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지사는 지난 선거 후보 시절부터 부채 청산을 강조했다. 경남도 부채가 얼마나 많은지 강조하는 것은 전임 지사와 자신을 차별화하면서 '뭔가 해낼 것 같은' 이미지를 주는데 유효했다. 취임 후 새로 영입한 행정부지사의 첫 공식 브리핑은 경남도 빚이 홍 지사가 후보 시절 셈했던 것보다 훨씬 많으며 이를 위해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도는 내내 '부채가 지나치게 많다'는 일관된 목소리를 냈다.

지방자치단체 부채 문제는 언론이 좋아하는 기삿감이다. 빚이 많다는 것은 곧 방만하다는 것으로 치부돼 마음 놓고 '까기' 좋은 아이템이었다. 후보 시절에는 홍 지사의 부채 청산 대책을, 취임 후는 경남도가 발표한 부채 규모를 앞다투어 보도했다. 때론 도가 일부 항목을 빠뜨리거나 셈법을 달리해 부채 액수를 일부러 줄였다며 호통을 쳤다. 나로 말하자면, '빚은 나쁜 것'이라는 의뭉한 접근방식 외에 별다른 생각이 없었던 듯하다.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줄 미처 몰랐다. 부채를 그토록 강조하는 게 폐업과 통폐합이라는 극약처방을 밀어붙이는 사전작업이라는 걸 생각지 못하고 뜻밖에 조력자가 됐다. 공공기관에서 빚은 나쁘기만 한 걸까. 정부는 공공기관 존립 근거로 공공성을 삼고, 민간기관이 이익이 남질 않아 하지 않거나 대충하는 것을 공공기관에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기관 평가 때는 수익 정도로 줄을 세웠고, MB정부 들어서서는 수익성 배점이 더욱 높아졌다. 이런 '두 얼굴의 정부' 앞에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 곳이 바로 지방의료원이다. 홍 지사가 진주의료원이 공공성을 상실했다는 근거 또한 부채가 많고 또 고질적이라는 이유다.

   

홍 지사는 전임 지사와 원장, 특히 '배부른 노조'가 이 지경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젠 내가 나서 죽이는(폐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시절 그는 자칭타칭 '저격수'라 불렸다. 저격수의 원칙은 '원샷 원킬'이라 했다. 그러나 도지사인 홍 지사에게는 '죽이는 리더십'보다 '살리는 리더십'을 간곡히 주문하고 싶다. 전임 지사가 건드리지 못한 종기에 메스를 들이댄, 홍 지사는 지금으로도 아무것도 잃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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