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18명 9주기 추모제…마산만 방재언덕 침수 피해 못 막아

태풍 매미가 마산만 매립지역을 할퀸 지 9년, 해일이 일었던 마산만에는 해양신도시와 방재언덕 등으로 또다른 매립이 시작됐거나 계획돼 있다. 악순환이다.

지난 2003년 9월 12일 밤 매미가 동반한 해일과 매립지 침수 피해로 마산지역에서만 18명이 목숨을 잃었고, 재산피해가 2400억 원에 달했다.

12일 '태풍 매미 희생자 9주기 추모제'가 창원시 마산합포구 태풍매미 추모공원에서 있었다. 유족과 지역인사, 대구지하철희생자유족회 등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태풍매미추모장학사업회(대표 박덕조)와 태풍매미유족회(대표 정계환)는 희생자 18명이 새겨진 위령비 앞에서 제향을 시작으로 추도사, 추모시 낭독, 헌화 등을 했다.

12일 오전 창원시 마산합포구 태풍매미 추모공원에서 제9주기 태풍 매미 희생자 추모식이 열렸다. 이날 추모식을 찾은 유가족들이 술잔을 올리고 있다. /박일호 기자

추모제에서 태풍매미유족회 정계환 대표는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로 엄청난 비극을 막지 못한 행정당국의 안이한 대처가 지금도 이해되지 않고 원망스러울 뿐"이라며 "재난과 재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려면 방재체험관을 완공해 방재교육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태풍 매미로 딸을 잃은 포항공과대학 서의호 교수는 "기본을 지키지 않은 행정, 안전을 우선하지 않은 행정이 그들을 보냈다"고 울먹였다.

정부는 지난 2007년 태풍 매미가 휩쓸고 간 마산만 중 마산 구항지구에만 자연재해위험지구로 지정·고시하고 재해방지와 더불어 시민친수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 2010년 제3차 항만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마산 서항지구에는 마산해양신도시를, 마산 구항에는 방재언덕 등을 만든다고 했다.

마산만은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다. 매립작업 때문이다. 태풍 매미 때 해일은 대부분 대부분 매립지를 덮쳤고 이러한 해일 피해 사실을 알면서도 매립을 하려 하고, 신도시 개발을 위해 또다른 매립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서항지구에는 마산해양신도시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호안축조공사로 오탁방지막이 설치돼 지난 7월 서항부두와 제1부두가 폐쇄됐고, 이달 중으로 중앙부두가 폐쇄된다.

구항지구 방재언덕은 이르면 올해 말 착공된다. 마산지방해양항만청은 오는 20일 방재언덕에 대한 기본·실시설계용역이 끝이 난다.

하지만, 마산만에 공사가 진행될수록 정부의 방재대책에 대한 지역민의 의문은 여전하다. 또 정부가 대형 해일 차단문인 플랩게이트(Flap Gate)를 계획해 중복 예산이라는 논란과 더불어 마산만 전체 방재 대책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마산지방해양항만청은 방재언덕은 해일 예방책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히면서도 마산만 전체가 아닌 구항지구 1.3㎞에만 방재언덕을 설치하는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또 플랩게이트 사업과 방재언덕은 별개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시민·환경단체들은 태풍 매미의 원인은 해일에 의한 충격이 아니라 침수라고 밝히며 방재언덕은 침수 예방 기능이 없다고 지적한다. 마산만연안 침수를 막으려면 기후변화로 상승하고 있는 해수면을 고려해 해수범람터를 확보하는 것이 근원적인 대책이며 마산해양신도시 조성 이후 달라지는 해류 변화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산지방해양항만청에 따르면 방재언덕 기본설계에는 오는 2017년 완공하는 마산해양신도시 이후의 영향 등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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