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순화·외국어 뜻풀이 등
보도자료 쉽게 쓰기 노력 늘어
도교육청 국어전문가 채용처럼
쉬운 공공언어 확산 의지에 달려

공공 기관의 특정 정책이나 사업 대상이 대중적일수록, 보도 자료는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공공 기관의 보도 자료는 느리지만 조금씩 바뀌고 있다. 과거 뜻풀이가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외국어·외래어가 난무했다면, 우리말로 바꿔 적거나 뜻풀이를 별도로 적어 놓는 사례도 늘고 있다.

◇보도 자료는 변화 중 = 경남교육청이 지난 8월 내놓은 한 보도 자료를 보자. 도교육청과 직업계고, 경남정보통신기술(ICT)협회 등이 '지역 혁신 인재 채용을 위한 민관 협력 구축을 약속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행사 사진에는 '민관 협력' 대신 '거버넌스'라고 현수막이 걸려 있다. 보도 자료에는 적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도교육청은 보도 자료에 '거버넌스'를 자주 사용했었다. 별 다른 뜻풀이도 안 했었다.

올해 1월 도교육청이 경남도·㈜우아한형제들과 정보기술(IT)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 소식을 알릴 때도 흔히 쓰는 '로드맵' 대신 '단계별 이행안'이라는 표현을 썼다. 역시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로드맵'을 썼던 것과 다르다.

올해 들어 도교육청의 보도 자료 속에서는 MOU(업무협약), 팬데믹(대유행),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등 외국어 표현을 찾아보기 어렵다. 'SNS' 대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표기 방식도 원칙을 지키고 있다.

경남도 누리집에서 '언택트'로 보도 자료 제목을 검색하면 2020년 4월 27일 자 '드라이브 여행에 이은 언택트 힐링관광 18선 추천'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보도 자료에서, '언택트'가 처음 등장했다. 같은 해 6월 4일 자 '경남도, 언택트 교육으로 실리콘밸리를 배우다!'라는 보도 자료에도 쓰였지만 이후에는 '비대면(언택트)'으로 병기한 사례까지 3건만 검색될 뿐이다. 반면에 비대면으로 검색하면 65건에 달하는 보도 자료가 나온다.

경남교육청이 지난 8월 연 행사 사진. 사진 속 현수막에는 '거버넌스'라고 적혀 있지만, 도교육청은 보도 자료에서 '민관 협력'이라고 고쳐썼다. 이처럼 공공 기관의 공공 언어 쉬운 우리말 쓰기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경남교육청이 지난 8월 연 행사 사진. 사진 속 현수막에는 '거버넌스'라고 적혀 있지만, 도교육청은 보도 자료에서 '민관 협력'이라고 고쳐썼다. 이처럼 공공 기관의 공공 언어 쉬운 우리말 쓰기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창원시 누리집에서도 언택트로 검색된 보도 자료는 2020년 6~10월 사이 5건뿐으로 이 기간 이후 보도 자료 제목에서는 비대면이 사용됐다. 함안군 누리집에서도 언택트를 제목에 사용한 보도 자료는 1건(2020년 10월 15일 자) 검색됐고, 비대면으로 검색된 보도 자료는 30건이었다.

2020년 초 코로나19 세계적 유행으로 신조어 '언택트'가 사회 전반으로 널리 퍼졌으나, 언어 전문 기관에서 우리말 '비대면'으로 사용하기를 권고하면서 공공 기관의 보도 자료에서는 '언택트' 대신 '비대면'이 자리를 잡았다.

국어기본법에서 규정한 외국어 표기 원칙에 따라 잘 작성된 보도 자료도 눈에 띈다. 김해문화재단이 지난 8월 내놓은 '김해 관광시설, MZ세대 취향저격 나선다'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가 대표적이다. 해당 보도 자료에서는 'SNS, 인플루언서, BJ' 등 외국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기 영향력자(인플루언서), 방송지기(BJ)'로 표기했다. 'MZ세대' 또한 괄호 속에 1980~2000년대 출생으로 의미를 풀이해주고 있어 독자가 용어를 이해하기 쉽도록 돕고 있다.

FGI(focus group interview)→초점집단면접(FGI), 홈페이지→누리집, 에코플로킹→환경정화로 바꿔 쓰는 것처럼 대부분 지자체들이 보도 자료에서 어려운 외국어·외래어·한자어 대신 쉬운 우리말로 바꿔 쓰려는 노력은 곳곳에서 보인다. 하지만 우리말과 외국어 표기 순서를 뒤바꾼 경우가 종종 눈에 띄기도 한다. 담당자들이 보도 자료를 작성할 때 조금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할 부분이다.

◇'의지' 문제 = 경남교육청이 내놓는 보도 자료에서 외국어·외래어·한자어를 비롯해 권위적·차별적 표현이 점점 사라지는 이유는 뭘까. '국어 전문가'를 채용하면서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도교육청은 지난 2월 국어 전문가를 채용했다. 국어 전문가는 보도 자료 감수, 찾아가는 공공 언어 직장 교육 등을 맡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는 지난 2020년 8월 '국어책임관' 제도 실효성을 높이고자 전문 인력을 둘 수 있게 하는 국어기본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었다. 지난해 개정안 심의 과정에서 국어 전문 인력 내용은 빠졌다.

그럼에도 도교육청은 국어 전문가를 채용했다. 이는 교육기관으로서 '국어 바르게 쓰기' 모범을 보이겠다는 박종훈 교육감의 의지로 추진된 것이다.

박종훈 교육감은 "외국어, 어려운 한자어, 무분별한 줄임말 등을 많이 사용하면 결국 누군가가 소통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며 "우리말을 쉽고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일"이라고 강조해 왔다.

결국은 정책이나 사업을 추진하면서 대상자에게 더 쉽게, 소외되는 이 없이 전달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경남도도 어느 정도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사)한글문화연대가 올해 지방선거 전후 2개월간 보도 자료 속 불필요한 외국어 등을 분석한 결과 경남도는 6월 56%에서 7월 51.3%로 감소했다. 17개 시·도 평균은 6월 53.7%에서 7월 54.4%로 증가했다.

/김희곤 강해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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