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성산구 용호동 어느 주택에 걸린 펼침막 한 장이 눈에 띈다. 펼침막 절반 정도는 흰 바탕에 핵폐기물 그림을 넣고 ‘NO 후쿠시마 오염수’라고 빨간색 글씨를 썼다. 나머지 절반에는 노란 바탕에 검정·빨강을 섞어 ‘건강하게 살고 싶다/우리 가족 건강 위협하는/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결사반대’라고 적었다. 다닥다닥 집이 붙어 있는 주택가에 이 집만 펼침막을 걸었다. 이 펼침막을 내건 이는 이향숙(62) 씨다.
이 씨는 창원촛불시민연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창원촛불시민연대는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 당시 만들어진 단체로 이후 꾸준히 창원지역에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50대 초반까지 푸드트럭을 비롯해 여러 사업을 하며 먹고사는 걱정만 하던 평범한 시민이었다. 이전에는 시민단체가 뭐 하는 곳인지 관심도 없었다.
“10년 전 동생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어요. 한동안 좌절감에 빠져 있었지요. 세상이 더 안전하게 바뀔 수 없을까 생각하다가 시민단체 활동을 접하게 됐어요.”
이 씨는 2019년 검찰 개혁 촉구 시위에 참여하면서 우연히 창원촛불시민연대를 만났다. 그는 지금까지 꾸준히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사회적 쟁점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씨는 지난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일본 정부 결정을 접하자 매우 놀랐다. 바다에 핵폐기물을 내보내면서도 안전하다는 말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더 심각한 것은 윤석열 정부 대응이었다. 막기는커녕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 게 대응이었다. 이 씨는 앞뒤 재지 않고 바로 펼침막 제작 업체로 달려갔다. 그때가 2023년 4월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싶었고 잘 훼손되지 않아 사람들이 오래 볼 수 있어서 펼침막을 택했다.
“펼침막을 내걸고 나서 용기가 대단하다고 말하는 이웃들이 있었어요. 주말에 사람들이 펼침막 앞에 잠시 멈춰 글을 읽는 모습을 보면 뿌듯합니다.”
이 씨 집 앞은 오가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 근처에 가로수길도 있고 창원대도 있어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닌다.
“청년들이 펼침막을 보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다시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점점 무감해지는 것 같아요. 우리 후손과 가족을 위해 이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정종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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