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도지사 중도사퇴 '민심이반' 기반…야권 결집도 늦고 약해
김두관 전 지사가 이룬 사상 첫 '야권 도정'은 2년의 짧은 실험으로 끝났다.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의 당선으로 새누리당은 경남도지사 자리를 다시 꿰찼다. 야권 단일후보 당선 전력이 새누리당을 선거 종반까지 조심스럽게 만들었지만 홍 당선인은 처음부터 득표 차를 크게 벌렸다.
홍 당선인은 야권보다 한 달이나 앞서 새누리당 후보로 확정, 도내 전역을 서너 차례 돌면서 민심을 훑었다. 뽑아줬더니 대선 출마하느라고 중도사퇴한 야권 도지사에 대한 민심 이반을 확인했다고 했다. 각종 국책사업에서 배제되고, 주요 민자사업은 표류하고, 도 재정이 사상 초유의 위기에 봉착하자 홍 당선인이 표방한 '힘있는 도지사'론이 통한 것이다.
박근혜 후보와는 약간의 거리가 보였지만 러닝메이트로 박 후보와 짝을 이뤄 출마한 홍 당선인에게 여권 성향 도민들의 표가 몰렸고, 초반 불협화음도 언제인가싶게 새누리당 출신 국회의원과 도의원, 시의원들이 총출동해 홍 당선인을 도왔다. 이런 모습은 비주류를 자처하며 '독고다이('특공대'를 뜻하는 일본어)'를 부르짖던 홍 당선인 이미지를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슈 선점도 큰 역할을 했다.
경선 과정에서 도청 마산 이전과 진주 2청사 건립 공약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후보도 내지 못해 이슈랄 것도 없던 야권의 지리멸렬 속에 단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후 공약 실현 가능성이 도마에 오르고 새누리당 경남도당에서도 경선을 위한 공약이라 밝히면서 역풍을 맞았지만 '치고 빠진' 효과는 분명했다.
대선은 메시지 선거, 도지사 선거는 스킨십 선거라는 홍 당선인 말이 맞았다. 권 후보는 여러 정책을 쏟아내며 정책 대결을 유도했지만 홍 당선인은 무대응 전략으로 도민을 직접 만나는 데 주력했다.
상대인 야권의 전략 부재도 한몫했다.
민주통합당은 홍 당선인이 새누리당 후보로 선출되고 나서도 자당 후보를 어떤 방식으로 선출할지 결정하지 못하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무소속 권영길 후보의 출마 결심도 한참 늦었고, 통합진보당도 야권 단일화 연석회의 자체를 부인하면서 투표일 6일 전에야 단일화에 합의했다.
뒤늦은 출마와 뒤늦은 야권 단일화가 이번 선거의 주요 패인인 것은 확실하다. 늦은 단일화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지만 도민들은 야권 단일화 피로감을 넘어 무관심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야권 도지사의 중도사퇴, 지난 4·11 총선 때 지리멸렬했던 야권 단일화를 심판한 것이다.
특히, 야권 성향 도민들 사이에서는 김두관 전 지사에 대한 원망이 배어 나온다. 도지사직을 유지하면서 민주통합당 당내 경선에 참여하라는 주문만 받아들였어도 첫 야권 도정은 이어지지 않았겠느냐는 한탄이다.
단일화 파괴력을 감소시킨 것은 시기뿐만 아니다. 단일화로 물리적 결합은 했지만 화학적·유기적 결합은 하지 못했다. 애초 선거에 임하는 각 당의 목표를 마음에 품은 채 겉만 단일화한 모습이었다.
무소속 권 후보 선거대책본부의 기초 체력이 부실했던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조직력과 자금력이 달렸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뜨뜻미지근한 지원도 한계로 작용했다. 민주노총 등 진보진영 안에서도 확실히 깃발을 꽂고 '이리로 가자'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권 후보가 문재인 대선 후보에게 힘을 보태줬다기보다 문 후보가 권 후보에게 후광 효과를 준 셈이다.
권 후보는 부동층 숫자와 지지 성향을 분석한 결과라며 투표율 77%면 개표 방송을 보지 않아도 되고, 75%면 압승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경남 투표율 77%를 이루고도 큰 차이로 졌다.
이번 선거로 도내 진보 진영은 위기에 봉착했다. 정치적으로 분열은 가속화하고, 정책적으로는 진보 진영이 지원하고 권 후보가 승계하겠다고 선언한, 김두관 공동정부가 이룬 보편적 복지 사업들은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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