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민자사업 이대론 안된다 (2) 민간투자사업 뭐기에
민간투자사업(이하 민자사업)은 자치단체와 건설업체에 '도깨비 방망이' 같은 것이다. 도로 수요는 언제나 넘치지만 자치단체 곳간은 늘 비어 있다. 정부에서 돈 내려오기를 기다리는 것도 하세월, 우선 민간업자 돈으로 도로를 내고 이후 사용료를 업자가 거두게 한다. 이런 이유로 사업 초기 각종 편의가 보장되는 사업을 민간업자가 마다할 리 없다. 이런 셈법으로 1994년 8월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자본유치촉진법'이 탄생했다.
◇MRG라는 뻔한 함정 = 그러나 법 제정 이후 5년 동안 실제 진행된 민자사업은 5건에 불과했다. 덜 알려지기도 했거니와 민간업자를 혹하게 할 만한 '매력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들이닥친 IMF 외환위기는 대한민국 민자사업에 여러모로 전환점이 됐다. 정부는 민자사업 활성화와 민간 건설업체 부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그 유명한 '최소수입운영보장'(MRG)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거칠게 말해 건설업체를 '돕자고' 민자사업은 만들어졌다. IMF 외환위기라는 특수상황에서 민간사업자에게 절대 유리한 대한민국 고유의 민자사업 조항이 만들어진 것이다.
MRG란 매력 때문에 1998년 3.9% 수준이었던 민자사업 비율(SOC 사업)은 2008년 18.4%로 4.7배나 증가한다. 지난해에는 16.3%, 올해는 20%를 웃돌 전망이다. 사업자에게는 매력적인 MRG가 납세자에게는 '독소조항'인 게 당연하다. 지난 수십 건의 민자사업이 말해주듯 매번 예측 수요는 절반을 못 미쳤고 절반 뚫린 호주머니를 혈세를 들여 메웠다. 이는 MRG를 기준으로 세대를 달리한 민자사업사(史)가 증언한다.
민자사업은 MRG를 신설해 사업자로선 가장 윤택했던 1세대(1994∼2003년), MRG 비율과 보장기간도 줄인 2세대(2003∼2005년), MRG 원성을 받아들여 아예 폐지한 3세대(2006년∼)로 나뉜다. 연평균 106억 원, 운영기간 30년 동안 3000억 원이 넘는 혈세를 들일 마창대교가 바로 1세대 민자사업이다.
이처럼 MRG를 없애면서 1·2기 사업의 사업 수익률이 8.49%, 건설보조금(총투자비 대비)이 26%, 통행료(도로공사요금 대비)가 1.83배 높았던 것이 3기 들어서 각 5.36%, 0∼10%, 1.16배로 낮아진다(2009년 기준 28개 도로사업 기준).
MRG가 독소조항이 될 수밖에 없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사업비 부풀리기와 과다한 수요 예측이다. 이는 또한 엄청난 액수의 나랏돈을 들이면서도 실시협약 내용은 '비밀을 유지'하라는 조항을 삽입하는가 하면 민간업자가 제안한 사업의 타당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는 정부의 허술한 관리체계가 뒷받침한다. 사업 초기 교통수요예측 결과를 검토하는 정부 산하 기관은 30명 전체 인원 중 고작 1명의 교통전문위원이 사업자의 수요 예측을 검증했고 나머지는 외부전문가에게 건당 겨우 100만 원 주고 자문만 얻었다. 수요예측 프로그램에 들어갈 기본자료인 O-D(기-종점 조사)는 1998년 실업자 대책을 위한 공공근로사업으로 급조됐고, 이후 교통시설 개통에 따른 통행 특성도 반영 안 된 채 사용되기도 했다.
◇어떻게 수익 남기나 = '자기자본금'(파이낸싱)과 '자금 재조달'(리파이낸싱)이라는 개념이 있다. 민간사업자는 사업 초기 7∼8개 회사로 컨소시엄을 구성, 지분별로 자금을 내 사업에 임한다. 자기자본금은 겨우 총사업비의 20% 정도다. 이후 컨소시엄은 공사에 필요한 대금을 여러 금융사에서 빌리게 되는데, 이때 대금을 대출하는 금융사들을 대주단이라고 하고, 대금을 만드는 과정을 PF(프로젝트 파이낸싱)라 한다. 최근에는 MRG 폐지와 정부보조금 축소 등으로 민자사업이 고위험-저수익 구조로 인식돼 PF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런데 이 자금 재조달 과정에서 막대한 수익이 난다. 시중금리 변동 때문이다. 협약 때는 각종 위험률을 줄인다는 이유로 최대 높은 금리(대체로 9% 대)로 약정해 자금 재조달 때 시중금리(6∼7%)에 맞춰 금리가 낮아져 이익이 생긴다. 1조 원을 대출했을 때 1%P만 금리가 떨어져도 100억 원인데, 이를 40년간 복리로 계산하면 조 단위의 이익이 나는 것이다. 이는 주무관청과 사업자가 통상 50대 50으로 나누지만, 최근 민자 건설업체들은 MRG 폐지 대신 이 이익을 지자체와 나누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공사비 수익은 말할 것도 없다. 민자사업의 수입을 결정할 총사업비는 놀랍게도 주무관청과의 '협상'만으로 확정된다. 민자사업의 반대 개념인 재정사업은 정부가 설계를 하고 예정가격을 산정한 후 공개경쟁입찰을 거쳐 사업자를 선정한다. 평균 낙찰률은 겨우 52%다. 그러나 민자사업은 사업자가 제시한 사업비가 100% 반영될 뿐만 아니라 '신공법' 적용을 이유로 많게는 120%까지 보장해준다. 그러나 거가대교는 네덜란드 코위사가 사업에 참여했지만 시공과 관련해서는 전부 하도급처리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주무관청으로 하여금 필요하면 조달청에 공사비 단가의 적정성 검토를 의뢰하도록 했지만, '액션'에 불과하다.
많게는 50%에 달하는 재정지원금, 금융권 이자, 토지보상비 등도 총사업비에 포함된다. 주무관청이 내주는 것인데도 사업자가 들인 돈에 포함돼 뽑을 금액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또 있다. 종합건설업체가 같은 종합건설업체에 하도급을 주지 못하게 돼 있어 컨소시엄이 가상으로 만든 일명 '페이퍼 컴퍼니'는 주무관청으로부터 무혈입성으로 공사비 100%를 인정받았으면서, 이를 하도급 업체에 줄 때는 경쟁입찰을 도입해 하도급 단가를 50%대로 낮춘다. 재정사업의 경우 하도급 단가는 도급액 대비 80% 정도다. 마창대교의 경우 하도급 명세를 분석한 결과, 설계와 시공 등 건설공사 전체를 2303억 원에 수주했으나 1237억 원 하도급(53.7%)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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