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 위기 통영 신아sb 노동자들, 서울 무역보험공사 앞 대규모 집회
아픈 집회였다. 지난달 3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앞, 회색 노동자 복을 입은 통영 신아sb 노동조합원 전원, 700여 명이 길고 긴 줄을 만들며 몰려들었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신아sb 주 채권단이다.
"이국철(SLS그룹 회장)이 온갖 비리를 저질렀어도 우리는 참아왔다. 5월, 신아는 6척 수주 의향서를 체결했다. 우리는 단지 일하고 싶어서 여기 왔다. 채권단은 원가 이하로 수주를 못 한다고만 한다. 이국철 잔당이 아직도 회사 중역으로 있다. 채권단은 왜 그들을 쫓아내지 않나."
금속노조 신아sb 김민재 지회장은 분노했다. 집회 요지는 이렇다.
'지난달 11일 유럽 선사로부터 신아는 6척 선박 수주 의향서를 체결했다. 주 채권단인 한국무역보험공사가 RG(선수금 환급 보증)를 발급하면 배를 만들 수 있다. 일단 일을 하게 하고 수십 년간 호황 불황을 반복한 조선 경기가 다시 좋아지면 회사는 정상화될 수 있다.'
시위 도중 노동자 대표 6명은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협상을 시작했다. 협상이 길어지자 현장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현장을 덮쳤다. 협상 중인 무역보험공사를 향해 "와아!"란 함성에, 참가한 통영 한 시민은 "안타까워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수천 명에 이르는 노동자 실직 사태를 정부는 경제 논리로만 보지 말라는 하소연, "일거리가 생겼으니 일을 하게 해 달라"는 통탄, 정치 투쟁이나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일반적 노동쟁의와는 확연히 다른, 그래서 신아sb 노동자들의 외침은 절규였다. 이날 "우리는 일하고 싶다"며, 노동자들은 외치고 또 외쳤다.
4일이 신아sb와 유럽 선사가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일이다. 31일 무역보험공사 앞 집회 당시 신아sb는 시간이 없었던 셈이었다.
"주 채권단인 한국무역보험공사는 RG 발급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6척 본계약을 선사와 협의해 연장하면 된다는 것이 무역보험공사의 입장이다."
20일간 600㎞를 걸으며 신아sb RG 발급을 요구한 노동자 예진성 씨는 대표 6명이 삭발하는 모습을 제일 앞 자리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예진성 씨와 함께 삭발을 보는 노동자들은 고개를 숙이거나 더러 흐느꼈다.협상을 마친 대표자가 협상 결렬을 알리자, 현장은 갑자기 침묵했다. 이어 삭발식이 진행됐다.
"더러운 기업가가 망쳐놓은 기업, 정부가 우리를 몰락시키고 있다. (통영 국회의원)이군현 씨는 이 자리에서 답해야 한다."
한 참가자가 연설했다. 집회 현장에 이군현 의원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현장에는 시민대표, 일부 시민, 구상식·김만옥·한점순 시의원이 참석했다.
앞서 오후 1시, 국토 대장정을 마친 신아sb 노동자 6명이 청와대 입구에서 합류했다. 여기에는 예진성 씨도 있었다.
청와대 앞에서는 시민대표와 김민재 지회장, 시의원 등 20여 명이 간이 형식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범시민 대책위의 '신아조선 현재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요구안' 1만 4000여 명의 통영시민 서명지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어진 무역공사 앞 집회에서 협상 결렬 소식을 들은 예진성 씨가 마이크를 잡고 외쳤다.
"내 아들이 자라서 노동자가 되어도 탄압당할 것 같아 눈물이 난다."
오후 4시께, 다음 시위를 예고하고 집회는 마무리되고 있었다. 노동자들은 허탈해하며 일어섰다. 이때, 예 씨가 무역공사 앞 화단으로 뛰어올랐다.
"그냥 가실랍니까. 억울하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일하고 싶지 않나요? 나만 일하고 싶은 겁니까."
그는 홀로, 경찰이 지키는 무역공사 정문을 향해 내달렸다. 경찰에 막히고, 평화 시위를 하려 했던 동료들의 말림에 그는 전진할 수 없었다. 그를 잡은 동료가 그와 함께 고개 숙였다.
"나는 일하고 싶다…."
절규하는 그, 좌절과 억울함이 그렁그렁 눈물로 고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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