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만 메가시티 창원' 출범 2년] (4) 갈림길에 선 창원시의회

창원시의회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전반기를 돌아보면, 어두운 면이 강했다는 것이 의원들이 내리는 자성 어린 평가다.

통합 후 청사 문제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데 대해 시의회는 해결사 노릇을 제대로 못 했다. 오히려 갈등을 조장했다는 불명예마저 떠안았다. 지역민들의 다툼을 두고 중재에 못 나섰고, 의장석 점거와 삭발식 등 의회 운영을 파행으로 몰고 가면서 보여준 모습 때문이다.

그렇지만,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초대 통합 창원시의회로 마산·창원·진해 균형 발전이라는 기치를 분명히 확인했다. 의회에서 지역 균형 발전은 너무도 당연한 논리가 되어 있다. 자칫 지역 이기주의로 번질 우려도 있지만, 시 집행부가 세 지역에 골고루 사업을 기획하고 예산을 배정하는 데 ‘균형’을 언급하거나 의식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암(暗) = 창원시의회는 지난해 말 고비를 맞았다. 그해 10월 31일 본회의장 의장석이 점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의원들은 청사 소재지 조기 결정과 3개 지역 분리 등을 꺼내면서 대립했다. 이 때문에 예산안 처리가 연말까지 미뤄지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청사 문제를 중심으로 마창진 지역 갈등이 노골화했고, 지역 주민들이 지켜보는 상황에도 고성과 욕설 등 상호 비방전도 끊이지 않았다. 토론보다 몸싸움이 앞섰고,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갈등의 불씨는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반성의 목소리는 여야를 막론하고 곳곳에서 들을 수 있다.

   
 

강장순(새누리당, 가음정·성주동) 의원은 “전반기에 총선도 있었고 갈라서서 다툼이 많았지만, 이제 봉합 순서로 가야 한다”며 “의원들은 주민들 뜻에 따라, 여론을 읽고 따라가야 한다. 지역 이기주의로 앞서 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태웅(통합진보당, 이·자은·덕산·풍호동) 의원도 “전반기 사실 지역주의로만 나간 것 같다. 그렇다 보니 본의 아니게 소외당하는 지역이 생기는 듯했다”면서 “지역주의에 안 빠지고 전체 창원시 미래를 위해 이제 준비를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학계나 시민단체에서도 통합 창원시 출범 이후 갈등의 책임에서 시의회는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고 분석한다. 이는 지역 국회의원이나 현 박완수 창원시장보다 시의회 책임 수위를 높게 잡은 것이다. 차윤재 마산YMCA 사무총장은 “세 도시의 화합이 가장 중요한 화두였는데, 청사 문제가 중심에 있었다. 시의회 전반기는 화합 실현은커녕 지역 이기주의에 파묻혀 갈등을 조장했다고 평가한다”면서 “결국, 이 문제를 풀어야 다른 사업 논의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 청사 문제를 중심으로 어떻게 갈등을 푸느냐가 후반기 의회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명(明) = 지난달 29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전반기 김이수(새누리당, 구산·진동·진북·진전면) 의장의 폐회 인사말에는 자성과 함께 기대가 담겨 있었다. 의원들 모두 귀를 기울였다. “당랑포선 황작재후(螳螂捕蟬 黃雀在後)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사마귀가 매미 잡을 욕심에 참새가 자신을 엿보는 상황을 못 본다는 뜻이다. 4년 의정 활동을 하는데, 많은 감시의 눈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의회가 어떤 새로운 선택을 할지 의원 한 명 한 명의 판단이 중요하다. 어려움이 있지만, 화합과 단결로 시의회를 반석 위에 올려야 한다.”

비록 많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후반기를 시작하는 의원들의 모습은 밝았다. 2일 본회의장에서 정당과 지역 구분없이 서로 인사를 나눴고,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의원들은 “전반기 반목과 갈등에서 벗어나 후반기에는 상생으로 가자”고 입을 모았다. 또한, “전반기 지역 균형 발전의 초석을 다졌다면, 후반기 추진력을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반기 어두운 길에서 떠나 후반기 신뢰를 되찾는 길로 걷는 것, 창원시의회의 가장 큰 과제로 남아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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