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20분 만에 빠진 힌남노
"진행 속도가 빨라 경남에 머문 시간 짧았다"
시민의식과 철저한 대비 덕분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규모에 비해 큰 피해를 주지 않고 경남을 지나갔다. 애초 힌남노는 태풍 강도나 진로가 2003년 불어닥친 매미와 흡사하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태풍 매미 때 인명 피해가 컸던 만큼 시민들은 긴장 속에 밤을 보냈지만, 걱정했던 것 보다는 피해가 적었다.

힌남노 영향권에 있던 4~6일 경남 도내에는 평균 154.9㎜ 비가 내렸다. 강한 바람과 함께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힌남노는 6일 오전 4시 40분께 거제 부근에 도착했다가 2시간 20분 만에 동해로 빠져나갔다. 오전 6시 부산을 거쳐 오전 7시 10분께 울산 앞바다로 진출했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세력이 강한데 힌남노 중심기압은 1959년 사라나 2003년 매미가 상륙했을 때와 비슷했다.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내린 2022년 9월 6일 창원시 의창구 동읍 삼거리로 흙들이 밀려 내려왔다. 9시 35분 복구반이 청소작업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내린 2022년 9월 6일 창원시 의창구 동읍 삼거리로 흙들이 밀려 내려왔다. 9시 35분 복구반이 청소작업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힌남노는 우리나라 쪽으로 북상하기 전부터 ‘초강력’ 급이었다. ‘초강력’ 급은 중심 최대 풍속이 54m/s 이상이다. 강한 태풍일수록 주변 공기를 빨아들여 중심기압이 낮게 측정된다. 힌남노 최저해면기압은 955.9 헥토파스칼(hPa)를 기록해 사라와 매미에 이어 역대 3위다. 평균 풍속 최고치는 37.4㎧로 역대 1위를 차지한 매미(51㎧)와 차이가 났지만, 역대 8위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예상보다 도내 피해가 적었던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이번 태풍의 진행 속도가 빨라 경남에 머문 시간이 짧았다는 것을 한 원인으로 꼽았다.

이동인 부경대학교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태풍 진로가 남동쪽으로 치우쳐 있어 지형이나 내륙 지역 영향을 받지 않아 그대로 올라왔다”며 “바다를 타고 올라왔기 때문에 진행 속도가 빨랐고, 회전 방향을 따라 북동쪽으로 빠졌다”고 말했다.

태풍이 진로 변경 없이 지나갔기 때문에 속도가 빨랐고, 그만큼 경남 지역에 머무는 시간이 적었다는 분석이다. 태풍 매미로 큰 피해를 봤던 창원 지역에 이번 태풍이 머문 시간은 1시간 남짓으로 추정되고 있다.

무엇보다 시민들과 공공기관의 안전의식과 사전 대비가 빛을 발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중배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기상학적으로 봤을 때 힌남노는 매미와 강도나 진로가 흡사해서 굉장히 강한 태풍이었다”며 “하지만 언론에서 역대급 태풍이라고 계속 예고했고, 이에 시민들과 공공기관 등이 경각심을 갖고 대비한 덕에 피해가 적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부산지방기상청은 추석 연휴를 앞둔 7일과 8일에는 맑을 것으로 내다봤다. 경남지역 7일 아침 최저기온은 14~19도로 평년보다 2~4도 낮겠고, 낮 최고기온은 28~30도로 예상했다. 8일 아침 최저기온은 13~19도, 낮 최고기온은 28~29도로 평년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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