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6일 한반도 덮친 한파에 '꽁꽁'
제트기류 약해져 북극 찬 공기 남하
"지구온난화로 계절 변동성 커져"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 시작된 한파로 경남을 비롯한 전국이 얼어붙었다. 영하 50도에 달하는 북극 찬 공기가 북서풍을 타고 내려온 것이 이번 한파 원인으로 지목됐다.

부산지방기상청 관측 자료를 보면 지난 25~26일 경남 대부분 지역에서 최저기온이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등 평년보다 대폭 기온이 떨어졌다. 전날 최고기온보다 20도 가까이 떨어지며 실제 체감온도는 이보다 더 낮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파는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불과 2주 전인 지난 12일 거창, 함양에서는 각각 15.7도, 17.3도를 기록하며 역대 1월 일 최고기온을 갈아치웠다. 이후에도 ‘포근한 겨울’이 이어지며 따뜻한 날씨를 유지했다.

하지만 24일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기온이 떨어지며 전국이 영하권에 머물렀다. 25일 거창과 함양 최저기온은 각각 -16.2도, -13.7도를 기록했다. 같은 달 최고기온과 30도 이상 차이 나는 수치다.

이번 한파에 영향을 미친 북극 찬 공기가 남하한 원인으로 약해진 ‘제트기류’가 꼽힌다. 북극 상공의 찬 공기가 세력이 약해진 제트기류를 밀어내고 한반도 쪽으로 내려온 것이다.

제트 기류는 일종의 공기 띠로 북극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 공기 띠는 극지방과 중위도 온도 차가 클수록 강해지고 차이가 줄면 약해진다.

제트 기류가 약화한 원인으로는 북극 평균 기온 상승이 거론된다. 북극 빙하는 태양열을 반사하는 역할을 하는데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오르며, 빙하가 줄어들었다. 바다가 더 많은 태양열을 흡수하면서 기온이 가파르게 상승한 셈이다.

다만, 기상청은 이번 한파가 기후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광연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이번 추위는 과거에도 있었던 패턴이어서 일시적 현상인지, 장기적으로 정착될지는 추가로 감시와 연구가 필요하다”며 “기후변화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파가 이례적인 현상은 아니지만, 기후변화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는 “남부지역과 제주도까지 찬 공기가 내려온다는 것은 제트기류가 심각하게 약해졌다는 증거”라며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오를 때 북극은 4도 올랐는데, 이런 한파가 반복되는 것은 지구온난화의 부작용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계절 안에서도 기온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데 제트 기류가 약해지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변동성이 커지면 농업 등 각종 산업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고 특히 취약계층은 질병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한파는 27일 잠시 주춤하다 주말인 28일부터 다시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부산지방기상청은 27일 경남지역 아침 최저기온을 -7~1도, 낮 최고기온을 -2~2도로 내다봤다. 28일 아침 최저기온은 -12~-7도, 낮 최고기온은 -1~3도로 예보했다.

/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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