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2월 18일. 통영사람들은 이날, 무모했다. 신아조선을 사버린 거였다.
당시, 신아조선은 대우그룹의 위장 계열사로 들통나 정부 압력에 굴복, 신아조선을 매각하려 했다. 하지만, 팔리지 않았다. 지역 유지들, 임직원과 노동자들이 200만~2000만 원씩을 갹출했다. 유지들은 통영식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했다. 그해 그날, 통영의 향토기업 새 신아조선이 탄생했다. 신아조선은 재벌이 아닌 통영인의 품으로 돌아왔다.
조선소는 당시, 이상한 형태의 기업이었다. 이 회사 노동자들은 스스로를 '주인'이라고 생각했다. 통영 시민 사회의 정치적·사회적 성숙을 뜻함이기도 했지만 그들은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노동자들은 찾아서 일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 당시를 기억하는 노동자들은 누구나 '스스로'란 단어를 사용했다.
회사를 샀지만 부지와 건물만 덜렁 남은 조선소는 배를 만들 장비가 없었고 돈도 궁했다.
자동차 운반선을 수주했지만 만들 독(dock)이 없었다.
조선소를 아예 사버린 마당에 독을 만들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노동자들은 삽을 들었다. 이들은 바다를 마주하고 땅을 팠다. 바지선에 구멍을 뚫어 가라앉히고 흙을 끼얹어 물을 끌어들였다. 당시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난공사였다. 누구는 이때를 "밤낮이 없었고, 날고 기었다"고 했다.
종업원 지주회사는 수년 안에 최고 선박 수주량을 기록하기에 이른다. IMF 외환위기는 오히려 호황처럼 넘겼다. 하지만, 결국 이 회사는 이국철 회장이 이끄는 SLS라는 회사에 팔렸다.
로비로 유명한 이국철 회장은 처음엔 잘했다고 했다. "지나고 보니 사기꾼의 전형적인 행태였다"고 가슴을 치는 노동자들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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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조선은 올해 안에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 주문을 받았지만 계약 취소된 11척의 배 건조가 끝나기 때문이다.
신아sb는 통영인이 주인일 때 전성기였고 아닐 때 더 흔들렸다. 1993년 2월 18일, 이날을 기억하는 통영 사람들이 뜻밖에 많다는 걸 나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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