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이 무슨 날인지 아는 듯 하늘도 푸르던 5월 어느 날. 창원 한 초등학교 강당에서 운동회가 열렸다. 만국기 아래 청팀·홍팀으로 나뉜 아이들과 그 부모는 한마음이 되어 자기 팀을 응원했다. 팀별로 여섯 명이 한 조를 이뤄 이어 달리는 대결이 시작됐다. 긴박한 릴레이가 이어지는데 진행자가 잠시 경기를 멈췄다. 청팀 다음 조에 다리가 불편한 학생이 있다며 같은 조 아이들에게 빨리 달리지 않아도 된다고 안내했다. 예상대로 청팀은 홍팀이 도착하고도 한참 뒤에야 도착점에 다다랐다. 진행자는 "이번 대결은 열심히 뛴 청팀·홍팀 무승부"라고 외쳤다.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결과에 불만을 말하지 않았다. 그저 몸이 아픈데도 경기를 포기하지 않은 학생과 친구를 배려하며 끝까지 달린 아이들에게 박수를 보낼 뿐이었다. 아주 당연하다는 듯.

/김해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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