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우리말 비교 설문조사
187명 중 61.4% "우리말 쉬워"
"기관 자료 받아쓴 언론도 책임"
정책 용어 우리말로 쉽게 쓸 때
753억 원 시간비용 절감 효과도

<경남도민일보>가 보도한 기사에서 외국어, 외래어, 어려운 한자어 등이 나타난 문구를 우리말로 풀어 써서 비교하는 설문 조사를 했더니, 우리말이 훨씬 더 읽고 이해하기 쉽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설문 조사(중복 선택)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온라인에서 '구글폼' 도구를 이용해 진행했다.

설문은 우선 ①남해군이 워케이션 명소화를 추진한다 ②김해시가 중고 로봇 리퍼브센터를 구축한다 ③R&D 인재 역량 강화를 추진한다 ④AI 차단을 위해 분주하다 ⑤커뮤니티실을 조성하기로 했다 ⑥물류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⑦문건은 사료로 가치가 높다 ⑧수중 플로깅과 비치코밍 활동을 했다 ⑨밀양시는 주민자치회 맞춤형 워크숍을 개최했다 ⑩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했다 등 <경남도민일보>에서 보도한 문구 10가지를 제시하고, 문구를 다시 우리말로 바꿔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바꾼 문구는 ⑪남해군이 휴가지에서 일을 병행하는 지역으로 경쟁력을 키운다 ⑫김해시가 중고 로봇을 새롭게 활용하는 시설을 구축한다 ⑬연구·개발 인재의 업무 능력을 키운다 ⑭조류독감을 막으려고 바쁘게 뛰어다닌다 ⑮공동체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16물류 관련 협력 단지를 만든다 17문건은 역사를 연구하는 재료로 가치가 높다 18바다 속과 해변 쓰레기 줍기 활동을 했다 19밀양시는 주민자치회 맞춤형 연구협의회를 열었다 20벽에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하는 장치를 설치했다 등이다.

설문에는 연령대별로 10대(32명), 20대(30명), 30대(35명), 40대(39명), 50대(35명), 60대 이상(16명) 등 모두 187명이 참여했다. 대부분 경남도민이지만, 서울·부산·천안·수원·남양주·대구·제주 등에서도 참여했다.

◇"우리말 더 쉽다" = 설문 조사 결과 ①∼⑩ 문구보다 ⑪∼20 문구가 더 이해하기 쉽다는 응답은 평균 61.4%였다. ①, ⑩ 문구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율이 84.5%로 가장 많은 지적을 받았다. ⑧(75.4%), ②(64.7%) 문구도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공공 언어에서 외국어를 썼을 때 연령대별로 받아들이는 차이가 있을까.

10대인 박은서 씨는 설문에서 "연세가 높으신 분들은 우리보다 해석하기 더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실제 60대 이상에서 ①, ⑩ 문구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응답은 93.8%로 가장 높았다. ① 문구는 50대에서도 91.4%가 어렵다고 응답했다.

또 외국어 표기를 하면서 우리말로 설명을 하지 않으면, 혼동을 주기도 한다.

윤효서 씨는 "AI 차단이라는 문구를 보고 인공지능을 떠올렸는데, 우리말로 바꿔 쓰니 전달하려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김모 씨는 "AI는 조류독감이 아닌 인공지능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했었다"며 "우리말로 적은 게 직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공공 언어는 모든 사람에게 쉽게 전달돼야 한다. 나이가 많고 적거나, 학력·문화 차이 등과 상관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돼야 한다.

강정자 씨는 "나이가 드신 분들은 한자어가 조금 섞여 있어도 이해가 가능하고 젊으신 분들은 외래어를 섞어도 이해가 될 것 같지만, 모두 우리말로 적으니 이해가 잘 된다"라고 했다.

공공 기관이 발표하는 보도 자료 속 외국어 등을 우리말로 고치지 않고 그대로 인용하는 언론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황용훈 씨는 "기자들도 일부 책임이 있지 않나. 공공 기관에서 발표하면 그대로 사용한다. 시민에게 닿는 건 언론이다. 풀어서 전달해 주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한 40대는 "사회문제는 어른만의 문제가 아니다. 신문 등 기사를 아이들도 쉽게 접하려면 외국어나 한자어보다 우리말이 많아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수백억 시간 비용 절약" = 공공 기관과 신문·방송 등이 각종 정책을 우리말로 쉽게 알릴 때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수백억 원 시간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있다.

이번 <경남도민일보> 설문 조사에서 20대 황지웅 씨는 예를 든 ①∼⑩ 문구처럼 처음 보는 외국어 등 낱말이 있을 때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야 해 번거롭다고 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뜻을 정확히 대입하기 어려워 문구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했다.

또 한 40대 응답자도 사실 외국어·외래어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할 때 글 내용이나 문맥으로 이해하거나, 검색을 통해 알아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어문화원연합회는 지난해 9월 내놓은 <공공언어 개선의 정책효과 조사 연구>에서 정책 용어를 우리말로 쉽게 고치면 연간 약 753억 원어치 시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어려운 정책 용어를 인터넷 검색 등으로 알아보는 데 시간을 10초 할애하면 약 126억 원, 30초는 약 377억 원, 60초는 753억 원, 90초는 약 1130억 원, 120초는 1507억 원 등 시간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이는 만 19세 이상 성인이 1년간 정책 용어 중 어려운 표현을 1인당 평균 5.4회 접한다고 가정하고 추산한 결과다.

다만, 연합회는 어려운 공공 언어를 봤을 때 10∼120초 등 특정한 시간 비용으로 추정하는 게 정확한 시간 비용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해 놓았다. 그럼에도, 공공 언어를 쉽게 고쳤을 때 경제적 효과는 증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희곤 기자

※ 감수 김정대 경남대 한국어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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