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칠 법한 반칙 잡아내는 판독 기술 발전
선거법 위반 가려낼 예리한 눈 많아져야

'오늘밤 한국 첫 경기 승전보 가능성 25%'. 지난달 24일 자 본보 16면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축구 기록 전문 매체 '옵타'가 2022 카타르 월드컵 한국의 H조 첫 경기 우루과이전 승리 가능성을 점친 내용이다. 국가 기간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 기사를 전재한 것이지만, 지면 편집을 하면서 부담감이 있었다.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분석한 예측이라고 해도 경기를 하기도 전에 초 치는 것 같은 찜찜함이 들어서다.

예측은 빗나갔다. 이어진 가나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넥슨의 연구조직 인텔리전스랩은 빅데이터를 이용해 한국 승률은 71%, 패할 가능성은 10%라고 내다봤다. 또 틀렸다. 한국은 가나전에서 2-3으로 패했다. 포르투갈전은 어떤가. 대다수가 한국이 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2-1 승리였다. 한국은 16강전에 진출했다.

틀린 예측은 '이변'으로 포장됐다. 지난 5일 닐슨 그레이스노트는 자체 개발한 축구 순위 예측 시스템을 이용해 '카타르 월드컵 최대 이변 경기 12선'을 발표했다. 한국과 포르투갈전이 4위, 가나전이 6위에 올랐다. 6일 새벽 열린 한국-브라질 16강전에서는 한국이 승리할 확률을 23%로 점쳤다. 결과는 한국이 1-4로 졌다. 이번에는 '이변이 없었다'고 무심하게 받아들이면 그만일까?

정보기술(IT) 발달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다양한 승부 예측이 쏟아졌다. 예측은 예측일 뿐이었다.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는 AI가 아닌 인간이다. 변수가 있기 마련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승부 예측과 달리 이번 월드컵 변수 중 하나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 시스템이 한몫했다. 기술 발달로 아르헨티나 축구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가 핸드볼 반칙으로 얻은 골을 '신의 손'이라고 우기던 시절은 끝났다.

월드컵에 관심이 쏠린 사이 6.1지방선거 공직선거법 위반 수사가 지난 1일 마무리됐다. 수사 결과를 보면서 월드컵과 선거의 공통점에 생각이 이르렀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것. 선거기간에도 수많은 승패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다. 맞을 때도, 틀릴 때도 있다. 어설픈 예측과 전망은 얼마나 무모한가. 경남도민일보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론조사 결과나 판세 분석 기사를 지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선거에서 선거법 위반은 명백한 반칙이다. 선거가 끝나도 당선무효로 이어질 만큼 큰 변수로 작용한다. 도내 18개 시군 단체장 중 10명이 선거법 위반 수사를 받았고, 3명이 기소됐다. 7명은 증거불충분 등 이유로 혐의를 벗어났다고 하지만 개운치 않다. 옐로카드냐 레드카드냐 차이랄까.

이번 월드컵에서 골을 넣고서도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로 취소되는 장면을 여러 번 봤다. 선거법에도 이런 장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선거 이후 바로잡기에는 사회·경제적 손실이 크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결국 비디오 판독 못지않은 시민(유권자)의 예리한 눈이 필요하다. 반칙이 통하지 않는 선거를 꿈꾼다. 꿈은 이루어진다.

/정봉화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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