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종찬 교수 '특별 레시피'사과 육즙 - 돼지고기 조화 올 추석 손님상에 좋을 듯

사과 요리가 생소할지 몰라도 우리가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지 의외로 많다.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은 탕수육이다. 탕수육 소스엔 사과가 필수다. 카레도 있다. 깎은 밤알 크기로 썰어 카레와 익히면 카레의 센 맛을 잡아주고 소화도 돕는다. 뿐만 아니다. 각종 샐러드엔 없어선 안 된다. 이처럼 사과는 요리 재료로도 훌륭하다. 하지만 막상 사과를 활용해 요리를 하려면 난감하다. 카레나 샐러드는 너무 흔하고, 탕수육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쉽게 해먹을 수 있는 사과요리를 창신대 외식조리학과 주종찬 교수께 부탁했다. 주 교수는 "요리에서 사과는 돼지고기와 잘 어울린다. 돼지고기를 활용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요리를 보여 주겠다"며 직접 레시피를 만들었다. 말하자면, 공개된 적이 없는 요리란 말이다.

재료는 거창에서 갓 수확한 홍로를 사용했다. 주 교수는 좋은 사과라 감탄했다.

주종찬 창신대 외식조리학 교수(전 프라자호텔주방장)

첫 번째 요리는 사과를 이용한 돼지고기 등심롤이다.

"사과가 풍미를 더해주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육질을 부드럽게 하고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합니다. 소화효소가 새우젓보다 더 많이 들어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죠." 주 교수는 돼지고기와 사과가 어울리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때문에 돼지 등심스테이크엔 사과소스가 필수라고 한다. 사과 돼지고기 등심롤에 들어갈 재료는 등심, 깻잎, 치즈, 느타리버섯이다.

먼저, 껍질을 벗긴 사과를 얇고 잘게 썰어 버터를 녹인 냄비에 넣고 센 불에 볶는다. 5분 후 자작할 정도로 물을 부어 졸인다. 불을 줄이고, 끓고 있는 사과를 수분이 증발할 때까지 가끔 저어주면 된다. 등심은 겉의 지방을 약간 걷어내고, 얇게 포를 떠 랩에 올린다. 랩에 싼 고기는 고기망치로 두드려 펴는데, 가정에선 칼 등이나 유리병으로 두드려도 상관없다. 잘 펴진 등심위에 소금과 후추로 간하고, 슬라이스 치즈, 깻잎을 차례로 올린 다음에 버터에 볶은 사과를 푸짐하게 올린다. 이어서 김밥을 말 듯 말아서 면실로 묶어 형태를 고정해주면 된다. 요리용 굵은 면실이 없더라도, 가정에서 바느질 할 때 쓰는 면실을 쓰면 된다. 김밥처럼 말린 등심을 식용유를 넉넉하게 두른 프라이팬에 돌려가며 겉을 익힌다. 이제, 오븐에 넣으면 끝. 200℃에 10분 정도 익히면 요리가 완성된다. 오븐에서 익는 동안 아랫부분을 잘라낸 느타리버섯을 길게 두 등분해 다진 마늘, 소금, 후추를 넣어 버터에 살짝 볶아서 담아둔다. 잘라낸 아랫부분은 오븐에 등심을 넣을 때 아래 깔아주면 타는 것을 막아준다.

두 번째 요리는 햄 사과 크레페다.

요리 방법은 간단하다. 시중에 파는 라운드햄과 사과만 있으면 된다. 햄은 돼지고기 함량 92%를 선택했다. 60~70%햄은 권하지 않는다. 함량에 따라 맛과 식재료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 요리의 핵심은 햄을 얇게 써는 것이다. 육절기가 없는 가정에선 조금 힘든 일일 수 있으나, 최대한 얇게 썬다고 생각하면 된다. 얇게 썬 햄을 담아 놓고, 껍질을 벗긴 사과를 12등분 해 버터에 볶는다. "이렇게 해 놓으면 사과의 갈변현상도 막아 주지요." 조교수의 설명이다. 3분여 볶은 사과를 식혀 하나씩 세워 접시에 담는다. 이어서 얇게 썬 햄을 한 장씩 사과에 덮고 이쑤시개 종류로 고정하면 완성이다. 정말 쉽다.

햄 사과 크레페

맛은 어떨까? 볶은 느타리버섯 위에 올린 등심롤을 먼저 먹었다. 씹는 순간 사과의 육즙이 돼지고기를 감싼 느낌이다. 마치 돼지고기에서 육즙이 나온다고 착각할 정도다. 기름기가 적어 자칫 퍽퍽할 수 있는 등심에 수분과 풍미를 동시에 더했다. 볶은 느타리버섯을 반찬 삼아 함께 먹으면 싱겁다 느낀 이들에게 딱이다. 치즈와 어울린 사과의 맛을 제대로 보기 위해선 잠시 식혔다 먹는 것이 좋다.

이어서 시식한 크레페는 기대치가 낮았던 탓일까? '반전'있는 맛이었다. 특별한 조리법도 없었고, 만드는 방법도 간단했지만, 조화가 훌륭했다. 늦은 밤 부담 없는 술안주로 적극 추천할 만한 맛이다.

곧 추석이다. 손이 많이 가는 추석 음식이지만, 계속 먹기엔 부담스런 점이 많다. 명절 음식하고 남은 재료를 모아 '사과 등심롤'이나 '햄 사과 크레페'를 만들어 손님상에 내 놓는다면 특별한 명절 요리로 기억될 수 있지 않을까?

돼지고기 사과 등심롤

※이 취재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기업 ㈜무학이 후원합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