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문화재위원 자문으로 참여
사업 완료 후 결과 점검 안 해
문화재 관리체계 허점 드러내
도 "점검 후 보완 조치하겠다"

복원사업이 끝난 사천 선진리왜성 전경. /김연수 기자

임진왜란 때 사천 선진리에 지어졌던 선진리왜성(일본성)이 성곽복원 과정에서 훼손되었지만, 경남도는 이러한 사실을 복원공사가 끝나고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 보존·관리체계에 큰 구멍이 뚫려 있던 셈이다. ▶26일 자 1·18면 보도

경남도는 27일 “그동안 사천 선진리왜성 성곽이 훼손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며 “15년 전에 선전리 일대 공원화사업이 진행된 후 성곽복원이 함께 이뤄졌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사업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은 보도를 보고 나서야 파악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 문제를 파악한 터라 훼손된 유적을 앞으로 어떻게 관리해나가는 게 좋을지를 두고서는 고민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며 “사업 관련 자료를 보고 관리방안을 사천시와 협의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남도민일보>가 입수한 ‘선진리성(倭城) 복원공사 수리보고서’(2007년 12월 자료)를 보면, 2006년 5월 1일부터 2007년 12월 27일까지 1년 6개월여간 추진된 선진리왜성 복원사업은 경남도의 공사 기술지도 하에 진행됐다. 도는 일본성 복원에 경남도 문화재위원들을 자문위원으로 참여시켜 사업 방향을 제시하는 등 사업 전반에 관여했다. 복원이 진행 중이던 2006년 9월과 12월, 2007년 6월에는 설계변경을 세 차례 검토하며 공사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 그 당시 도와 시가 검토한 설계변경 건은 축조방식·성곽 연장 복원 등에 관한 내용이 골자였다.

복원 전 성벽 일부. /사천시
 복원사업이 끝난 사천 선진리왜성. /최석환 기자

하지만 도는 사업이 마무리된 이후 복원사업이 주문대로 이뤄졌는지 살펴보거나 공사 최종 결과를 면밀하게 톺아보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남도 문화재 업무에 심각한 허점이 있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어서, 관리체계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화재계 관계자는 “과거 사적으로 지정되기도 했던 유적을 대상으로 복원사업이 진행됐는데도 도가 경과를 제대로 훑지 않고 어슬프게 사업을 마무리했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일본인들이 만든 왜성이어서 관심을 크게 두지 않았던 건지 모르지만 어찌 됐든 문화재로 지정돼있는 유적이 훼손되었다는 걸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발굴부터 설계, 시공에 이르는 문화재 복원 전 과정이 체계적으로 굴러갈 수 있는 구조가 지자체에 마련돼야 한다”며 “그래야 성공적인 문화재 복원·관리가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런 구조가 갖춰져 있지 않은 건 큰 문제”라면서도 “선진리왜성에서 나타난 오류를 반면교사 삼아 또다시 이런 훼손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복원·관리체계를 제대로 수립해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진리왜성 전경. /김연수 기자
선진리왜성 전경. /김연수 기자

경남도는 문화재 복원사업을 포함한 문화재 업무 전반을 점검해보겠다고 밝혔다. 정연보 도 문화유산과장은 “선진리왜성 문제를 먼저 들여다본 뒤 문화재 관리체계를 짚어볼 예정”이라며 “도내 문화재들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보완 조치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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