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후보 민생탐방으로 단체장 위주 만남, 반민심 발언 화제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한 홍준표 전 새누리당 대표가 "당에서 (저를 공천자로)정하면 내려올 거고, 서울에 있으라 하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말을 남기고 도내 18개 시군 순방을 마무리지었다. 18개 시군 순방은 나름의 선거 운동이었던 셈이고 이제 당의 결정을 겸허하게 기다리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여당 당 대표를 역임한 인물이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는 것 자체부터가 화제를 모았고, 경남 지역 시·군을 방문하면서도 특유의 거침없는 입담을 자랑하며 화제를 뿌렸다.

홍 전 대표가 도지사 선거에 출마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창녕이 고향이라고 하지만, 경남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는 약점이 거론됐고, '한나라당 당 대표 시절의 뻣뻣함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는 평가도 흘러나왔다. 심지어 '후보가 갖추어야 할 자세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너무 건방진 게 아니냐'는 혹평도 세간에 나돌았다.

그도 그럴 것이 홍 전 대표의 행보는 '민생 탐방'과는 거리가 멀었다. 민생 탐방 일정이 길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시장·군수들과 기자들을 만나는 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고, 지역 주민들을 틈틈이 만났다고는 하지만 얼마나 깊이 있는 소통이 이루어졌을지는 미지수다.

경남도지사 후보 공천 신청을 한 홍준표 전 새누리당 대표가 27일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경남 민심과는 다소 동떨어진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홍 전 대표는 27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함양 지리산 댐을 건설해 그 물을 부산과 경남에 공급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남강댐 물 부산 공급 문제에 대한 소신을 묻는 대목에서 나온 말이었다.

지리산 댐을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은 물 부족 현상을 해소하고 청정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추진했다는 '낙동강 사업'의 취지를 부정한 것이었고, '부산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지리산을 망쳐야 하느냐'는 도민 정서와도 어긋나 보였다. 이에 홍 전 대표를 수행한 김정권 전 의원이 "지리산 댐 건설 방안은 국토 전체의 갈등을 조정하는 위치에서 나온 것이었고, 도백을 맡으면 도민 정서와 함께 가는 게 당연하지 않겠느냐"며 진화에 나서야 했다.

4·11 총선에서 낙선했기에 공천을 받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약간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홍 전 대표는 "서울에서 맨발로 그것도 한나라당의 무덤이라 불리는 강북에서 4선을 했다.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도 수없이 낙선하고도 대통령이 됐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당 대표였던 저에게 분풀이로 이어지면서 떨어졌다. 낙선했다는 이유로 경남에 내려오지 말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박근혜 후보에게 기여할 수 있는 '표의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오히려 그 반대다. 한나라당 시절 보수 언론은 홍준표를 좌파라고 했다. 2년 전에 당내에서 경제민주화를 내걸었을 때 손가락질을 받았다. 새누리당 인물 중에서 가장 표의 확장성에 다가가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디도스가 나하고 무슨 관련이 있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했는지 모르겠다"며 정치적 불운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도지사 후보가 되겠다고 나섰지만 여전히 겸손하지 않은 것 같다'는 평가를 전해 듣고는 "겸손하지 않은 것과 당당한 것과는 다르다"고 즉답했다. 홍 전 대표는 "조직과 융화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부정과 융화하지 않는 것이다. 조직과 융화하지 못했다면 친이와 친박의 도움 없이 어떻게 당 대표에 당선될 수 있었겠느냐"고 응대했다. 또한 "저는 교만한 사람이 아니다. 사실 30년간 '갑'의 입장에 있다가 이번에 '을'이 되었다. 도내 국회의원들을 모실 것이고 '을'로서 살겠다"고 덧붙였다.

그의 표현대로 검사 시절을 포함해 30년간 '갑'이었던 홍 전 대표가 경남 도지사가 될 수 있을지는 이번 선거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서 손색이 없다.

"검사 시절 대통령도 겁나지 않았다. 건방질 자격도 있다"고 말하는 '홍준표 스타일'이 새누리당 당원들과 경남도민들로부터 얼마만큼 지지를 받을지 주목된다.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