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거창·진주 농장들 처참
태풍에 사과·배 나무 꺾이고
떨어진 과실, 바닥에 뒹굴어
"쓸려 내려가 버린 것도 많아"
일부는 낙과율 80% 망연자실

다른 분야보다 과수 농가 피해가 컸다. 태풍 '힌남노'가 경남을 쓸고 지나가면서 밀양 얼음골사과와 거창 사과가 떨어졌고, 진주에서는 배 재배 농가들이 낙과 피해를 봤다.

밀양시 산내면 삼양리 상양마을 황진원(45) 씨 농원에서는 수확 직전인 홍로 사과가 떨어진 것은 물론이고 175그루가 넘는 사과나무 대부분이 태풍에 부러지거나 가지가 찢어졌다. 농장 입구에 집중된 것처럼 보이던 낙과와 부러진 가지가 입구에서는 보이지 않던 산비탈을 따라 끝도 없이 계속 이어졌다. 

황 씨는 "올 추석에 내놓을 사과 수확을 앞두고 있었다"면서 "좁은 지역에 워낙 밀식으로 사과나무가 심겨 있었고, 수확기 직전의 사과 무게까지 더해지면서 오늘 새벽 태풍을 견뎌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밀양시 산내면 삼양리 상양마을 황진원(45) 씨 농가에서는 수확 직전인 '홍로' 사과의 낙과 피해는 물론, 175그루가 넘는 사과나무 대부분이 태풍에 부러졌다. /이일균
밀양시 산내면 삼양리 상양마을 황진원(45) 씨 농가에서는 수확 직전인 '홍로' 사과의 낙과 피해는 물론, 175그루가 넘는 사과나무 대부분이 태풍에 부러졌다. /이일균 기자
밀양시 산내면 삼양리 상양마을 황진원(45) 씨 농가에서는 수확 직전인 '홍로' 사과의 낙과 피해는 물론, 175그루가 넘는 사과나무 대부분이 태풍에 부러졌다. /이일균
밀양시 산내면 삼양리 상양마을 황진원(45) 씨 농가에서는 수확 직전인 '홍로' 사과의 낙과 피해는 물론, 175그루가 넘는 사과나무 대부분이 태풍에 부러졌다. /이일균 기자

황 씨는 "낙과 피해 보상은 떨어진 사과 숫자를 기준으로 산정하는데 떨어진 사과 대부분이 바람과 비에 쓸려 내려가 버려 제대로 피해 산정이 되지 않을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보이는 낙과는 일부에 불과하다. 인근에 쓸려 내려간 것까지 제대로 산정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빨갛게 익은 사과 알들이 농장 입구 농로를 따라 근처 상양마을 골목 구석구석까지 굴러내려 가 있었다.

인근 산내면 봉어리 가라마을 임종주 씨 농원은 사과 15∼20%가 떨어지는 피해가 났다. 평지의 사과나무 농장을 따라 어떤 곳에서는 떨어진 사과가 나무에 달린 사과보다 많았다.

이곳 사과는 올 11월에 수확할 '부사' 종류다. 

이상열 밀양얼음골사과협의회 회장은 "한참 성장기인 이 시기에 떨어진 과실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말했다. 아직도 두세 달은 더 버텨야 굵은 얼음골사과가 될 수 있는데, 지금 떨어진 사과는 어떤 형태로든 돈이 되기 어렵다는 말이었다.

밀양시 산내면 내 1300여 얼음골사과 농가들은 이처럼 크고 작은 태풍 피해를 봤다. 

이 회장은 "사과 특성상 이 시기에 오는 태풍에는 꼼짝도 할 수 없다"라며 "전체 1300여 사과농가마다 10∼15%가량 떨어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회장은 "보통 9월부터 11월까지 한반도에 상륙하는 태풍 대여섯 개 중에서 한두 개는 꼭 피해를 낸다"면서 "과실은 물론 나무까지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된 경우가 많지만, 피해를 당할 때마다 망연자실해진다"며 한숨을 쉬었다.

6일 오후까지 얼음골사과 농가의 태풍피해 접수 건은 산내농협과 남명농협에서 각각 1000건과 500건을 넘었다.

사과 낙과 피해는 경남 도내 주산지인 거창군 고제면에서도 나타났다. 고제면을 중심으로 사과나무 20그루 이상이 쓰러졌고, 2% 이상 낙과가 발생했다. 

고제면에서 사과농장을 운영하는 오창훈(46) 씨는 "태풍이 빨리 지나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낙과가 심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서둘러 수확하는 등 태풍에 대비해 그나마 피해가 적었다"고 말했다.

박완수 경상남도지사는 6일 오전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은 진주시 문산읍 배 과수농가를 방문해 피해 현장을 둘러보며 신속한 응급복구를 약속했다. /경상남도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조규일(왼쪽 둘째) 진주시장이 6일 오전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은 진주시 문산읍 배 과수농가를 방문해 피해 현장을 둘러보며 신속한 응급복구를 약속했다. /경남도

국내 대표 배 재배지인 진주시 문산읍 옥산, 원촌, 정동마을에서도 배 낙과 피해가 많이 발생했다.

진주지역에는 이날 새벽 최대풍속 초당 28.9m 강풍이 불면서 벼 쓰러짐, 시설하우스 비닐 찢김, 과수 낙과피해가 발생했는데, 특히 배 재배농가 피해가 컸다.

원촌마을에서 8000평 규모로 원황과 신고 배를 재배하고 있는 한 농민은 "신고배의 절반 정도가 낙과했다. 고지대는 더 심하다. 만생종인 신고배는 아직 맛이 들지 않아 출하도 못해 막막하다"고 밝혔다.

이맹구 대호마을 이장은 "재배 중인 배 약 50%가 떨어진 것 같다"며 "태풍이 빨리 지나가서 다행이지만 추석을 앞두고 큰 피해를 남기고 갔다"고 허탈해했다.

이날 박완수 도지사와 조규일 진주시장이 현장을 방문한 두산마을 일부 농가는 80% 가까이 낙과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진주시 관계자는 "낙과 피해는 지역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전체적으로는 낙과율은 30% 정도로 파악하고 있는데 세밀하게 조사하면 피해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일균 김태섭 김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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