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육상서 카누 전향
입문 두 달여 만에 소년체전 4위

본가 부산과 가까운 경남 이적해
10년간 40여 개 대회 모두 우승

입단 당시 전국체전 10연패 약속
"내년 김해 체전서 달성하고파"

경남체육회 김국주는 카누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는 경남에서 수없이 많은 우승을 경험했으며, 지금은 전국체전 10연패라는 대업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카누에서 전국 최고 선수로 성장한 김국주는 어린 시절 육상 유망주였다. 그는 초등학교 때 육상을 시작해 중학교 때는 창 던지기로 전국소년체전 부산 대표에 선발되기도 했다. 그가 중학교 3학년 때 갑작스럽게 종목을 바꾼 이유는 진학을 희망하던 고등학교 지도자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해당 지도자는 당시 키가 작고 왜소했던 점을 언급하며 부정적인 이야기를 했고, 김국주는 어린 나이에 큰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육상을 내려놓을 마음으로 귀가하던 길에 같은 학교 카누 감독과 마주쳤고 카누를 해보지 않겠냐는 권유에 종목을 바꿨다.

경남체육회 김국주가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연수 기자 ysu@idomin.com

김국주는 “육상에서 열심히 했고 1등도 했는데 작아서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어린 나이에 상처를 받았다”며 “처음에는 카누가 뭔지도 몰랐다. 감독님 권유에 그 자리에서 바로 갈아입을 옷도 없이 차에 올라탔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카누는 김국주에게 잘 맞는 옷이었다. 김국주는 금세 카누에 재미를 붙였고 추운 겨울 얼음을 깨고 들어가 훈련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추위를 녹이려 피운 모닥불에 화상을 입는 사고가 있었지만 그를 막아서지 못했다. 의사는 화상 부위에 물이 닿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했으나 장갑을 껴가며 힘차게 노를 저었다. 그 결과 두 달이라는 짧은 훈련 기간에도 그는 전국소년체전 4위라는 우수한 기록을 남겼다.

준수한 성적에도 그는 만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학교 마지막 대회에서 메달을 목에 걸지 못하면 카누를 그만두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김국주는 “코치님은 앞으로 잘할 텐데 왜 그런 이야기를 하냐며 말렸다. 어릴 때부터 저만의 목표를 설정하면 이야기하고 행동해야 하는 성격이었다”며 “그 대회에서 결과적으로 3등을 했고, 지금까지 수많은 금메달을 땄지만 카누를 계속할 수 있게 해준 그 메달이 가장 소중하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진학 후에도 그의 고집스러울 만큼 강한 뚝심은 여전했다. 첫 대회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다면 삭발을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고, 메달 획득에 실패한 그는 실제로 삭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비록 첫 대회에서 목표한 바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가 보여준 강한 의지는 곧바로 다음 대회 입상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김국주(왼쪽 첫째)가 김해카누경기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김연수 기자
김국주(왼쪽 첫째)가 김해카누경기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김연수 기자

경기 남양주시청에서 실업팀 생활을 시작한 김국주는 전북체육회를 거쳐 경남에 입단했다. 가족이 있는 부산과 가까운 곳이라는 점과 자신을 한 단계 성장시켜줄 지도자가 있다는 점이 그를 경남으로 이끌었다. 김국주는 “어머니가 중학교 1학년 때 암에 걸리셨고 아버지는 제가 태어날 때 한쪽 시력을 잃으셨는데 20살이 되던 때 남은 눈도 실명하셨다. 부모님을 자주 뵐 수 있는 가까운 곳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싶었다”며 “임용훈 감독님과 대화했을 때 경남에 가면 더 발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국주에게 경남 이적은 신의 한수였다. 경남 이적 후 10년 동안 그는 40여 개 대회 K1 200m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절대 강자로 올라섰다. 특히 임 감독과 찰떡궁합이 원동력이 됐다. 그는 “저는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한다. 감독님이 말하는 대로 따라가면 항상 결과가 좋았다”며 “지난해에도 스스로를 의심할 때 감독님이 잡아주셨다. 신뢰가 정말 많이 쌓였고 1%의 의심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 감독님은 항상 제 뒤를 든든히 지켜주는 아버지 같은 존재”라고 덧붙였다.

김국주는 경남에 오면서 임 감독에게 전국체전 K1 200m 10연패를 약속했다. 지난해가 10연패 도전이 예정된 해였으나 코로나19 탓에 2020년과 2021년 경기가 열리지 못하며 약속은 조금 미뤄졌다. 그는 “경남에 와서 지금까지 한 번도 패한 적이 없기 때문에 2년이라는 시간이 많이 아쉽다. 하지만 지나간 건 어쩔 수 없다”며 “내년 전국체전이 김해에서 열린다. 올해 우승하고 내년에 10연패 달성을 한다면 더 의미 있고 기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국주는 올해 K1 200m 9연패와 함께 단체전 K4 500m 우승에 도전한다. 김국주는 “동료들과 함께 일궈낸 단체전 메달이 개인전 메달보다

더 값지고 기분이 좋다”며 “외부에서는 우리 팀을 메달권으로 보지 않지만 동료들과 열심히 훈련하고 있고 감독님이 잘 이끌어주시는 만큼 좋은 결과를 만드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임용훈 감독이 김국주를 지도하고 있다. /김연수 기자
임용훈 감독이 김국주를 지도하고 있다. /김연수 기자

그러면서 “감독님이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주시고 시간이 지나면서 가족 같은 느낌을 많이 받는다”며 “처음 경남에 올 때만 해도 이 팀에 10년이나 있을 거라고 생각 못했다. 몇 년 전부터는 다른 팀에 가겠다는 생각이 없어졌고 꼭 경남에서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끝>

/이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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