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경계에서 최선 다하는 모습이 멋져 보여 의사가 됐다"

"바른 자세요? 바른 자세가 어떤 자세인지는 다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일상에서 실천하지는 않죠.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꼭 바른 자세를 해야 한다는 강박을 갖지 마세요."

봄비에 연분홍 벚꽃 잎이 촉촉이 땅을 적시던 지난 4월 만난 경남 창원 the큰병원 신호동(47) 병원장은 바른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다른 의사들과는 달리 "바른 자세로 단번에 고치는 것은 어렵다"며 "몸에 나쁘지만 하고 싶은 것, 자세가 있다면, 그걸 하라. 다만 하고 나면 몸에 좋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쁜 자세를 취해도 된다니 무슨 뜻일까.

환자 생사 갈림길에서 도움 손길

마음이 맞는 의사 4명이 모여 지난 2009년 창원시 의창구 명서동에서 '창원 the큰병원'을 열었다. 척추 질환을 전문으로 한다. 현재는 3명의 원장이 함께 운영하며, 돌아가며 대표원장을 맡는다. 한 사람은 김해 the큰병원으로 옮겼다. 올해는 신 병원장이 대표원장으로 있다.

신 병원장은 부산이 고향으로, 동아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아의료원에서 수련했다.

"개원할 곳을 찾았는데 창원이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그전에 저는 창원과 딱히 인연은 없었지만, 부친이 북면에 살았던 적이 있었죠."

어릴 때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글쓰기를 좋아하느냐고 물었지만 "그렇지는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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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호동 창원더큰병원장./김구연 기자

"초등학생 때 여러 가지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그 영향이 아니었나 싶어요. 무작정 작가가 좋아 보였죠."

의사가 된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집안에 의사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의사'가 좋았다. 그렇게 초등학교 6학년 소년은 "의사가 돼야겠다"는 꿈을 품었고, 그 꿈을 한 번도 놓지 않았다.

"그냥 누군가 아픈 것이 해결되는 것이 좋았습니다. 의사는 그런 일을 할 수 있잖아요. 선택은 신중하게 하는 편입니다. 대신 한 번 선택한 것을 잘 바꾸지 않습니다. 목표를 하나 잡으면 그대로 가죠. 아버지요? 아버지는 제가 의대보다는 법대에 가기를 원했습니다. 그 시대 부모들이 다들 그렇듯 사법고시 합격을 동경했죠."

신 병원장의 부친은 자식에게 무언가를 바라거나 야단치지 않고 가만히 바라봐주는 스타일이었다. 그런 부친이 법대 진학 의사를 아들에게 내비쳤을 때는 그 마음이 아주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를 심판한다는 것이 내 성격에 맞지 않았습니다. 고등학생 때 법대를 갈 수 있는 문과 말고 의대를 갈 수 있는 이과를 지원했습니다. 아버지는 서운하셨겠지만, 그때도 지켜봐 주셨죠. 지금은 80세가 넘으셨는데, 아들이 의사인 것을 무척 좋아하십니다."

신경외과를 선택한 이유를 신 병원장은 "멋있어서"라고 표현했다.

"신경외과는 뇌와 척추를 다룹니다. 그중 뇌는 생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죠. 인턴 때 선배 의사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멋있게 보였습니다. 환자들이 의식 없는 상태로 병원에 와서 의사의 조치 후 의식을 찾고 살아날 때, 생사의 갈림길에서 의사의 노력이 보태져 생명 유지에 도움이 됐다는 느낌이 큰 보람을 주는 직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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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호동 창원더큰병원장./김구연 기자

10대에도 나타나는 퇴행성 디스크

신 병원장은 요즘은 목과 허리 디스크 환자를 많이 본다. 이날 신 병원장은 퇴행성 디스크에 대해 설명했다.

퇴행성 디스크 병은 척추를 구성하는 디스크와 뼈가 노화해 생긴다. 디스크가 납작해지고 딱딱해지면서 탄력을 잃는다. 뼈에는 골극(기계적 스트레스나 염증성 자극 등에 의해 골 변연부에 생기는 골성 융기)과 같은 가시뼈가 자라나 주변 신경을 건드리면서 통증을 일으킨다.

"예전에는 퇴행성 질환이 60대 이후에 발생한다고 많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퇴행성 변화가 발견되는 나이가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MRI를 통해 디스크 색깔 변화로 퇴행성 변화를 보는데, 10대까지 연령대가 내려와 있습니다."

10~20대 젊은 환자들은 퇴행성 변화가 있어도 관련 증상이 모두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그 상태로 두게 되면 비교적 젊은 나이에 심해지게 됩니다. 40~50대가 됐을 때는 다른 사람보다 힘들어지게 되겠죠. 처음 1마디에 변형이 생겼던 것이 나이가 들면서 2~3마디로 늘어나게 될 겁니다. 물론 그렇게 심해지기 전에 불편이나 통증을 느끼고 여러 가지 치료를 받겠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죠. 중고등학생들이 허리가 아프다고 병원에 오는데 같이 오는 부모들이 '아직 아이인데,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고 말을 합니다. 그런데 검사를 해보면 상당히 많은 아이들이 이미 디스크 변형이 시작돼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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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호동 창원더큰병원장./김구연 기자

머리는 몰라도 몸은 세월을 안다

신 병원장은 "사람들이 나이를 먹어 간다는 것에 신경 쓰지 않더라"고 지적했다.

