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시도자 정보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미제공
법적 의무 위반에 진해서 "응급입원 준비" 해명

창중서 신월지구대서 주취자 보호조치 미흡 논란
지구대 안 4시간여 보호...가족에게 연락 늦어져

경찰의 현장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경남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자살시도자를 발견했던 진해경찰서는 관련 지원기관에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창원중부경찰서 신월지구대는 술에 취한 사람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해 다치게 했다는 이유로 고소됐다.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의무 미이행 = 지난 2일 오후 창원시 진해구 한 아파트에서 40대 여성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경찰과 소방당국은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자살예방법)상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법에 따라 경찰서장과 소방서장은 자살시도자 또는 자살자가 발생하면 성명, 생년월일, 주소와 연락처 등 정보를 자살예방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자살예방업무 수행기관에 서면, 전자적 방법 등으로 제공해야 한다. 이는 법 개정으로 지난해 8월 시행됐다. 다만 이 조항을 위반했을 때 벌칙이나 과태료가 없다.

경찰이나 소방당국이 즉각 정보를 제공했다면 심층조사로 상담, 치료 등을 지원할 수 있었는데, 이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당사자 동의 이전에 지원 기관은 정보를 받을 수 있고, 이후 상담 때 정보 삭제와 파기 요구 권리가 있음을 당사자에게 안내하면 된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서는 긴급한 상황으로 의료기관에 최대 3일간 입원을 의뢰하는 '응급입원' 조치를 준비하면서 소방대원들은 철수했고, 경찰은 다시 벌어진 극단적 선택에 따른 사망 사고를 막지 못했다. 경찰은 "가장 강력한 조치로 응급입원을 시켜야 했고, 상담이나 치료는 후차적 문제였다"며 "사망 사고가 없었다면 센터에 통지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소방본부 관계자는 "센터로 알리지 못한 점은 실수가 맞고, 적극적으로 대응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센터 안내를 당사자가 거절하면 강제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숨진 40대는 고위험군 사례관리 대상자가 아니었다. 자살예방사업의 사각지대가 있다는 점이 또 확인된 셈이다. 이 지역 자살예방사업을 맡는 진해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는 "자살시도나 정신질환 등으로 주민센터나 경찰의 도움 요청이 있으면 응급 출동을 자주 하고 있는데, 이번 사고는 연락을 받지 못하고 뒤늦게 알게 됐다"며 "상담 기회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다. 우울증 등은 가족이나 당사자가 꺼내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만취자 보호조치 미흡 논란 = 지난달 29일 술에 취한 30대 남성이 창원중부서 신월지구대에서 4시간여 머물러 있다가 가족 품으로 돌아갔으나 의식을 잃게 돼 경찰 대응을 놓고 책임 공방이 벌어졌다. 최근 경찰의 주취자 보호 방안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경찰은 술에 취해 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 자살시도자 등 구호 대상자를 발견했을 때 보건의료기관이나 공공구호기관에 긴급 구호를 요청하거나 경찰관서에 보호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이때 경찰관은 '지체 없이' 대상자의 가족, 친지, 또는 연고자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 하며, 연고자를 발견하지 못할 때는 적당한 공공보건의료기관이나 공공구호기관에 즉시 인계해야 한다. 경찰관서 보호 기간은 24시간을 넘길 수 없다.

이 남성은 새벽 무렵 지구대 내부 의자에 앉은 채 탁자에 엎드려 있다가 갑자기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쳤고, 이상이 없다는 구급대의 판단에 따라 의료기관 등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그러나 가족에게 인계된 이후 병원에서 두개골 골절로 의식 불명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만취자는 119구급대가 우선 판단을 해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데, 당시 1·2차로 정상적이라고 판단해 이를 신뢰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이 남성의 가족은 지구대 경찰과 구급대원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했다.

/이동욱 기자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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