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실시협약 변경 두고 안상수 창원시장과 설전
홍 전 지사 측 "변경한 실시협약 아무 문제 없다" 주장
도의회·창원시의회 설득 위해 지급금 규모 축소 지적
먹튀 등 돌발상황 고려 않고 행정 부담 143억 원 주장

홍준표 전 경남도정에 마산로봇랜드 ‘해지시지급금 민사소송’의 근본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당시 행정부지사였던 윤한홍(국민의힘·창원 마산회원구) 국회의원, 도 미래산업본부장이었던 조규일 진주시장 등도 도마에 오른다. 특히 당시 도와 로봇랜드재단이 경남도의회와 창원시의회를 설득하고자 사실을 왜곡했다는 비판도 있다.

23일 오후 2시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반동리 마산 로봇랜드 조성사업 현장에서 경남도·창원시·경남로봇랜드재단·㈜대우건설이 사업 재개를 위한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안상수(왼쪽에서 셋째) 창원시장, 윤한홍(왼쪽에서 둘째) 경남도 행정부지사, 백상원(맨 오른쪽) 경남로봇랜드재단 원장, 박영식(맨 왼쪽) 대우건설 사장이 협약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2015년 9월 23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반동리 마산로봇랜드 조성사업 현장에서 경남도·창원시·로봇랜드재단·㈜대우건설이 실시협약을 하고 있다. 당시 안상수 창원시장(왼쪽 셋째 ), 윤한홍 경남도 행정부지사(왼쪽 둘째), 백상원 경남로봇랜드재단 원장(오른쪽 첫째),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왼쪽 첫째). /경남도민일보DB

◇창원시 경고에도 협약 강행한 홍준표 =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제2민사부는 지난 12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민간사업자인 대우건설 컨소시엄에 1662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같은 판결의 단초가 홍 전 지사 시절인 2015년 7월 울트라건설 부도 후 새 사업자인 대우건설 컨소시엄과의 실시협약이라는 지적이 많다. 박완수 도정도 이를 겨냥해 ‘면밀하지 못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대우건설과 협상 당시 홍준표 지사 측은 안상수 창원시장 측과 거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원규 당시 창원시 해양수산국장은 “애초 울트라건설 컨소시엄과의 실시협약에 없었던 해지시지급금 조항을 둬 도나 창원시 재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고, 곧 경남도는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강수를 놓았었다.

이때 등장하는 인물이 조규일 진주시장과 윤한홍 국회의원이다. 조규일 당시 미래산업본부장은 “(창원시와의 견해차로)더 이상 로봇랜드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압박했다. 이어 로봇랜드 사업이 백지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윤한홍 당시 행정부지사는 창원시 담당자 책임 조처, 창원시 사과 등을 요구했다.

창원시는 결국 당시 해양수산국장을 해임하고 접점 찾기에 나선 끝에 함께 사업을 진행했다. 창원시가 우려를 표하며 반대했지만 ‘사업 중단 선언’이라는 강공까지 펼치며 홍준표 도정이 원하는 방식대로 실시협약은 관철됐다.

정장수 당시 홍 지사 비서실장(현 대구시 시정혁신단장)은 이와 관련해 최근 누리소통망에 올린 글에서 “홍준표 지사에게 책임이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데, 변경한 실시협약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40차례가 넘는 협상을 통해 최소운영수익보장(MRG) 배제, 사업중단 시 의무매수 청구권 배제, 사업부지 매각차익 임의사용 불가, 민투법 적용 해지시지급금 18.5~25% 축소 등으로 행정부담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남도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행정부담 최소화’ 등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상당하다.

마산로봇랜드 해지시지급금 경남도-창원시 공방 자료사진. /kbs 화면 갈무리
마산로봇랜드 해지시지급금 경남도-창원시 공방 자료사진. /kbs 뉴스 갈무리

◇해지시지급금 행정 부담 143억 원 ‘거짓’ = 당시 도와 로봇랜드재단의 강행·설득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홍준표 도정은 ‘대우건설 협상 관련 창원시장 언급 사항’ 관련 브리핑에서 창원시의 815억 원 손해 발생 우려에 “1차 년도 사업 해지 시 대우건설 475억 원, 행정 144억 원(도 68억 원·시 76억 원)의 손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로봇랜드재단도 도의회와 창원시의회의 실시협약 동의안 등을 받고자 같은 주장을 펼쳤다. 2015년 9월 창원시의회 회의록을 보면, 재단 관계자는 시의회에 출석해 실시협약이 해지돼도 143억 원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민간사업자에게 물어줄 확정투자비 815억 원 중 토지 매각 차익 400억 원, 실시협약 이행보증금 86억 8000만 원, 특수목적법인 포함 로봇랜드 지분 152억 4000만 원 등을 제한 나머지 금액만 주면 된다는 주장이었다. ‘먹튀’ 등 돌발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계산법이다.

토지 매각 차익 400억 원은 2단계 사업용지인 호텔·콘도 등 숙박시설 용지(펜션용지 제외)를 말한다. 대우건설컨소시엄이 이 용지를 원가에 매입한 후 감정가에 되팔 때 나오는 금액이다. 2단계 사업 무산에 따라 민간사업자는 토지를 매입하지 않았고, 이에 400억 원 차익은 발생하지 않아 잘못된 주장이다.

실시협약 이행보증금도 2단계 사업까지 4340억 원 투입을 기준으로 86억 8000만 원으로 잡았지만, 1단계 1000억 원만 투입돼 20억 원 정도다. 66억 8000만 원을 부풀린 꼴이 됐다.

특수목적법인 지분 19.5%를 로봇랜드재단이 가지고 있어 해지시지급금을 줄 때 152억 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법원 판결에 따라 1662억 원을 지급하지만, 민간사업자는 자금운용사에 빌린 돈 950억 원과 이자 400억 원을 우선 변제해야 한다. 그 후 남는 돈은 300억 원가량이다. 재단이 받을 수 있는 돈은 60억 원에 불과하다.

당시 홍준표 도정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민왕기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