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유럽에어버스사에 납품할 A320 날개 하부구조물(WBP) 생산을 위한 신규 공장 부지가 결국 산청군 금서농공단지로 최종 결정되었다.

지난 23일, KAI 측은 사천시가 파격적으로 제시한 종포 부지를 수용하면, 지반이 약한 탓에 준설토 치환을 위한 공사 기간 등에 많은 시일이 소요되므로 2014년의 납기일을 준수하지 못할 형편이라고 밝혔다.

KAI 측은 산청에 새 공장을 짓기로 이미 내부적으로 결정하고 7월에 산청군과 양해각서를 체결하려다 사천 시민들의 반발로 유보한 바 있다.

KAI 측은 납기일 준수를 불가피한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부품공장을 신규로 설립하는 어려움을 예상하지 않고 서둘러 계약을 체결한 것은 무리였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 또 부지 선정을 둘러싸고 지역 간 갈등이 생길 우려도 예상하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

KAI가 A320 WBP 공장 부지로 산청을 택한 것이 적합한지에 대한 의구심도 떠오른다. 사천 지역 시민단체들은 남강 상류에 위치한 곳에 공장을 세울 경우 공정 과정에서 나오는 맹독성 폐수가 강에 유입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하필이면 정부가 대한항공에 대한 특혜 논란까지 불사하며 KAI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서 새 부품 공장이 사천 밖에 건립된다면, 민영화를 격렬히 반대해 온 사천 시민들은 더욱 위축되거나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KAI가 공기업인 현재로서도 수익을 내세워 새 부품 공장을 다른 곳에 짓는 데 제약을 받지 않는다면, 끝내 민간 기업에 매각되면 KAI의 행보는 더욱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사천 시민들은 향토기업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KAI에 '배신'을 당했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지만, 산청군은 연간 8억 원의 교부세 수입이 추가로 예상되어 잔치 분위기다. KAI 측은 일부 기술 인력만 산청에 파견할 계획이며, 향후 신규 공장 건립 시 사천 시내 부지 활용을 우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KAI 측의 약속이 격노한 사천 여론을 달래기 위한 빈말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며, 새 공장 건립이 사천과 산청 간의 지역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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