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3주기를 맞으며] 노무현 정신 계승, 이제는 즐겁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3주기(5월 23일)를 앞둔 18일(금요일), 김해 봉하마을. 싱그럽고 햇볕 좋은 5월이었다. 봉하마을은 분주하지 않았고 떠 있지 않았으며 슬픔에 잠겨 있지도 않았다. 평온한 아침이었다. 30대 초반 두 청년이 봉하마을 곳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서울에서 새벽 첫차를 타고 왔다는 이찬범(31) 씨와 김영환(31) 씨는 봉하마을을 처음 방문했다고 했다. 5월에 휴가를 내고 일부러 찾아온 길이었다. "돌아가셨을 때나 1주기와 2주기 때는 사회생활 초창기라 마음대로 휴가를 낼 수 없었어요. 오래전부터 오고 싶었는데 3주기가 끝나기 전에 꼭 한 번 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만 '스토리'가 있는 게 아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고 봉하마을을 찾는 이들은 저마다의 '스토리'를 하나씩 품고 있었다.
그렇게 3주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황망하게 그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했고 1주기 때는 슬픔의 눈물이 넘쳤다. 2주기 때는 슬픔을 희망으로 승화시키려는 움직임이 일었으나 여전히 비통하게 눈물을 훔치는 이들 또한 많았다. 3주기를 '탈상'이라고들 한다. 슬픔과 아픔, 그리고 상처를 내려놓고 '노무현이 꿈꾼 나라'가 무엇인지를 모색하려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8년 임기를 마치고 봉하마을에 돌아와 "야~기분 좋다"고 외쳤던 그 마음이 봉하마을에 서서히 자리잡고 있었다.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봉하마을은 크게 변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러나 서서히 꾸준하게 변해왔다. 생태 농업 경작지는 50만 평(165만㎡) 규모였고 인근 마을로 점차 확대되고 있었다. 봉하마을을 찾는 수많은 인파와 더불어 철새들도 날아들었다. 전국 각지 영농법인과 작목반에서 견학을 오곤 한다.
어린이집에서 소풍 나온 아이들이 부엉이 바위 아래 잔디밭에서 뛰어놀았고, 필기구를 손에 쥔 초등학생들은 박석묘 앞에서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진지하게 받아 적었다. 그리고 봉화산에 올라 정토원을 둘러보고 '노무현의 길'을 걸었다.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고 봉하마을을 성역화하겠다는 의도가 개입되지는 않았다. 굳이 봉하마을에 목표가 있다면 "친환경 농사를 짓는 모습도 보고 아이들 데리고 와서 즐기고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던 생전 노무현 대통령이 꿈꾼 마을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봉하마을이 단순한 관광지나 휴양지로 변모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가치와 정신을 되새기려는 마음이 저변에 흐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3주기 행사 주제는 '노무현이 꿈꾼 나라'였다.
김경수 봉하사업본부장은 "노무현의 가치를 다시 되돌리겠다는 게 아니다. 원칙과 상식이라는 가치를 중심에 두고 노무현을 넘어서 2012년에 부합하는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 가자는 것"이라고 '노무현이 꿈꾼 나라'의 의미를 설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고 유학 중이던 영국에서 급하게 봉하마을을 찾았던 경험이 있는 김갑수 민주당 창원의창 위원장은 "이제 노무현 대통령을 편하게 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아마 노무현 대통령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추모하고 자신을 기려달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서민의 삶을 돌보라고 할 것이다. 2002년에 노무현 대통령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명확한 의제를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계기가 돼 정치권에 발을 들여 놓았던 공윤권 도의원(민주당)은 "참담함과 격앙된 분위기는 옅어졌고 즐겁게 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하자는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추모와 휴양, 관광을 연계하려는 봉하마을 로드맵이 곧 가시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무현재단이나 봉하마을 사업본부 관계자들 역시 '가벼워지려' 노력하고 있었다. 죽음과 추모에 무게중심을 두기보다 밝고 진취적으로 노무현 정신 계승 사업에 나서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었다. 추모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 위해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여러 금기들은 하나씩 사라지고 있었고, 그만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사업은 내용적으로 더욱 풍부해지고 있었다. '노무현 재평가' 논의 역시 깊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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