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낙동강 북·동쪽 감싸고
함안천·석교천 등 흘러들어
크고 작은 습지 곳곳에 형성
우수한 생태 가치 인정받아

함안은 습지의 고장이다. 남강과 낙동강이 북쪽과 동쪽을 감싸 안았고 함안천과 석교천, 그리고 광려천 등 그리로 흘러드는 물줄기가 곳곳에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으로 함안은 남북을 오가는 철새들에게 세계적으로 중요한 기착지 노릇도 하고 있다. 함안 습지는 오래전부터 사람이나 동물이나 삶을 일구고 생명을 이어온 터전이었다. 아직도 크고 작은 습지가 곳곳에 남아 있기에 취향껏 찾아가 즐길 수 있다.

 

함안 질날늪. /이서후 기자 
함안 질날늪. /이서후 기자 

◇지루하지 않은 질날늪 = 질날늪은 한눈에 봐도 멋진 습지다. 풍성하게 습지를 가득 채운 물풀과 그 둘레에 부드럽게 늘어선 버드나무들이 그윽해서 오랫동안 보고 있어도 지겹지 않다. 함안군 법수면 대송리와 우거리에 걸친 질날늪은 남북으로 1㎞ 정도 길쭉하며 너비가 대략 200m쯤이다.

2020년 5월 경남 대표 우수습지로 선정됐다. 그리고 지정 기간 3년이 지나 재평가를 거쳐 올해 다시 대표 우수습지가 됐다. 국가법령에 따른 습지보호지역은 아니지만 생태 가치가 높은 습지를 골라 제대로 보전하자는 취지다. 함안군은 지난해 질날늪 생태 구조와 기능 향상 및 생물다양성 증진, 습지의 현명한 이용을 위해 습지 특성을 반영한 보전관리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2025년까지 47억 원을 투입해 훼손된 습지 복원, 생태탐방로 조성, 가시연꽃 복원사업, 물막이 공사, 질날늪-대평늪 연계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산책로 등 편의시설은 아직 없지만 주변을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함안 대평늪. /이서후 기자 
함안 대평늪. /이서후 기자 

◇조상들의 정성 가득한 대평늪 = 질날늪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같은 산등성이를 공유하는 대평늪이 있다. 이곳은 탐방로가 잘 돼 있어서 좀 더 가까이서 습지를 살피며 산책하기 좋다. 대평늪은 질날늪과 달리 일찍부터 보호를 받았다. 근처 마을에 집성촌을 이룬 광주 안씨들이 옛날부터 습지가 마르지 않도록 물 높이를 관리해 왔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대평늪은 무려 국가 천연기념물이다. 정확하게는 '함안 대송리 늪지식물'이란 명칭이다. 1984년 문화재청이 대평늪 일대를 천연기념물 제346호로 지정했다. 우리나라에서 늪지 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한 유일한 천연기념물이다. 생태적 가치뿐 아니라 대대로 늪지를 보호한 그 정신까지 존중한 결과였다. 대평늪은 주차장, 화장실과 휴식 공간을 갖추고 있다. 둘레를 완전히 한 바퀴 돌도록 산책로도 잘 되어 있어 습지를 온몸으로 느끼며 즐길 수 있다.

함안군은 대평·질날늪을 보전하고 관광 자원화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왔다. 2021년 예산을 확보해 질날늪 17만 9064㎡를 47억 3500만 원에 매입했고, 환경부 국비 지원 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생태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평늪도 '함안 대송리 늪지식물 보전관리 및 활용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끝내고 늪지 식물조사 및 분석, 정비계획·활용 및 주변 유적(관광지) 연계 방안을 수립해 관리하고 있다.

