다.
운영수익만으로는 상환을 못 해 누적 채무도 증가했다.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가 814억 원에 이른다.
◇사업 재구조화 최소비용보전 방식으로? = 이 때문에 사업시행자인 팔룡터널㈜은 사업시행 조정 계획서를 2021년 12월, 2024년 11월 두 차례 냈다. 2021년 경남연구원은 사업방식 변경 대안을 검증하고 시 협상을 대행했다. 2024년부터는 한국교통연구원이 시를 대행해 조정 협상에 나서고 있다.
사업 자금을 빌려준 대주단이 2024년 5월 기한 이익 상실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팔룡터널㈜이 경남연구원과 협상을 하면서 사업 재구조화 계획을 빨리 내놓지 않자 대주단이 원금 회수를 통보한 것이다.
민간사업자가 파산하면 협약 중도해지로 이어져 시가 일시에 해지 환급금(700억~1000억 원 추정)을 줘야 하기 때문에 시는 앞으로 정산을 조건으로 일시적으로 운영비를 지원하는 결정을 했다.
시는 2024년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터널 운영 중단 사태를 막고자 매달 터널 운영비 1억 원을 시비로 지원한다. 이 결정으로 팔룡터널㈜은 기한이익 상실에서 벗어나 시 대행 협상 대상자인 한국교통연구원과 다시 사업 재구조화를 논의하고 있다.
사업자는 최소비용보전제(MCC·Minimum Cost Compensation) 방식을 시에 제안했다. 팔룡터널㈜ 통행료 수입, 대출 비용 등 관리 운영비가 책정한 연간 최소 사업운영비보다 적으면 시가 이를 지원하는 형태다.
시가 관리운영권 가치를 인정해주면 사업자는 새로운 금융을 일으켜서 기존 대출금(1380억 원)을 갚게 된다. 대출금에서 관리운영권 가치 차액이 생기는 만큼 건설사들은 추가 부담이 필요하다.
재구조화 과정에서 교통 수요 분석을 새로 해야 하는데, 팔룡터널㈜은 실시협약 당시 기준보다 낮은 실제 통행량 수치로 수요를 분석해 시행조건 조정 계획서를 냈다.
시는 해지 지급금보다 적은 돈으로 민간사업자가 운영을 계속할 수 있다면 최소비용보전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 하지만 최소비용보전 방식으로 시 부담이 예상보다 커질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9월부터 진행하는 한국교통연구원 팔룡터널 재구조화 관련 연구 용역을 토대로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용역 최종 결과는 9월에 나온다.
시 건설도로과 관계자는 “한국교통연구원 분석 데이터를 가지고 사업자와 협상을 하는데 최소비용보전제는 여러 안 중 하나일 뿐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민간사업자가 조정계획서를 11월 중순에 제출하면서 검토가 늦어졌고 협상도 예상했던 4월보다는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재준 팔룡터널㈜ 대표는 “건설출자자 누적 적자가 800억 원에 이른다”며 “삼부토건 법정관리, 태영건설 워크아웃 등 출자자가 힘든 상황인데 사업 재구조화가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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