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도정 1년] (1) 도립요양원·국도5호선 KDI보고서 등 현안조차 '쉬쉬'

지난 27일 '민선 5기 1년 도지사 공약사항 점검 보고회'에서 김두관 지사의 격노는 갑작스러웠지만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 김 지사는 기회 있을 때마다 실국원장에게 '나를 대신해 전문가가 되어달라'고 당부해 왔다.

고급인력인 도지사를 도정에 묶어두려 하지 말고 믿고 맡길 수 있게 전문력을 배양해달라는 주문이었다.

그런 온화한 주문이 다소 거칠어진 것은 올해 초 거가대교 부실공사 문제에서부터 최근 장애인 단체의 민원, 김해관광유통단지 문제가 불거지면서부터다.

   
 

지난 20일 김 지사는 실국원장 회의에서 "실국원장이나 과장이 그 업무의 전문가임에도 도의회에 설명을 잘 못하는 것을 보고 한편으로 답답하고, 업무연찬이 되지 않은 것은 아닌가, 대충 자료를 가지고 설명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잘되는 것만 보고하지 말고 문제점이나 애로사항에 대해 언제든지 보고하고 의논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김 지사는 보고 체계에 대한 언급이 많았는데, 특히 도립요양원과 정신병원에 대한 어이없는 보고 누락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가려는 모습이었다.

도립요양원은 다음 달 7일 계약이 만료되는데도 겨우 한 달 앞두고 계약갱신 사실이 보고됐다. 도립요양원과 정신병원이 경남도 재산이라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된 김 지사는 "도청 내 컨트롤 타워가 없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그냥 넘어간 것들이 많다. 우리 재산이 아닌 줄 알았는데 최근에야 알았다. 좀 더 면밀히 업무를 챙기라"고 지적했다.

보고 누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김 지사 취임 100일 즈음에 맞춰 터진 '낙동강 폐기물 보고 누락' 건은 상당한 논란을 빚었다

김 지사가 외롭게 정부와 한나라당 출신 의원들과 낙동강 전투를 벌이고 있을 때, 당시 상황을 뒤엎을 만한 낙동강 폐기물 매립 사실을 두 달 가까이 보고하지 않은 일이다.

결국, 당시 건설항만방재국장과 국책사업지원과장을 직위해제하는 것으로 일단락했지만 취임 초기부터 '개발보다는 보전'을 표방하는 김 지사의 출현에 불편해하던 토목직 공무원은 따로 노조를 설립하면서 큰 혼란을 낳았다.

올해 들어서는 마산로봇랜드 실시협약 체결을 앞두고 유일한 진·출입구인 국도 5호선과 거가대교 간의 경쟁관계, 그 때문에 1조 원 가까운 혈세 낭비가 우려된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가 공개돼 또다시 보고 누락 논란이 일었다. 해당 과는 오랜 기간 국토해양부, 부산시와 국도5호선 해저터널 개통 시 민자다리인 거가대교 수익률이 많게는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MRG 보전과 경쟁도로로 말미암은 손해배상을 누가 떠안을지 머리를 맞대 왔지만 김 지사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

실국원장이 일을 하지 않는다, 보고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비난은 한편으로는 김 지사 자신의 도정 장악 수준을 시인하는, '누워서 침 뱉기'일 수 있다.

16년 만에 야권 성향의 도지사 취임으로 적잖이 긴장했던 공무원들은 이제는 차분한 모습이다.

경남발전연구원의 공무원 의식변화 조사에도 생활자세나 제도, 운영상황이 대부분 개선됐다고 답했다. 개선이 곧 진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취임 초기 새 지사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간을 보던' 공무원들이 "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다른 것을 기대했는데 전혀 다르지 않거나 더 심하더라는 의미의 '노명박'이나 '물두관'이란 표현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김태호 전 지사 시절의 도정과 큰 변화가 없더라는 말이다.

혹자는 16년 동안이나 한 방향이었던 공무원들을 겨우 지난 1년 동안 다른 방향으로 돌리지 못했다고 혹평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으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도지사와 도청, 도의회가 모두 같은 방향이었던 김혁규·김태호 전 지사 시절에는 도정 장악력은 운운할 필요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도정 장악력은 인사를 통해 혜택과 불이익을 주면서 성취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또 커다란 벽에 부딪힌다.

인력 풀의 분명한 한계, 그리고 이른바 '마피아'라 불리는 일부 간부들의 요지부동, 그렇지 않은 간부들을 밑에서 뒤흔드는 고참 직원들이 그 벽이다. 민주도정협의회는 때로 행정의 안전핀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깨고 자리를 잡는 것도 역시 인사제도의 혁신밖에는 도리가 없다.

김 지사 측근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인사가 깨끗해졌고, 공정해졌다는 평가는 받을 수 있을 걸로 본다"면서 "다만, 변화를 줬는가, 혁신적이었는가 하는 점에서는 비판받을 소지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두관 도정 1년>
1. 도정장악력 논란
2. 도의회는 어떻게 보나
3. 공동정부 구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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