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시멘트 사일로 재활용 계획이 무산되게 생겼다. 창원시가 도시 역사나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애써 만든 야심찬 계획을 국토해양부가 가벼이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창원시는 도시 정체성을 살리고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워터프런트 사업을 진행해왔다. 그 중 하나인 사일로 재활용 계획은 삭막한 도시에 문화와 의미를 불어넣는 사업이다. 이를 추진하려고 작년부터 거액을 들여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용역도 마무리 지었건만 소유권을 쥔 국토해양부가 제동을 걸었다.
워터프런트 사업에는 쌍용·모래부두 구간을 역사민주공원으로 조성하고,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 사이에 추모의 거리와 민주상징기념탑, 조각공원을 조성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사일로에는 미술관과 전시관, 전망대 등을 꾸미기로 아이디어가 모였다. 상상만 해도 멋진 구상이 아닐 수 없다. 워터프런트 계획은 지역의 역사문화적 유산을 지키면서 도시정체성을 돋우고자 전문가와 시민단체, 그리고 행정기관의 심혈이 담긴 작품이다. 지역 주민의 삶이 전체적으로 어우러져 담기는 사업인지라 공간이 부둣가란 이유만으로 국토해양부에서 좌지우지할 일이 아니다.
마산지방해양항만청 관계자는 안전성 문제나 인근 주민의 민원을 들어 소극적인 태도로 임하고 있다고 한다. 안전성이야 재활용 계획에 따라 당연히 보완할 일이고,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야 지금처럼 흉물로 방치될 때 이야기지 멋진 볼거리로 바뀔 때에는 전혀 입장이 달라질 수 있는 일이다. 휴가철에 많이 다녀온 여수엑스포에서 사일로가 훌륭한 상징물로 바뀐 것을 바로 옆에서 보고 있음에도 부정적인 이야기가 다시 나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오래된 구조물이 아니라느니, 구조물 생김새가 다양하다느니 모두 역사와 문화를 우습게 여기는 발상에서 나오는 말이다.
개항도시로서 또 산업화시대의 견인차로서 마산의 역사적 유산들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걸핏하면 다시 되찾을 수 없는 시대 유산을 없애기 바쁘고 생뚱맞게 새로 개발하는 데나 힘을 쏟다 보면 도시가 얼마나 황량해지는지는 이미 충분히 경험해오지 않았는가. 국토해양부가 창원시민, 마산지역 주민의 여망을 존중해야 한다. 어제오늘 새삼스레 나온 이야기가 아니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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