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기념식 '자위대'삼행시 우연일까
정부·여당 '선택적 예민함'이 더 괘씸

이 칼럼을 누구보다 먼저 읽을 게 분명한 논설여론 담당 국장 이름은 유은상이다. 20년 넘게 겪었지만 경남도민일보 구성원 중 누구보다 자애롭고 살가운 사람이다. 괘씸한 후배는 그런 선배 이름으로 이런 장난을 친다.

은상아
상받니
아니오

가로·세로 어느 방향으로 읽어도 같다는 게 핵심이다. 선배가 상복(賞福)이 좀 없는 편이었다는 서사까지 덧붙이면 장난 수위는 더 올라간다.

은상아
상주까
아까비

이런 장난이 일상인지라 3.1절 기념식 때 대통령 뒤에 걸린 문구를 보고 경악했다.

자)유를 향한
위)대한 여정
대)한민국 만세.

사진을 보자마자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줄 알았다. 누가 만들었을까? 짐작하건대 저 문구 구성과 배치는 매우 의도적이다. 세상 돌아가는 과정에 우연과 우연이 얽히고설켜 차고 넘친다고 해도 저따위 우연은 없다. 더 넘겨짚자면 '자위대'를 먼저 박아놓고 말이 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선배 이름으로 치는 장난과 그 구조가 별반 다르지 않기에 동종업계(?) 전문가로서 견해다. 더 나아가 누군지 모를 제작자는 성공적인 문구 배치를 자축하며 뿌듯해했을 테다. 끼리끼리 모였다면 같잖은 영향력과 그 빌어먹을 감각을 한껏 뽐냈을 것이다.

그저 억측일까? 백 번 양보해서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 구성원에게 은유적 감각 같은 게 아예 없다고 치자. 애초에 그렇다면 '자위대' 삼행시는 지나친 오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은 3.1절 바로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아주 떵떵거리면서 과시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MBC를 겨냥해 '선을 넘었다'고 경고했다. 한 위원장은 "MBC에서 일기예보를 통해 민주당 선거운동성 방송을 했다"고 말했다. 배경 화면에 등장한 사람 키보다 큰 '파란색 1'을 문제 삼았다. 그 대단한 메시지를 잡아낸 게 스스로 기특했는지 다그치는 말투와 표정에 자신감이 넘쳤다. "미세먼지 핑계로 1을 넣었다던데 2를 넣을 핑계도 많을 것이다. 어제보다 2도 올랐다고 넣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이쯤 되면 같은 당 동지들이 말려야 할 수준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파란색 숫자 1'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넘기는 앞선 감각을 발휘한다. 그러니까 이 정도 감각이 있는 조직이라면 훨씬 수준이 낮은 '자위대' 삼행시에 담긴 고의성을 놓칠 수 없다. 그래서 그때도 지금도 괘씸하다.

그래도 '선택적 예민'으로 일상이 피곤할 분들과 이 노래는 공유해야겠다. 40년 전 KBS 에서 매일 들었던 노래다.

숫자 1은 뭘까 맞춰 봐요 무얼까 맞춰 봐요 / 공장 위의 굴뚝, 공장 위의 굴뚝.
숫자 2는 뭘까 맞춰 봐요 무얼까 맞춰 봐요 / 연못 속의 오리, 연못 속의 오리.

숫자가 바뀌는 사이마다 즐거운 표정과 어깨를 좌우로 흔드는 율동으로 '라랄라랄라'를 넣어야 한다. 숫자 1은 민주당이 아니다. 숫자 2는 국민의힘이 아니다. 라랄라랄라!

/이승환 시민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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