함안 뜬늪. /이서후 기자 
함안 뜬늪. /이서후 기자 

◇작지만 알찬 뜬늪 = 함안군 군북면 월촌마을에 있는 작은 습지 뜬늪은 지난해 경남의 대표 우수습지로 지정됐다. 한 바퀴 둘러보는 데 15분이면 충분할 정도로 규모는 작지만, 풍경이 꽤 괜찮아 오래 머무르며 즐길만하다.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정비를 잘해놨다. 그동안 마을협의체에서 방치된 습지를 스스로 복원해 주변 환경 정비, 생태 모니터링 등 지속적으로 습지 관리를 했었다. 함안군은 2010년부터 이곳을 생태체험장으로 정비해 지금은 다양한 수생생물이 옹기종기 살고 있다. 덕분에 이런 작은 습지에도 철새가 날아들어 쉬기도 하고, 먹이도 구한다.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활동 =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대표이사 정판용)은 함안 지역 습지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함안군 법수자연생태늪(대평~질날) 복원사업 △도 대표 우수습지 재지정 관련 조사사업 △람사르 초록기자단 활동을 들 수 있다. 특히 법수자연생태늪 복원사업은 대평늪에서 질날늪 사이 끊긴 생태 축을 연결해 자연 생태계를 보전하고 생물다양성을 키우는 사업이다. 재단은 복원사업에 따른 질날늪의 생태계 변화를 조사 중이다. 이런 활동은 올해 질날늪이 도 대표 우수습지로 재선정되는 데 도움이 됐다.

뜬늪과 관련해서도 재단은 현재 '뜬늪 관리계획 수립 사업'을 수행 중이다. 이 사업은 뜬늪의 지질학적 특성, 생태적 특성과 위협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체계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재단은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리 방안을 도출해 함안군에 제출할 예정이다.

◇악양생태공원 = 질날늪, 대평늪, 뜬늪과 더불어 남강 변에 있는 악양생태공원은 전국에서 가장 긴 둑과 핑크뮬리로 유명하다. 어린이 놀이시설, 야외공연장, 방문자센터 등을 갖추고 있어 놀거리와 볼거리가 많다.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생태테마관광 육성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아이들 친화형 상설체험 프로그램 등 체험활동도 자주 벌어진다.

공원을 벗어나 악양둑방길을 걸으며 탁 트인 풍경을 만끽해도 좋다. 함안은 우리나라에서 제방이 가장 많은 고장이기도 하다. 전부 다 합하면 570km를 웃돈다는데 실은 더 많을 것이라고 얘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남강과 함안천은 물론 그 밖에 석교천을 비롯한 크고 작은 물줄기가 많기 때문이다. 악양생태공원 바로 옆에는 1800년대에 만들어진 악양루(岳陽樓)가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 보면 남강 물줄기 따라 아련하게 펼쳐진 습지와 함안천과 남강이 만든 풍성하고 너른 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세계문화유산 말이산고분군 = 남강 변을 둘러봤다면 함안군 가야읍에 있는 '우두머리의 산' 말이산고분군으로 향해보자. 지난 9월 말이산고분군을 포함한 가야 고분군 7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올랐다. 그중에 말이산고분군은 가장 긴 세월 동안 조성됐다는 특징이 있다. 가야역사는 크게 전기와 후기로 나눈다. 전기는 김해 가락국이, 후기는 경북 고령의 대가야가 맹주국이었다. 그런데 전기와 후기 모두 중심 세력으로 등장하는 게 함안 아라가야다. 말이산고분군에서 출토되는 유물로 미뤄 당시 국세가 얼마나 강대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말이산 능선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13호분 무덤방 천장 덮개석에서는 남두육성(북두칠성을 닮아 은하수 궁수자리에 있는 6개 별을 합쳐 부르는 이름)과 청룡 별자리 등 고대 동양 별자리를 비롯한 134개 별로 이뤄진 은하수가 확인됐다. 가야 고분군에서 별자리가 확인된 것은 최초로, 이는 중국-고구려-가야로 이어지는 고대 동아시아 천문사상 교류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 45호분에서는 봉황 장식 금동관을 비롯해 사슴 모양 뿔잔, 집 모양 도기, 배 모양 도기 등 상형도기가 출토됐다. 이 중 금동관은 고대 중국 전설에 나오는 상상의 새인 봉과 황이 마주 보는 형태로 만들어졌는데, 이 세움장식 형태 금동관은 삼국시대 금속공예품 가운데 첫 사례로 당시 아라가야 위세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고분군을 둘러보기 전 함안박물관을 찾아 이런 내용을 먼저 확인하면 좋다. 박물관에는 이 외에도 가야사, 고분군과 관련한 알차고 재밌는 볼거리가 많다.

<끝>

 /이서후 기자

* 습지 보전 인식 증진 및 생태관광지 추가 발굴을 위해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과 경남도민일보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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