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야를 담당하기에 가끔 접하는 제보가 있다. 자신이 소유한 집·땅이 공원 등 공공개발용지로 수용되는데, 그렇지 않아도 낮은 시세의 절반 수준밖에 쳐주지 않는다는 호소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땅과의 가격 차이도 이해하지 못한다. 안타깝지만 기사화는 어려운 일들이다. 모든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된 사례라서다.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수용을 거절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상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토교통부장관이 사업 인정을 하면 강제 수용할 수 있어서다. 이미 시작된 재개발 정비사업 구역에 토지·건물이 있지만 사업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들도 같은 신세다.

공동체 이익이라는 큰 틀에서 바라볼 때, 강제수용 규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소수 토지주 재산권 보호도 중요하지만, 다수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공익사업을 포기하는 일은 더 큰 손실일 수 있어서다.

다만, 강제수용에는 엄격한 법적 요건과 적절한 보상이 전제되어야 한다. 문제는 '적절한 보상'을 위한 감정평가가 공시가격을 기반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주로 강제수용 대상이 되는 단독주택(53.6%)·토지(65.5%) 공시가격은 공동주택(69%)과 비교해 시세와의 차이가 더 크다.

문재인 정부가 이들 세 유형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35년까지 90%로 맞추는 정책을 추진한 이후 이런 불균형이 해소될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현 정부가 기존 공시가격 현실화 단계별 계획을 이행했다면, 올해 공동주택은 75.6%, 단독주택은 63.6%, 토지는 77.8% 정도로 올랐어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는 2년째 2020년 수준 현실화율을 유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 민생토론회에서 아예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전면 폐지하겠다고까지 밝혔다. 법 개정을 못 해 전면 폐지를 못할 때는 현재 현실화율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다. 보유세 납세자들에게는 기쁜 일이겠지만 당분간 강제수용 보상 수준이 오르기는 어려워졌다.

독재 정권 시기에는 국가의 필요 때문에 희생당한 토지주들이 더 많았다. 올해 50주년을 맞은 창원국가산업단지 조성 당시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산단이 경제 성장 신화를 쓰는 동안, 헐값에 땅을 수용당한 원주민들은 이주 기반이 부족해 오랫동안 고통을 겪었다. 현재 공시가격 설정 수준은 당시와 비교하면 합리적이다. 하지만,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과의 차이를 고려하면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을 것 같다.

/이창우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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