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럴 수도 있지(1)
딸은 요즘 엄마가 잔소리를 하지 않는 편이라는 느낌이 오나 봐.
엄마 장점이고 아빠 영향력이라고 할 수 있지.
"엄마, 엄마는 왜 내가 숙제 같은 거 안 할 때 뭐라 안 해?"
"네 숙제잖아. 엄마가 물어봤는데, 안 하면 어쩔 수 없지. 그리고 책임은 예지가 져야 하고."
"엄마, 난 엄마 같은 엄마가 되고 싶어."
딸에게 고백을 들은 아내는 헤벌레 하더군.
하지만, 아내가 잔소리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니야.
특히 태도와 관련된 부분은 나름대로 엄한 편이야.
이를테면 쩝쩝거리면서 먹을 때 조언하는 경우지.
딸 표정이 굳어지자 살짝 끼어들고 싶더군.
"예지, 지금도 엄마 같은 엄마가 되고 싶어?"
"왜?"
"별것도 아닌 걸로 잔소리하잖아."
"할 말은 해야지."
뜻밖에도 애 성격이 쿨한 것 같아.
2. 그럴수도 있지(2)
딸은 하늘이(고양이)가 자는 모습을 보며 귀엽다고 연발하더군.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싶었는지 한마디 하더라고.
"세상에 저 모습을 보고 귀엽다고 하지 않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거야."
그런데 사실 아빠 눈에 고양이가 별로 예쁘지 않거든.
특히 고양이 털 알레르기도 있고 말이야.
괜히 '한 명도 없다'는 말도 비틀고 싶었어.
"하나도 안 귀여운데."
"(귀엽다 하지 않는 사람) 하나 있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오류(?)를 수정하더군.
침착한 대응에 오히려 당황했어.
말 한마디에도 질질 짜던 아이가 점점 쿨하게 자라는 것 같아.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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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부터 시민사회부 1호기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