머리는 인식하지 않아도 몸은 인식한다는 것.

"사람들을 보면 의식은 항상 20대 전성기입니다. 그래서 70대 몸에 20대 전성기 상태를 요구하죠. 밸런스가 안 맞습니다. 원칙을 거스르는 겁니다. 불편할 수밖에 없죠. 술 마시는 걸 보세요. 저도 20대 때는 엄청나게 술을 마셨습니다. 하지만 40대 때 그 정도를 마시면 몸이 버텨내지를 못합니다. 의식은 버텨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죠. 나이 들면 노동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몸이 달라집니다. 그걸 감안해야 합니다."

외래에서 보면 60~80대 농촌 할머니들이 30대처럼 일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고 한다.

"어찌 보면 몸을 위해 보약이나 영양제를 먹는 것이 아니라 술 마시기 위해, 일하기 위해 먹는 셈이죠."

처음부터 좋은 자세로 바꿀 수는 없어

퇴행성 디스크 병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나쁜 자세, 뼈 및 허리 근력 약화, 운동부족으로 비만, 술, 담배, 스트레스, 육체노동 같은 직업적인 과부하 등이 꼽힌다. 습관적 자세 불량과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생활 패턴은 척추에 비정상적인 스트레스를 쌓이게 하고, 척추의 퇴행을 촉진해 척추 주변 근육과 인대를 약화시킨다고 한다.

나쁜 자세가 주요 원인이 되므로 예방을 위해서는 바른 자세로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신 병원장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했다.

"좋은 자세, 좋은 습관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좋은 자세를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들에게 바른 자세로 앉아보라고 하면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아도 다들 허리를 세우고 자세를 고쳐 앉습니다. 하지만 그 자세가 유지돼야 하는데 1분을 넘기기 힘듭니다. 우리 몸이 하지 않으려고 해요. 불편하거든요. 여기서 편한 게 과연 좋은 것인가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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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호동 창원더큰병원장./김구연 기자

척추 뼈는 근육이 감싸고 있다. 보통 사람 몸은 자연스럽게 척추가 이완되고 힘을 안 쓰는 자세를 찾아가게 된다. 바로 편한 자세, 즉 나쁜 자세다.

"척추에 있는 근육이나 인대와 같은 조직이 밸런스를 맞추려면 근육이 일을 해야 합니다. 근육이 힘이 들어야 해요. 불편함을 느껴야 좋은 자세이고 척추 건강에 도움이 되는 자세입니다."

그렇다면 건강하려면 불편해야 하는 것인지 질문했다.

신 병원장은 "그건 아니다. 너무 단편적인 단정"이라고 했다.

"만약 하고 싶은 자세, 즉 안 좋은 자세가 있으면 하세요. 다만 하고 나면 몸이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환자들은 안 좋은 자세를 하고도 몸이 좋기를 바랍니다. 공부는 하기 싫은데 성적은 잘 받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중적인 생각이죠. 술을 마실 때도 마시고 나면 다음 날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마셔야 합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합니다."

고쳐지지 않는 자세를 억지로 고치려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를 피하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강조하나 싶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나쁜 자세가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으면, 그게 쌓이면 나쁜 자세를 피하게 됩니다. 몸이 아프니까요. 꼭 해야 하는 일, 자세라 어쩔 수 없이 그 행동을 하고, 그 결과 통증이 쌓이다 보면 몸에 무리가 덜 되도록 자세와 습관을 바꾸려고 몸과 마음이 점차 노력하게 될 겁니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바꾸려고 하면 쉽지 않아요."

사실 허리나 팔 등이 아픈 사람은 몸을 쓰지 말고 쉬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어디 쉴 수가 있는가.

"환자에게 '어머니, 왜 일하세요? 일하지 마세요'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평생 해왔던 일이고, 내가 안 하면 할 사람이 없는 일이니까요. 몸의 무리를 깨닫고 조금씩 줄여나가는 수밖에 없어요. 그것도 쉽지 않죠. 그래서 이 일을 하면 몸이 아플 수 있다는 걸 항상 염두에 두고 일을 하라는 겁니다. 그래야 조심할 수도 있고,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있고, 언젠간 일을 줄일 수도 있게 되죠. 처음부터 바뀔 수는 없습니다."

윗몸 일으키기 피해야

퇴행성 디스크 증상이 있을 때 일반인이 흔히 저지르기 쉬운 실수에 대해 신 병원장은 무리한 운동을 꼽았다.

"평소에는 운동을 안 하다가 몸이 아프면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피해야 할 행동입니다. 특히 척추에 무리가 가는 운동을 오히려 척추 근육을 강화하겠다고 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척추에 직접적인 부하가 가해지는 운동은 좋지 않습니다."

