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바다는 블루오션]
(1) 왜 경남 바다에 주목하는가

여행 문화 '편안함 추구' 변화
지속가능한 관광 등 가치 확산

해안선 길이 2478km 달하는 경남
지역소멸 극복할 밑거름 '주목'
박완수 도정 해양 관광 산업 활성화 적극
남해안권 시군과 섬 관광 개발도

"관광이야말로 21세기 최대 산업이다."

디자이너들이 가장 존경한다는 일본 디자이너 하라 겐야는 그의 책 <저공비행>(2023)에서 전통과 풍토라는 로컬의 가치가 지닌 잠재력을 강조하며 제조업이 아닌 관광 산업을 일본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제안한다. 일본을 염두에 둔 이야기지만, 지역마다 다양한 매력을 지닌 경남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지난해 7월 창원컨벤션센터(CECO)에서 열린 '남해안 미래비전포럼'에서 남해안 관광이 대한민국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이렇게 박 지사가 미래 지역 성장을 이끌 관광 산업 대상으로 주목한 게 경남의 바다다.

"세계 인구 중 약 30억 명이 물고기를 주요 단백질 공급원으로 삼고 있고 세계 인구의 약 10~12%가 어업 및 양식업에 종사한다. 세계 인구의 60%가 해안에서 100㎞ 이내 지역에 살고 있다." (세계자연기금 <해양 생명 보고서> 2015) 

바다는 전 지구적인 삶의 터전이자 우리를 둘러싼 환경 그 자체다. 자연환경으로서는 물론, 바다를 매개로 한 인간 문화와 지역 풍토 역시 그대로 매력적인 관광 자원이다. 해안선 길이만 2478㎞(국립해양조사원, 2022)인 경남 역시 잠재력 가득한 바다 자원을 지니고 있다. 이번 기획을 통해 변화한 시대에 맞게 경남 바다의 매력을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해야 할지, 현장에서 새로운 활동을 모색하는 이들과 함께 고민해 본다.

올해 해양수산부 어촌체험휴양마을로 선정된 남해군 고현면 이어마을에서 여행객들이 갯벌체험을 하고 있다. /남해군
올해 해양수산부 어촌체험휴양마을로 선정된 남해군 고현면 이어마을에서 여행객들이 갯벌체험을 하고 있다. /남해군

바뀌는 여행 문화 = 여행 리서치 전문 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조사한 지난해 국내 기초 시군 중 여름 휴가지 만족도 1위가 산청군이었다. 산청은 특히 쉴 거리, 볼거리, 안전·치안, 물가·상도의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순위가 급상승했다. 컨슈머사이트는 이를 두고 이제 여행 자원이 풍부한 곳보다는 여행 환경이 편안한 곳 중심으로 여행 심리가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소비 중심으로 등장한, 이른바 MZ세대들은 경기 불황과 기후 위기 영향 등으로 이전과 다른 소비 성향을 보인다. 여행에서도 자기완성, 성취감, 자기 존중감 등 내적 가치를 지향하며 목적지 선택 기준 역시 감성적인 쉼을 희망하는 이들이 주로 농촌·어촌 등 지역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은 일반적인 지역 여행이 아닌 여행지에서 먹고, 자고, 취미를 즐기는 등 새로운 일상을 경험하려는 요구가 높았다. (한국관광공사 <2023 관광트렌드 전망> 2023) 이는 세계적인 추세인 듯하다. 최근 중국인 관광객 한국 여행 트렌드도 소규모와 MZ세대 중심으로 바뀌었다. 중국 관광객 동반 인원은 2019년 평균 5.1명에서 2023년 2.1명으로 줄었다. 앞으로도 단체관광의 소규모화, 개별관광 중심 경향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방한 중국관광 트렌드 변화 분석> 2023) 관광 산업도 변화하고 있다. 이전에는 관광업을 지역 경제 효과, 일자리 창출 등 산업적 측면에서 접근했으나 소비 가치가 변하면서 지속 가능한 관광, 공정 관광 등 새로운 관광 형태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와 함께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이 관심을 끌고 있다. 

