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환, 합포문화강좌 연사로 나서
"3.1운동과 광주 5.18의 아이들이
우리나라 위태롭게 만들어" 주장
이은상 독립유공 추켜세우기도

“만민공동회에서 정립된 우리나라 독립운동 기본 노선은 3.1운동의 아이들과 5.18의 아이들에 의해 두 번 흔들렸습니다. 두 세대가 우리나라를 위태롭게 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역사 왜곡과 민주화 운동 폄훼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주대환(70) 국가보훈위원회 위원은 지역 강연에서 조국 독립과 민주화에 앞장선 이들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쏟아냈다.

주 위원은 지난 8일 오후 7시 창원 마산회원구 양덕동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대한민국의 기원과 DNA, 신주류의 역사 인식을 위하여’ 주제 강연에서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이들을 비하했다. 이 강연은 ‘합포문화강좌’라는 이름으로 매달 한 차례씩 강연을 여는 사단법인 합포문화동인회 주최로 마련됐다. 합포문화강좌는 1977년 3월 시작돼 이날 자리까지 47년간 553차례 열렸다.

주대환 국가보훈위원회 위원이 지난 8일 오후 7시 창원 마산회원구 양덕동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강연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 
주대환 국가보훈위원회 위원이 지난 8일 오후 7시 창원 마산회원구 양덕동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강연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 

주 위원은 1898년 열강 이권 침탈에 대항해 자주독립을 목적으로 조직된 민중 대회인 ‘만민공동회’를 거론했다. 이 과정에서 3.1운동과 5.18민주화운동에 나선 이들을 깎아내렸다.

그는 “대한민국 기원이 만민공동회”라고 운을 뗀 뒤 “그런데 만민공동회에서 정립된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기본 노선은 후속 세대들에 의해 두 번 흔들렸다”고 주장했다.

주 위원은 “속된 말로 개나 소나 독립운동을 하던 1920년대 3.1운동의 아이들에 의해 한 번 흔들리고, 1980년대 개나 소나 다 민주화운동을 하던 시기 5.18의 아이들에 의해 다시 한번 흔들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참 공교롭게도 60년의 격차를 두고서 이 독립운동의 기본 노선을 잊어버린 세대가 나타나서 우리나라를 위태롭게 했다”고 말했다.

주 위원은 사전에 준비한 강연 자료에 ‘1920년대 다이쇼 데모크라시라는 자유로운 분위기,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의 학원 자율화 조치 하에서 독립운동의 대중화, 민주화운동의 대중화가 일어나서 만들어진 무식한 두 세대가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을 다 말아먹을 뻔했다’고 썼지만, 당일 강연에서 이 말은 꺼내지 않았다.

주대환 국가보훈위원회 위원이 지난 8일 오후 7시 창원 마산회원구 양덕동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강연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

또한 주 위원은 독재 부역자 이은상(1903~1982)을 추켜세우기도 했다. 이은상은 독재 권력에 부역하며 이승만을 두고 ‘이순신 장군 같은 분’, ‘구국의 위인’이라고 칭송하거나 마산 시민들이 일으킨 3.15의거를 ‘무모한 흥분’, ‘지성을 잃어버린 데모’, ‘불합리, 불합법이 빚어낸 불상사’라고 표현했다. 5.16 쿠데타를 옹호하고 ‘유신만이 살길’이라 찬양하는가 하면, 전두환을 ‘강력한 지도자’라 지칭했다.

주 위원은 “우리 마산에서도 이은상 선생을 두고서 시비가 끝나지 않는다”며 “국가보훈부 공적심사위원회 심사가 굉장히 까다로운데, 이은상 선생은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은 분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는 “그 양반을 자꾸 친일파라고 부르는 게 뭐냐면 바로 역사 전쟁, 프레임 전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자 프레임에 가두려고 하는 것”이라며 “서로를 절멸해야 할 상대로 인식하고 취급하는 이런 방식은 무척 위태롭다”고 밝혔다.

이날 주 위원은 “민족주의는 지성을 마비시키는 독약”이라는 말도 꺼냈다가 청중에게 지적받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강연이 끝날 즈음에 “민족 없이 국가는 존재할 수 없는데 민족주의를 독약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비약이자 큰 모순”이라며 언성을 높였다. 특히 “민족이라는 바탕 아래 문화 창달과 역사 발전이 있는 것”이라며 “독약이라면 그 역사를 누가 어떻게 만들어가느냐”고 꼬집었다.

주 위원은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운동을 하다 여러 차례 투옥된 바 있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고 이후에는 다른 방향의 길을 걸으며 ‘변절’ 얘길 듣기도 했다. 그는 현재 이승만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 위원, 조봉암기념사업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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