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창녕 우포시조문학관 ‘경남시조의 현실과 개선 과제’ 주제 세미나
장성진 창원대 명예교수...이우걸 시인 등 작품 사례 대중성 미덕 강조
"회갑, 초상 등 일상서 시조로 마음 전달하는 것이 대중과 호흡하는 것"
"글자 수로 정형화 하는 건 쉽지 않아" 이우걸 시인 "음보 만으로 충분"

“고시조는 장르의 진화 과정을 아주 자연스럽게 겪어왔다. 작가, 형식, 주제, 음악과의 관계 등 문학 내외적 요건들이 변화와 지속을 거듭해 온 것이다. 그런데 현대문학이 시작되자 장르 유해론, 폐지론, 소멸론이 나오고 이에 대응해 전통론, 민족문학론, 유희적 축소론, 교양적 존속론이 나왔다. 우리는 노산 이은상의 시조 지키기를 유의해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데 그것은 시조의 대중성에 있다. 대중성은 작가와 작품과 독자를 관통하는 하나의 심리적 지향으로서의 호흡을 뜻한다.”

지난 3일 창녕 우포시조문학관에서 개최된 '경남시조의 현실과 개선과제' 세미나에서 장성진 창원대 명예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지난 3일 창녕 우포시조문학관에서 개최된 '경남시조의 현실과 개선과제' 세미나에서 장성진 창원대 명예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지난 3일 오후 창녕 우포시조문학관에서 개최된 ‘경남시조의 현실과 개선과제’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한 장성진 창원대 명예교수가 시조의 대중성 확보를 강조하면서 정리한 말이다. 우포시조문학관 올해 상주 작가 지원사업으로 개최된 이 행사에는 도내 문인 30여 명이 참석했다.
대중성이라는 용어를 좀 더 명확히 하고자 장 교수는 이우걸 시인의 ‘팽이’와 ‘안경’을 사례로 들었다.

“쳐라, 가혹한 매여/ 무지개가 보일 때까지/ 나는 꼿꼿이 서서 너를 증언하리라/ 무수한 고통을 건너/ 피어나는 접시꽃 하나” (‘팽이’ 전문)

이 시는 많은 평론가가 주목한 작품이다. 하지만 치는 사람이 누구인가, 팽이는 또 누구이며, 무지개가 보이는 것은 내 눈에 보이는 것인가 팽이에 나타나는 것인가 등등 해석이 많다. 반면 ‘안경’이라는 시는 해석의 층위가 있긴 하지만 시를 보는 순간 수긍하고 되뇌게 되는 중독성이 있으며 중장과 종장에는 은유와 역설이 있어 이것을 대중적 호흡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껴도 희미하고 안 껴도 희미하다/ 초점이 너무 많아/ 초점 잡기 어려운 세상/ 차라리 눈 감고 보면/ 더 선명한/ 얼굴이 있다” (‘안경’ 전문)

덧붙여 ‘야매’(손영희), ‘맷돌3’(김규동), ‘거짓말’(이선중), ‘빈자리’(이숙자) 등의 작품을 사례로 대중성의 미덕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시 쓰기에 대해 “시조가 너무 고고한 곳에만 있지 말고 노산처럼 누구 회갑이면 그것을 기념해 시조 한 수 지어주고 또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그 친구에게 (시조로) 감정도 전해주고 시조가 대중의 기대치를 전제하면 대중적인 쓰임새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면서 “원로 작가들도 폭을 넓혀서 대중성 있는 작품을 많이 내주시고 또 종이든 돌이든 말로든 다양하게 활용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 3일 창녕 우포시조문학관에서 개최된 '경남시조의 현실과 개선과제' 세미나에서 장성진 창원대 명예교수가 주제발표를 한 뒤 토론자로 나선 김명희, 백순금 시인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지난 3일 창녕 우포시조문학관에서 개최된 '경남시조의 현실과 개선과제' 세미나에서 장성진 창원대 명예교수가 주제발표를 한 뒤 토론자로 나선 김명희, 백순금 시인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정현수 기자

이날 세미나에서 시조의 자수 문제에 대한 토론도 있었다. 방청석에서 한 시인이 “일본의 하이쿠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것은 엄격한 율격을 지키고 있기 때문인데 우리 시조계에도 그러한 율격을 엄격히 지키자는 움직임이 있다”며 의견을 묻자, 장 교수는 “한글이 한자처럼 표의성이면 글자 수를 고정하기 쉽겠지만 한글은 인위적으로 맞추면 재미가 없고 허용하면 이게 무슨 정형이냐고 하니 (지키고 말고는) 작가의 선택 문제”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이우걸 우포시조문학관 관장은 “시를 지어보면 엄격히 글자 수를 지키는 것보다 한 자 더해지거나 해야 훨씬 맛이 난다”며 “고시조도 3·4·4·4 다 지킨 건 아니고, 자수를 강요하는 건 일부 단체에 불과하다”고 했다. 결국, 시조의 정형성은 음보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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