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단일화 경선과정서 버벅거린 강 후보…진보정당 정체성 지키기 어려워
강병기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가 18일 통합진보당 대표 후보로 등록했다. 강병기 대표 후보는 이날 '출마의 변'에서 "'무사 만루, 최악의 위기 상황에 오른 구원투수'의 심정으로 파멸과 공멸의 진보 위기를 화합과 혁신의 기회로 역전시킬 것이며, '당원이 만드는 혁신에너지'를 모아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지키고 미래형 진보정당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다짐대로 된다면 통합진보당은 물론 우리 정당정치의 앞날도 밝아지겠지만, 강 후보가 제19대 총선 국면서 보여준 행보를 잊지 않은 사람이라면 '과연 말대로 해낼 수 있을까?' 고개가 갸웃거려지지 않을 수 없다.
강 후보는 19대 총선 진주을 선거구에서 통합진보당 후보로 나섰고 3월 13일 민주통합당 서소연 예비후보와 치른 여론조사 경선에서 이겨 야권 단일 후보가 됐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사달은 다음에 일어났다.
여권 성향 무소속인 강갑중 후보와 단일화를 또 추진한 것이다. 강갑중 후보는 한나라당 당적으로 2006년부터 경남도의원을 지냈으며 비록 나중에 박탈은 당했지만 2010년 지방선거 한나라당 진주시장 후보로 공천을 받기까지 했다. 당시 강갑중 후보는 한나라당을 떠나 무소속 진주시장 후보를 도왔다가 2011년 12월 16일에는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등록해 제19대 총선 선거운동을 해왔다. 그러다 무소속 출마를 하겠다며 2월 14일 한나라당의 후신인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강 후보는 이런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함으로써 "당선에만 목매 상대 후보의 가치관이나 정체성은 따지지 않고 단일화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과도 좋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3월 24일과 25일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를 했는데 결과는 '강병기 석패'였다.
강 후보는 이 같은 경선 결과에 바로 불복했다.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었다. "제3세력의 개입으로 강갑중 후보 지지율을 높이는 여론 조작이 이뤄졌다"는 이유였다. '제3세력'은 실체가 있지는 않은 것 같은데, 3월 27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강병기 후보 주장을 근거로 재구성하면, '여론조사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은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자기 후보에게 껄끄러운 후보를 피하려고 역선택을 했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강병기 후보는 이마저 하루만에 뒤집고 사퇴를 했다. 갈팡질팡의 극치였다. 28일 기자회견에서 스스로도 이런 속사정을 밝혔다. "오차 범위 내 결과를 아무 검증도 없이 무조건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여러분 의견에 따라 단일화 무산을 선언했다." 그리고 "새누리당 후보를 이기려면 단일화는 필수라는 부정할 수 없는 지역 여론과, 동지들과 종친들이 제가 그동안 살아온 것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데 걱정을 하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결단을 다시 내릴 수밖에 없다."
강병기 후보는 고작 자기 선거 하나를 하면서도 이렇게 버벅거렸다. 이런 버벅거림이 본인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지만 경남 지역 야권 전체의 선거에도 좋게 작용했을 리는 절대 없다. 게다가 이런 버벅거림이 고쳐졌다거나 사라졌다는 증표도 아직은 없다.
스스로 말한대로 지금 통합진보당이 '무사 만루, 최악의 위기 상황'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강병기 후보가 그에 걸맞은 '구원투수'라고 믿기는 어렵다. 올해 총선 국면에서 드러난 강병기 후보 판단력과 그에 따른 추진 결과를 보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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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의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말도 믿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여권 성향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하고 나아가 결과에 불복해 자기 정체성조차 못 지킨 장본인이다. 게다가 관중은 엄청나게 많아졌다. 강 후보에게 관중 '울렁증'이라도 있다면 더욱 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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