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중반을 맞은 14일. 국감에 나온 경남지역 의원들은 나름의 색깔로 대중에게 어필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각자가 맡은 지역구 현안과 전국적 이슈를 통해 이름을 알리고 다가오는 총선 입지도 마련하려는 것. 남강댐 물 문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일괄 이전, 김해 경전철 국비 보조 등 경남 의원들은 지역민들에게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주요 카드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전국 어필형 = 민주당 최철국(김해) 의원과 민주노동당 강기갑(사천) 의원 등 야권 의원들에게는 4대강 사업이라는 전국적 현안과 경남도 입장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4대강 사업을 놓고 김두관 도지사가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과도 서로 통한다는 부분이 관전 포인트. 최 의원과 강 의원은 정부의 4대강 사업 강행의 핵심부처인 국토해양부의 공문 부실 지적 등을 통해 지역과 전국 이슈를 동시에 챙기고 있다. 특히, 강 의원은 국감 기간임에도 4대강 공사현장에 찾아가 삽을 들고 증거를 파헤치는 '활동성'을 보이기도 했다.
◇속 타는 공무원들 = 불안한 건 행정 관료들. 국감을 통해 의원들에게 '열심히 일하는 좋은 모습'을 보여야 여러모로 불이익을 방지할 수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기에 일단은 저자세를 취한다.
국토해양부 정종환 장관은 특히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최구식(진주 갑) 등 여권 의원들에게는 'LH 일괄이전 말 바꾸기 논란' 등으로 공격을, 최철국·강기갑 등 야권 의원들에게는 '4대강'으로 모진 질타를 당하고 있다. 이에 정 장관은 그저 "검토해보겠다", "확인해보겠다"와 같은 원론적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마디 잘못 했다가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튀는 주제로 '한 건' 하겠다 = "MC몽처럼 이 뽑고 군대 안 간 사람이 전국에 300여 명이나 된다"는 주제를 던진 국방위 김학송(진해) 의원은 국감 초반 히트를 쳤다.
유명 연예인인 MC몽이 병역 기피 혐의로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이와 엮인 자료가 나오자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또 한국도로공사 국감에서 고속도로 운전자의 안전 등을 이야기하면서 '로드킬을 막아야 한다'는 동물 사랑(?)을 보이기도 한 국토해양위 안홍준(마산 을) 의원의 독특한 주제도 국감의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물론 안 의원은 '로드킬로 인한 2차 교통사고 발생'에 포인트를 맞췄지만.
◇호통형(다그치는 스타일) = "말을 똑바로 해야 할 것 아니오!" 호통형의 대표 주자는 역시 강기갑 의원. 너무 답답해서였을까, 질문할 것이 많은데 마이크가 꺼졌기 때문일까?
강 의원은 국감에 나온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4대강 문제 등 질문할 것이 너무 많은 나머지 마이크가 꺼진 상황에서 소리를 지르며 호통을 치기도 했다. 이에 주변 의원들이 깜짝 놀랐다가 싱겁게 웃는 모습이 방송에 잡히기도 했다.
◇관심 받기 참 어렵네 = 김재경(진주 을)·여상규(남해·하동) 의원 등 나머지 경남권 의원들 역시 열심히 국감을 준비한다지만 상대적으로 밀리는 형국이다.
4대강 사업과 같은 전국적 이슈나 남강댐 물 문제, 신공항 유치 등 지역의 주요 현안에 비해 가시성이 떨어지는 것.
오죽하면 김재경 의원실에서는 "(자료를 주며)이거 써야 내년도 예산을 받는다"며 "지역을 위해서라도 기사로 써야 된다"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보좌진은 '죽을 맛' = 도도하게 호수에 떠 있는 백조도 물밑에서는 물갈퀴로 힘차게 물장구치며 버티듯, 국감에 임하는 의원들을 수행하는 보좌진에게 20여 일간의 일정은 녹록지 않다.
이들이 있기에 의원들의 행보도 한결 수월한 것이다. 지난 13일 밤 10시가 넘어 통화한 한 보좌관은 "오늘, 밤새웁니다." 이유를 물으니 돌아온 답은 "일을 못하니 밤이라도 새워야죠. 남은 10일 지나면 좀 나아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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