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훈련지로 인기지만 숙소 부족 과제
이해관계 발목 잡혀 중단된 공사 재개를

요즘 고성군 도로 곳곳에서 심심찮게 대형버스를 볼 수 있다. 축구와 배구, 야구, 태권도, 씨름, 역도 등 겨울철 따뜻한 지역에서 훈련을 하려고 온 스포츠 선수단 버스다. 대부분 수도권에서 왔다. 제주에서 온 팀도, 독수리처럼 해마다 겨울이면 오는 팀도 있다. 야구장이 새로 생겨 그동안 국외로 가던 야구팀도 처음 고성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날씨뿐만 아니라 전국대회를 열 수 있을 만큼 고성은 체육시설을 충분히 갖춘 게 장점이다. 그야말로 고성군은 스스로 자랑하듯이 겨울 전지훈련의 '메카'다.

선수단은 최소 2주에서 한 달 이상 머물며 숙박시설과 음식점을 이용한다. 2월 말까지 140개 팀 2500명을 유치해 30억 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내겠다는 게 군의 목표다.

이상근 군수는 "스포츠로 계속 경제적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시장을 형성해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며 "동계전지훈련은 그 첫 신호탄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숙박시설이다. 부족하다. 그동안 훈련은 고성에서 하는데 여장은 인근 도시인 통영에 푸는 선수단이 적지 않았다. 올해는 사전에 협의를 거쳐 고성에 머물 수 있는 만큼만 팀을 받았다. 군 단위 지자체가 유치하기 쉽지 않은 전국 규모 대회를 열어도 고성은 아쉽다. 선수 가족까지 고성을 찾지만 외려 통영이 호황을 누린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번다'는 속담까지 나돌았다.

전임 백두현 군수는 해결책으로 유스호스텔 건립사업을 추진했다. 2021년 7월 첫 삽을 떴지만 3개월 만에 공사는 중단됐다. 숙박업계 반대를 이유로 국민의힘이 다수인 고성군의회가 발목을 잡았다. 실제 이유는 군수와 불편한 관계였다. 군의회가 유스호스텔 건립 이듬해 본예산까지 모두 삭감하자 체육인들이 화가 났다. 의회를 항의 방문해 '유스호스텔 건립 촉구 건의문'을 전달했다. "각종 대회를 유치할 때 가장 힘든 부분이 숙박시설 부족이다. 특히 초중고교, 유소년팀 유치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군수와 갈등은 나아지지 않았고, 군의회는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이 최근 감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군의 업무추진이 미흡했다며 '주의' 조치했다. 주민 의견수렴 절차 없이 사업 추진을 결정했고, 의회 의결을 받지 않은 채 예산을 편성·집행했다는 설명이다. 집행부가 큰 잘못을 했다던 군의회로서는 다소 겸연쩍을 수 있는 결론이고, 사업은 다시 가능하다.

이제는 앞으로다. 지난해 민선 8기 군수가 같은 당 소속으로 바뀌고, 군의회 태도도 바뀌었다. 네 번이나 부결한 유스호스텔 건립 공유재산관리계획을 통과시켰다. 숙박업계 반대는 여전하고,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었다. 해가 바뀌었지만 공사는 재개되지 않고 있다. 대다수 군민은 빠른 건립을 바란다.

/이영호 자치행정2부 차장 사천·고성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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