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에도 집값 상승 계속
자산 상·하위 10% 격차 46.7배
양극화 극심 무주택자 박탈감

부동산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집값 상승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오른 집값은 자산 격차를 더 크게 벌려놨고,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서민들의 박탈감도 커졌다.

부동산 불패에서 기인한 '집을 사 놓으면 번다'라는 인식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불로소득 규모는 점점 커지고, 불로소득을 차단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으로는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일시적으로 완화해 집을 팔 수 있도록 유도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지난해 경남에서는 창원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크게 올랐다. 사진은 창원 시가지 전경.  /경남도민일보 DB
▲ 지난해 경남에서는 창원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크게 올랐다. 사진은 창원 시가지 전경. /경남도민일보 DB

◇계속 치솟는 집값 = 지난해 경남에서는 창원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크게 올랐다.

지난해 12월 창원시 의창·성산구는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아파트값이 급격히 오르자 정부가 규제지역으로 묶은 것이다.

지난해 의창·성산구는 공동주택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했고, 특히 고가 신규 단지로 쏠린 투자와 오래된 단지에 시세차익을 노린 '갭투자' 증가로 과열 양상을 보였다.

의창·성산구가 규제지역으로 묶이자 주변으로 '풍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졌다. 규제지역으로 묶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창원 마산회원구·마산합포구, 양산·김해·진주 등에서도 집값이 올랐다.

창원 의창·성산구는 규제지역으로 묶이고 나서 한동안 집값 안정세를 보였으나, 올해 6월부터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도내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꼽히는 창원시 성산구 용호동 용지더샵레이크파크는 지난 10월 신고가(최고가)를 갈아 치웠다. 전용면적 119㎡형이 17억 1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지난해 11월(14억 5000만 원) 최고가보다 2억 6000만 원 더 오른 것이다.

또 의창구 중동 유니시티 115㎡형이 같은 달 14억 5000만 원으로 이전 최고가(2020년 9월·10억 4300만 원)를 경신했다.

아파트값 상승세는 전국적으로도 마찬가지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동향을 보면 2019년 12월 기준 3억 7483만 원이었던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지난해 12월 4억 5017만 원으로 20.1% 올랐고, 지난해 말부터 올해 10월(5억 4132만 원) 사이에도 20.2% 상승했다. 이 통계에서 경남은 지난해보다 올해 아파트값 상승 폭이 더 크다.

 

10억 이상 자산, 부동산 비중 커
2019년 토지 불로소득 353조 원
이재명 "국토보유세 도입할 것"

 

◇양극화와 박탈감 = 문제는 집값 상승으로 양극화가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벼락거지'라는 신조어는 박탈감과 좌절감을 담고 있다.

4년 차 신혼부부인 이모(32·창원시) 씨는 "주변에서 집값이 억소리 나게 올랐다는 말을 적지 않게 듣는데, 결혼하고 곧바로 조금 무리해서라도 집을 샀다면 이렇게 불안하진 않았을 것 같다"며 "요즘은 전세 구하기도 어려운데, 이제는 흔히 말하는 영혼까지 끌어 모아도 집을 못 사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부동산 자산 상위층과 하위층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주택소유통계'를 보면 지난해 기준 집값 상위 10%와 하위 10%의 주택 자산가액(공시가격 기준) 격차는 46.75배로, 2019년(40.85배)보다 더 벌어졌다. 지난해 기준 상위 10% 가구가 보유한 집값은 13억 9000만 원으로 1년 사이 2억 600만 원 오른 반면, 하위 10% 가구의 평균 집값은 2700만 원에서 2800만 원으로 100만 원 오르는 데 그쳤다.

집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지난해 231만 9648명으로 2019년(228만 3758명)보다 1.57%(3만 5890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무주택 가구는 888만 6922가구에서 919만 6539가구로 3.48%(30만 9617가구) 늘었다.

박탈감은 다급한 '내 집 마련' 생각으로 이어진다. 서모(35·창원시) 씨는 올해 수천만 원 웃돈을 주고 아파트 분양권을 샀다. 서 씨는 "앞으로 아파트값이 지금보다 쌀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도 있었고, 다 지어지고 나면 웃돈을 준 만큼 시세가 오를 것 같다. 어쨌든 사 놓으면 잃지는 않을 것 같아 무리해서 분양권을 샀다"고 말했다.

◇"불로소득 재분배" = 문재인 정부 들어 여러 차례 집값 안정화 대책을 내놓고, 투기를 목적으로 한 주택은 팔라는 메시지를 내놔도 부동산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는 '사 놓으면 번다'는 부동산 불패 인식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KB금융연구소의 <2021 한국 부자 보고서>를 보면 금융 자산을 10억 원 이상 보유한 개인(부자)의 총자산 중 '부동산(59%)'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다. 특히 총자산 50억 원이 넘는 부자의 평균 부동산 자산 비중은 68.3%에 달했다.

부자가 토지 대부분을 보유하고, 땅과 건물에서 얻는 불로소득은 심각한 불평등을 낳는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은 지난 3월 열린 '토지 불로소득 끊어야 나라가 산다' 토론회에서 2019년 기준 부동산 불로소득을 약 353조 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18%를 차지한다.

남 소장은 부동산이 소득 불평등에 끼치는 영향은 35%로 임금(51%) 다음으로 컸다고 했다. 같은 해 기준 최상위 14만 가구가 보유한 토지는 평균 52억 원(공시지가)이다. 남 소장은 "우리나라 부동산 소유 불평등은 극심하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은 현실을 대변하는 말"이라며 "불평등을 없애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차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없애고자 최근 '국토보유세'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토지 소유자에게 차등 없이 과세하고, 기본소득으로 돌려주는 구상을 내놓았다. 구상대로면 토지 소유 상위 10%는 내는 세금이 더 많다.

 

투기 방지 양도세 강화 부작용
다주택자 집 처분 미루는 일도
윤석열 "한시적 50% 세금 감면"

 

◇"양도세 완화를" = 부동산 업계에서는 일시적으로라도 양도소득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다주택자 중에서도 부동산 보유세 부담 때문에 처분하려 해도 양도세가 과도해 처분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어서다.

양도세는 지난 6월 최고세율이 인상됐다. 1년 미만 보유한 주택을 거래할 때 양도세율은 기존 40%에서 70%로, 1년 이상 2년 미만 보유 주택은 기본세율(6∼45%)에서 60%로 올랐다.

부동산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의 양도세율은 10%포인트(p)씩 추가됐다. 2주택자는 기본 세율에 20%p, 3주택자는 30%p를 추가했다. 예를 들면 창원시 의창구(투기과열지구)에서 3주택자가 집을 팔려면 양도세의 7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양도세 강화는 애초 투기 수요를 막으려는 취지지만, 이와 같은 일부 부작용도 있다.

하재갑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경남지부장은 "다주택자 의뢰인이 집 처분을 생각하다 세금 계산을 안내해주면 유보하는 사례가 더러 있다"며 "정부는 다주택자에게 집을 팔라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출구를 막아 놓은 꼴이 돼 모순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50% 감면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양도세 세율을 인하해서 기존 주택의 거래를 촉진하고 가격 안정을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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