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선고하면서 123일 동안 이어져 온 정치적 혼돈이 어느 정도 가시고 있다. 정치적 변화의 첫 단추는 채웠지만 이후 향배는 쉽게 가늠이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국무총리가 위헌과 위법을 일상적으로 행하는 마당에 향후 합법적 절차조차 제대로 지킬지부터 의문이 든다.

광장에서 터져 나온 시민들의 분노와 저항이 기득권 세력의 지배 질서에 균열을 내면서 변화의 첫발이 내디뎌졌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시민들이 광장에서 외쳤던 헌법 정신이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의문 제기는 사소한 시시비비 가리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대의제 민주주의가 지닌 구조적 결함을 직접 민주주의라는 방식으로 보완한 실험의 장이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보면 선거에 기반을 둔 민주적 정치제도의 취약점부터 제대로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당장 경남 정치 지형만 놓고 보더라도 가까운 미래의 형국을 점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힘 일당이 사실상 독점하는 경남 정치 지형에서 윤석열 탄핵이라는 사건이 어느 정도 변화를 불러올지 쉽게 짐작할 수 없다. 물론 선출직 의원이나 단체장 수가 바뀌는 모양새는 생기겠지만, 지역 정치 여론에서 다반사로 존재했던 몰상식과 폭력성이 근본적으로 변화할지 의문이 든다. 또한, 정치 질서가 긍정적으로 발전하려면 정치 일선에 복무하는 주체들의 반성과 성찰이 따라야 가능하다는 지적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탄핵 대통령'을 두 사람이나 배출한 국민의힘 스스로 바뀌려는 몸부림을 보여야 정치 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도 기대할 수 있다.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광장의 요구를 빨리 현실로 만들려면 우선 주권자인 시민들의 입장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비상계엄으로 비롯된 내란 상황을 옹호했던 정치세력에 대한 준엄한 비판을 지속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잊힐 일인 양 치부해 온 그들의 뻔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치를 단순한 이념의 잣대로만 편 가르기 할 게 아니라 진정성과 순수성이라는 공동체적인 보편가치로 되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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