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죄 묻지 않는 검찰공화국
반성·성찰 시민만 갖춰야 할 소양인가

"뉴스가 뭐고?"

한 방송사 선배가 혼잣말처럼 질문을 툭 던졌다. 어수룩한 다른 매체 후배에게 애초부터 기대하는 답은 없는 듯했다. 사람이 개를 물고 어쩌고 같은 답을 떠올렸으나 입을 다물었다. 극적인 효과를 거두기에 적당한 침묵이 흐르자 때가 됐다는 듯 그는 선언했다.

"내가 취재하고 보도해야 뉴스지."

눙치는 웃음과 거들먹거리는 모습이 자신감으로 보였다. 언론이 내세울 힘이라는 게 저런 것인가 싶어 덩달아 우쭐했다. 그래, 어쨌든 기자가 써야 기사 아닌가.

20년 전 몹시 못난 이야기다. 언론이 정보와 유통을 독점할 수 없는 지금 우스갯소리로 분류하기도 민망한 기억이다.

"죄가 뭔지 압니까?"

8년 전 일로 기억한다. 취재 내용으로 자문하던 변호사에게서 느닷없이 받은 질문이다.

"법을 어기면 죄 아닙니까?"

이런 대화에서 당연히 정답일 리 없는 답은 적당한 추임새가 된다. 그럴 줄 알았다는 흐뭇한 표정으로 변호사는 답을 이어갔다.

"검사가 죄가 있다고 해야 그때부터 죄입니다. 법을 어겨도 검사가 죄가 있다 하기 전에는 죄 아닙니다. 그전에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거꾸로 죄가 없어도 죄가 있다 하면 죄가 됩니다."

뉴스가 무엇인지 비뚤어지게 학습한 덕에 너무 쉽게 이해했다. 양심에 벗어난 짓이라고 죄가 아니다. 도덕적이지 않아서 죄가 되는 게 아니다. 심지어 법을 어겼다고 해도 죄가 아니다. 스스로 죄를 인정하는 사고는 평범한 시민에게나 해당하는 영역이다.

죄는 검사 가라사대 '죄가 있으라' 하는 순간부터 발생한다. 죄는 그렇게 만들어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검사가 아니라고 하면 확실한 영상조차도 그저 불충분한 증거다.

마침 이 구조를 아주 잘 알고 체화한 이들이 대통령도 하고 법무부 장관도 하고 행정안전부 장관도 하고 있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은 개인 소양이다. 아울러 한 사회가 작동하는 중요한 원리이기도 하다. 각자 누리던 자유와 권리가 상대 영역을 침범했을 때 그것을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아는 만큼 사회는 분쟁과 갈등,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세련된 사회일수록 잘못과 책임,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양하며 진지하다.

지금 대통령과 정부는 좀처럼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할 줄 모른다. 격노와 수사만 차고 넘친다. 애초에 잘못이 없으니 책임을 고민할 리 없다. 그들 스스로 찾지 않을 잘못을 또박또박 규정해 줄 검사는 있을까? 검찰 수사권 조정 때 들고일어났던 정의로운 평검사들 안부가 갑자기 궁금하다. 검찰 권력이 독주하면 먼저 나서서 막겠다 했는데…. 반성·성찰은 평범한 시민만 갖춰야 할 소양인가 보다.

/이승환 뉴미디어부장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