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기관·구단 홍보자료
전문 용어 설명없이 사용
업계 밖에선 이해 어려워
"우리말 없다" "관심 쓸려"
대체어 찾기 노력 필요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단체 등이 내놓는 경제·체육·문화예술 등 분야 보도 자료 속에도 외국어·외래어 등이 넘쳐 난다. 각 분야 특성상 외국에서 들여온 전문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 사례가 흔했다. 특수 분야라 해도 전문 지식이 없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내놓는 보도 자료는 그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실은 어떨까. <경남도민일보>는 도내 기업과 문화예술 분야 공공 기관, 프로 스포츠 구단이 배포하는 보도 자료를 살펴봤다.

◇어려운 전문 용어 곳곳 = 민간 기업이 성과 등을 알리려 내놓은 보도 자료를 보면 전문 용어가 자주 쓰여 이해하기 어려운 사례가 잦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사우디아라비아와 8400억 원 규모 해수담수화 플랜트 건설 공사를 계약했다고 알리면서 “설계부터 기자재 제작과 설치, 시운전에 이르는 과정을 ‘EPC’ 방식으로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EPC는 설계(engineering)·조달(procurement)·시공(construction) 영문 첫 글자를 딴 말로, ‘설계와 부품·소재 조달, 공사를 한꺼번에 수주했다’고 풀어쓰면 쉽다.

현대위아는 <2022년 지속가능보고서> 발간 소식을 전하면서 ‘RnA(로봇 및 자율주행)’ 표현을 썼는데, 우리말을 먼저 적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같은 보도 자료 속에는 ‘4륜구동(4WD)’처럼 알기 쉽게 적은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스포츠 용어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자주 쓰는 말이지만, 평소 해당 종목에 관심이 없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낱말이 난무한다.

지난 8일 자 경남FC의 보도 자료를 보면, 평소와 달리 설기현 감독이 4-3-3 ‘포메이션’을 준비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후반 34분 김세운의 ‘크로스’를 티아고가 강력한 ‘헤더’로 마무리했다는 내용도 있다. 포메이션은 ‘진영’으로 바꿀 수 있다. 크로스는 사전적으로 축구 경기에서 공격을 하면서 골문 근처에 있는 선수에게 공을 보내는 것을 말하고, 헤더는 축구에서 머리로 공을 다루는 패스나 슛을 말한다.

울산현대모비스 피버스 농구단은 지난달 외국인 선수 영입을 알리면서 ‘빅맨’이라고 소개했는데, 별다른 설명은 없다. 농구에서 빅맨은 키가 큰 선수로, 주로 파워포워드나 센터 자리를 맡는 선수를 뜻한다.
스포츠 구단이 행사를 기획하면서 쓰는 외국어·외래어도 넘쳐난다. NC다이노스는 지난 7월 29~31일 경기 때 행사를 알리는 보도 자료에서 패턴(무늬), 펫(반려동물),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 낱말을 우리말 풀이 없이 썼다.

다만, 체육 분야 관련 외국어·외래어는 우리말로 바꾸려 해도 딱 들어맞는 낱말이 없기도 하고, 오랜 기간 쓰인 까닭에 오히려 전달력이 떨어질 수도 있어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스포츠구단 홍보 담당자는 “경기 내용을 전달할 때 마땅한 단어가 없어 우리말로 바꾸기도 쉽지 않다. 외국에서 들여온 체육 종목이 많기 때문”이라며 “또 우리말로 일일이 풀어 쓰면 지나치게 길어지고 어색해져 오히려 전달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각종 행사를 열면서 될 수 있으면 외국어나 외래어를 쓰고 싶지 않지만, 관심을 끌려면 어쩔 수 없을 때가 잦다”고 말했다.

◇공공 기관도 상황은 비슷 = 경제·문화예술 분야 공공 기관의 보도 자료에서도 민간 기업과 마찬가지로 외국어로 된 전문 용어가 자주 눈에 띈다.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는 동남권 메가시티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개최를 알리는 보도 자료에서 ‘로켓 피치(rocket pitch)’라는 단어를 뜻풀이 없이 사용했다. 로켓 피치는 예비창업자가 자신의 사업 구상을 짧은 시간 동안 자유롭게 발표하는 자리를 일컫는 말이다. 이 용어는 ‘사업 구상 발표회’ 정도로 바꿔 쓰면 되겠다.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는 같은 보도 자료에서 ‘로드쇼’(순회 설명회), ‘스타트업’(새싹 기업·창업 초기 기업), ‘멘토링’(상담·지도) 같은 용어를 사용하면서 의미 설명은 하지 않았다.

또 경남테크노파크는 도내 투자 유치를 희망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자문데이’를 열었다는 기사를 내면서 ‘IR’라는 단어를 썼다. IR는 인베스터 릴레이션스(Investor Relations)의 약자로 기업이 자본 시장에서 정당한 평가를 얻기 위하여 주식 및 사채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홍보 활동을 뜻한다. ‘기업 투자 설명회’로 고치면 전문 지식이 없더라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거제문화예술회관은 어린이 전시를 홍보하는 보도 자료에서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도슨트란 미술관이나 박물관 따위에서 관람객에게 전시와 관련한 설명을 해 주는 사람을 뜻하는 낱말로, ‘해설사, 전시물 해설사, 전문 안내원’ 등으로 바꿀 수 있다. 같은 기사에서 색칠 체험 프로그램을 ‘컬러링’ 체험 프로그램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외국어 전문 용어를 사용하더라도 그 의미를 풀이해 주려 노력하는 사례도 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콘텐츠 창업 아이디어 해커톤을 소개하면서, 개최 알림 자료에서 ‘해커톤이란 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로 한정된 시간 내에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모델을 완성하는 행사를 말한다’면서 그 뜻을 설명해 주고 있다. 참고로 <쉬운 우리말 사전>에서는 해커톤을 ‘끝장 토론’으로 다듬기를 권하고 있다.

김해문화재단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해 온라인 홍보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홍보성 기사에서 ‘영향력자(인플루언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방송지기(BJ)’처럼 우리말을 먼저 쓰고 괄호 안에 외국어를 나란히 적는 방식으로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김희곤 강해중 기자

감수 김정대 경남대 한국어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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