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통합진보당 외면 집단 탈당 움직임…권영길 의사 상관없이 '중심' 떠올라
"집단 탈당계를 내자는 의견이 많습니다."
통합진보당의 추락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 부정선거 논란으로 중앙당에서 시작된 당 내홍이 지지율 하락세로 이어졌고 시스템 오류로 당 대표 선거가 중단되는 혼란까지 겹치면서 일반 유권자들뿐 아니라 당원들조차도 싸늘한 냉소를 보내고 있다. 신임 도당 위원장을 선출해야 하는 경남도당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특히 통합진보당 경남도당에서 높은 당원 비율을 차지하는 노동 현장에서 불만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이미 민주노총은 조건부 지지 철회 방침을 밝히기도 했거니와 정파 간 대립으로 당 혁신 작업에 속도가 붙지 않았고 오히려 민심과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노동자 당원'들의 외면이 현실화되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정파 대립이 본격화되면서 노동 현장에서는 탈당이 이어졌고 집단 탈당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진보정치 1번지로 대표되는 창원 지역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노동 중심성에 기반을 둔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본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 중심에는 권영길 전 의원이 자리 잡고 있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노동자 당원들의 외면은 경남도당 위원장 선거가 시작되면서 표면화됐다. 바뀐 선거 제도 때문에 대규모 사업장에서 투표가 원활하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통합진보당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하는 당원들 수가 만만치 않았고 실제 투표율 역시 저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당 위원장 후보로 출마한 이흥석 전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현장 노동자 당원들에게 투표를 부탁해보지만 당에 대한 원망이 팽배해 있고 당을 외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통합진보당 당원인 김상합 금속노조 현대로템 지회장은 "(현장의 당원들이)투표를 안 하려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나마 남아 있는 당원들과 함께 집단 탈당하자는 의견이 들어오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정파 대립이 격렬해지면서 노동 중심성을 배제한 구당권파의 행태가 드러났고, 구당권파로 대표되는 이석기·김재연 의원이 자진 사퇴를 거부하면서 당에 대한 실망감이 극대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또한 경남도당 당직 선거에 출마한 다수 후보가 '강병기 후보 공개 지지 선언'을 한 데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강병기 후보를 경남에서 노골적으로 지지한 데 대해 비판하는 조합원들이 많다"며 "정파 중심으로 끼리끼리 모여 논의하지 말고 대중 중심으로 (당의 진로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내달 4일 민주노총 경남본부 소속 지회장들이 권영길 전 의원을 초청해 그의 의정활동과 노동정치를 되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해 관심이 쏠린다.
권영길 의원은 그동안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통합진보당 내 구당권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해왔을 뿐 아니라, 당 자체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권 의원은 최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통합진보당 창당 이후 당적은 갖고 있었지만 당 활동은 안 했다. 당적만 갖고 있는 당원이었다. 당적을 정리하려 했는데 총선을 앞두고 너무 상처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권영길 의원은 경남도당과도 거리를 두어 왔다. 실제 권 의원은 강기갑 의원과 함께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반대해왔지만 지역구 국회의원임에도 경남도당 대의원들로부터는 철저하게 외면받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차츰차츰 나오는 노동현장과 권영길 전 의원의 정치적 상징성이 맞물리면서 '노동 중심성에 기반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대한 논의가 창원에서 서서히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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