신 병원장은 윗몸 일으키기를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건강한 경우라면 윗몸 일으키기는 근력 강화에 좋습니다. 그런데 윗몸 일으키기를 어떻게 하나 생각해보세요. 횟수가 중요하니까 아주 열심히 과하게 합니다. 디스크 질환이 있는 사람은 윗몸 일으키기를 하면 복부 접히는 부분에 있는 디스크가 더 상할 수 있습니다. 연골은 부드러운 조직입니다. 윗몸 일으키기로 계속 척추가 흔들거리면 좋지 않죠. 허리가 좋지 않지만 훌륭한 복근을 갖고 싶다면 다리 들어올리기를 해도 됩니다. 방법은 찾아보면 많습니다.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운동을 찾아야 합니다."

좋은 운동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에 신 병원장은 걷기와 수영을 추천했다.

"걷기는 온몸에 영향을 주고, 그것이 척추 근력 강화에도 도움이 됩니다. 디스크 부하를 줄이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강화보다는 간접적인 강화가 좋습니다. 직접적인 강화를 할 때는 전문가의 아주 예민한 컨트롤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일 도전

"건강관리 하는 의사도 있습니까?"

병원장 본인의 건강 관리법을 묻자 신호동 창원 the큰병원 병원장은 대뜸 반문했다.

의사들 중에서는 정작 본인의 건강관리에는 소홀한 사람이 많다. 신 병원장도 그런 부류인가 싶었다. 하지만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운동을 많이 한다"며 옆에 있는 병원 직원이 슬쩍슬쩍 흘려주는 정보를 바탕으로 물어보니 꽤 열심히 건강관리를 하는 편이었다.

"허리만 놓고 볼 때 사실 자전거는 허리 건강에 좋지는 않습니다. 앉아 있는 자세를 유지하는 거니까요. 집에서 병원까지 자전거로 오면 15~20분 걸립니다. 자동차를 이용해도 비슷하게 걸립니다. 신호등 때문입니다. 자전거는 오래전부터 탔습니다. 창원은 자전거길이 잘 돼 있어서 자전거로 출퇴근을 합니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인상과는 달리 움직임이 많은 탁구를 즐겨한다는 말도 했다.

"보통 사람들이 구기 종목 하나 정도는 하는데 배드민턴이나 테니스는 무릎에 무리를 많이 주더군요. 그래서 탁구를 시작했습니다. 1년 좀 넘었네요. 그 외에 다른 건강관리는 정말 안 해요. 하하하"

담배는 10년 전 끊었고, 술을 마시는 횟수는 많이 줄었다고 했다.

"담배를 끊은 계기요? 특별한 건 없습니다. 그때 아이가 태어났죠. 그래서 끊었습니다."

취미생활로는 기타 연주를 한다고 했다. 배운 지 1년 됐다고.

1년? 탁구도 기타도 모두 1년 전 시작했다니, 1년 전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을까.

"아내와 1년에 하나 정도는 새로운 일을 시작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됐죠."

옆에 있던 병원 직원이 "원장님이 굉장히 가정적이다. 기타 연주도 부인이 제일 좋아하는 곡을 연습해서 연주한다"고 귀띔했다.

아무래도 신 병원장의 최고 건강 비결은 운동보다 취미보다 가족인 듯했다.

다양한 문화예술 지원 활동

창원 the큰병원은 문화예술에 관심과 지원이 큰 병원으로 지역에 잘 알려져 있다. 병원 내에 '숲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으며, 예술단체와 결연해 후원도 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인정받아 지난 2014년 경남메세나 대상을 받기도 했다. 환자들을 위해 신년 음악회와 가을음악회, 7080콘서트 등을 열기도 한다.

"병원은 내가 사는 곳입니다. 우리 집이나 마찬가지에요. 의료진에게도 환자에게도 그렇습니다. 우리 집이라면 무엇이 있는 게 좋을까, 무엇을 하는 게 좋을까 생각합니다. 집에 그림을 걸어 놓으면 좋잖아요."

보통 병원이 특강을 마련한다면 건강 관련 내용이 대부분이다. 직원 대상 특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역 한 대학병원에서 진행하는 직원 특강을 보면 병원 운영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창원 the큰병원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철학 강의를 오랫동안 하기도 했다.

"마침 내가 철학에 관심을 가질 때였습니다. 인터넷을 보니까 강신주 철학가의 강의가 있었는데 듣다 보니 재밌더군요. 그래서 직원들 중에서도 그런 것을 듣고 싶은 사람이 있을 듯해서 섭외했는데, 흔쾌히 승낙해주셨습니다. 한 1년 정도 진행했습니다. 직원들이 좋아했냐고요? 아니오. 그리 좋아하진 않더군요. 하지만 자신에게 인연 있는 무언가 하나를 만나면 인생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기회는 많을수록 좋죠. 직원들을 위해 서클 활동을 적극적으로 권장·지원하는 등 병원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신 병원장은 장래 계획에 대해 지금 같은 활동을 줄이지 않는 것, 좀 더 늘려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저와 직원들은 여기서 살아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지역에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활동을 지금처럼 유지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오래되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죠. 그렇게 되지 않도록 초심을 늘 되새기고 매너리즘에서 벗어나려고 서로서로 노력할 겁니다. 그게 바로 교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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