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3주기를 맞으며] 정치적 무게감 여전, 대선 변수로

민주통합당에서는 '어게인 2002년'이라는 구호가 터져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회창 대세론'을 무너뜨린 것처럼, 제2의 노무현이 등장해 '박근혜 대세론'을 꺾어야 한다는 바람이다. 이명박 정권 5년을 끝으로 '김대중-노무현' 10년 정권을 이어받겠다는 각오이기도 하다.

'노무현'이라는 이름 석 자는 대선 정국에서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그의 이름은 선거 때마다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중달을 무찌른다'는 말이 운위될 정도로 그의 정치적 무게감은 현실 정치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서거 1주기 즈음에 치러졌던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경남에서 최초의 무소속 야권 도지사가 탄생했으며, 2주기와 3주기를 거치며 영남 지역 특히 경남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20∼40%로 안착화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3주기를 앞둔 지난 주말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을 찾은 추모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박일호 기자

지난 4·11 총선에서는 한때 '폐족'으로까지 일컬어지던 친노 정치인들이 대거 당선됐으며 그들이 정국의 키를 쥐게 됐다. 그리고 민주통합당의 유력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여기에다가 또 한 명의 민주당 대권 후보인 김두관 경남도지사 역시 '리틀 노무현'으로 불렸다. 한창 당대표 선거가 진행되는 민주통합당 내부에서는 '친노-비노' 대결 구도가 선거 의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민주통합당 유력 대권 후보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점을 꼽자면 그 쓰임새와 뉘앙스는 조금씩 다르지만 '노무현'이라는 간판이 따라붙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2012년 대선에서 '노무현 계승자'와 '박근혜 대세론'이라는 담론이 맞붙게 되는 것일까?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의 주요 변수임에는 분명하나, 이전처럼 '노무현 (정신) 계승'이라는 구호가 선거 전략의 처음과 끝인 시기는 지났음은 물론 과도하게 '노무현'이 강조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4·11 총선과 2011년 김해 을 보궐선거에서도 확인됐던 바,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이 있는 김해 을 지역구에서 '노무현 정신 계승'론이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김태호 의원이라는 거물급 정치인이 새누리당 후보로 나선 탓도 있겠으나, 서거 1주기 때 일었던 노란색 열풍은 잦아들었다.

이 같은 분석은 친노 세력 역시 절감하고 있었다.

4·11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운 대로 하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낙선했던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결과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겠지만, 대선을 앞두고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가 무엇이고, 무엇을 해야 할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 총선이었다"고 평가했다.

노무현을 뛰어넘는 미래비전을 제시하지 않는 한 노무현 계승론은 화석화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노무현 정신 계승론과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권 심판론 역시 과거지향적이라는 점에서 선거전략으로서 메리트를 상실했다. 박근혜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새누리당은 MB 정권과 선을 긋고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내에서 친노-비노 대결 구도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대선 전망을 어둡게 한다. 당내 권력 투쟁에 '노무현'이 활용되는 것으로 국민들에게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김갑수 창원 의창 위원장은 "친노니 비노니 하는 호칭을 정치인 스스로가 즐기는 측면이 있다. 그같은 프레임에 기대서 정치적 이득을 얻고자 하는 것 아닌가. 새누리당은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만약 민주당이 노무현이라는 과거에만 기댄다면 미래와 과거가 싸우는 형국인데 누가 이길지 뻔하지 않겠나"라고 진단했다.

친노-비노 대결 구도 외에도 친노 성골이니 친노 6두품이니 하는 당내 계파의 복잡성이 계속해서 부각된다면, 그 정치적 영향력이 여전히 높음에도 '노무현' 이름 석 자가 민주통합당에 대선 필패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어게인 2002년'을 외치는 민주통합당과 친노 세력이 노무현을 뛰어넘어야 하고 뛰어넘을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이 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에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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