해안선 길이만 2170㎞인 경남 역시 잠재력 가득한 바다 자원을 지니고 있다. /이서후 기자 
해안선 길이만 2170㎞인 경남 역시 잠재력 가득한 바다 자원을 지니고 있다. /이서후 기자 

경남 바다의 잠재력 = 새로운 관광 트렌드는 분명 경남 지역 어촌을 포함한 도내 해양 관광 산업 활성화에 큰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해양 관광 경험률은 2015년 80%를 넘어선 이후 2017년 86%로 정점을 찍는다. 2019년 코로나 영향으로 81.7%로 떨어지긴 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레저관광실태조사> 2020) 그래도 적어도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은 해양 관광을 경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해양 관광 경제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를 살펴 보면, 2020년 연안 지역 상권 매출액은 58조 원, 이 중 해양 관광 시장은 37조 4400억 원으로 추정한다. 특히 어촌 지역으로 추정되는 군 지역 해양 관광 시장 규모는 4조 5100억 원(나이스지니데이타)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해양 관광 분야 경제적 가치 비중은 0.4% 수준으로 미국(1.7%), 중국(7.9%), 프랑스(1.0%), 스페인(3.0%) 등에 비해 미미하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해양 관광 분야는 아직 개발 여지가 많은 블루 오션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방 소멸' 시대에 소멸 위험이 큰 바닷가 어촌 지역이 역설적으로 엄청난 잠재력이다. 

경남은 다른 시도에 비해 탁월한 해양레저관광 정책역량 지수를 지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지역 해양 관광 경쟁력 지수 체계화 연구> 2020) 그만큼 정책 연구와 개발을 많이 한다는 뜻이다. 이와 비교해 수요지수는 3위, 공급 지수는 4위로 나타났다. 이 정도도 준수하지만, 정책역량 수준만큼 관광지를 개발하고, 관광객을 끌어오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남·전남도·부산·울산·광주시 등 5개 광역시·도가 지난해 12월 통영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남부권 광역관광개발 업무협약'을 하고 국책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경남도
경남·전남도·부산·울산·광주시 등 5개 광역시·도가 지난해 12월 통영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남부권 광역관광개발 업무협약'을 하고 국책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경남도
지난달 6일에 도청 서부청사에서 열린 경남 섬관광개발 7개 시군 협력회의. /경남도 
지난달 6일에 도청 서부청사에서 열린 경남 섬관광개발 7개 시군 협력회의. /경남도 

정책 개발과 현장 플레이어 = 하지만, 경남도는 민선 8기 박 지사 도정이 시작된 이후 적극적으로 해양 관광에 관심을 두면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박 지사는 취임 후 줄곧 대한민국 발전 동력은 제조업만으로는 안 되고, 서비스산업으로 가야 하며, 핵심은 관광산업이다. 특히, 남해안을 활용한 관광산업은 수도권과 차별화해서 내놓을 수 있는 핵심 전략이고, 한려해상국립공원·다도해국립공원 등 남해안을 보존과 규제의 시선으로만 보고 방치해왔다. 말 그대로 공원이라면 국민 생활의 일부로 들어와야 하고, 보존할 곳은 보존하되 개발할 곳은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희용 <남해안시대 선언부터 특별법 제정까지> 2023)

지난 2월 경남도는 정책브리핑을 통해 올해 관광산업 생태계를 조성하여 관광을 신 주력산업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관광산업은 경남 제조업이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수도권에 비해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고, 제조업에 비해 2배의 고용 유발효과가 있어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할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다.

경남도는 특히 섬 관광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 6일 도청 서부청사에서 창원·통영·사천·거제시, 고성·남해·하동군 등 도내 남해안권 7개 시군과 '섬 관광개발 협력 회의'를 진행하며 섬 관광개발 방향과 추진계획을 논의했다. 이를 통해 지역소멸 극복과 지역관광 활성화에 밑거름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 부처도 경남을 포함한 남해안권 해양 관광 활성화에 힘을 합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해양수산부는 지난 15일 제1차 범부처 협업과제점검협의회에서 협업과제로 인구소멸 위기 어촌의 지역경제에 관광으로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또, 문체부와 해수부가 각각 추진하는 '남부권 광역관광개발계획'과 '남해안 해양레저관광벨트 조성' 사업도 연계해 더욱 효율적으로 남해안 관광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정책 개발과 기반 조성도 중요하지만, 관광 현장에서 필요한 건 결국 개별 플레이어다. 이는 트렌드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적절한 수준의 프로그램을 기획할 사람을 말한다. 이미 거제나 남해 등지에서는 귀촌·귀향한 혹은 현지 젊은이들이 주민들과 함께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고 지역 정체성에 맞는 다양한 체험 활동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이번 기획을 통해 먼저 거제·통영·남해와 강원도·제주도에서 활동 중인 지역 해양 관광 플레이어를 만나 그들이 만든 활동을 체험하고, 축적된 경험을 도내에 적용할 수 있을지 알아본다. 또, 해양(어촌) 관광 활성화 관련 연구기관을 찾아 도움이 될 만한 조언도 들어본다.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관련기사

관련기사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