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잿값 인상, 금리 인상 누적, 금융위기...
PF 대출 막히면서 운전 자금 마련 못해
"상황 개선 시기 가늠하기조차 어려워"

"건설업계 상황이 언제쯤 나아질 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조차 어렵다."

경남 중소 건설업체들이 휘청하고 있다. 연초부터 이어진 자잿값 인상, 금리 인상 누적, 여기에 '김진태발 금융위기(강원도 레고랜드 사태)'가 결정타를 날렸다. 정부는 PF 보증상품 확대 등 대책을 냈지만, 건설업계 자금경색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다. 

경남 중견 건설사 동원건설산업이 지난달 말 최종 부도처리된 데는 시행사 PF(프로젝트 파이낸싱·금융 기관이 사업성과 미래 현금 흐름을 보고 투자금을 지원) 대출 길이 막힌 영향이 컸다. 동원건설산업은 "시행사 PF대출이 확정되고서 받을 수 있는 공사대금 계약금을 운전자금으로 쓴다"라며 "지난 6월 시점에서 수주한 공사 규모가 1000억 원어치였는데 PF 대출이 막히면서 없던 일이 됐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이 회사가 조성했던 창원시 마산회원구 상가는 책임 준공이 끝나 담보대출로 전환할 예정이었지만, 이마저 막혔다. PF대출이 50%인데 담보대출 비율을 70%로 잡으면 100억 원 정도의 운전자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지만, 9월부터는 받아주겠다는 금융기관이 없었다. '김진태발 금융위기'가 촉발된 시기와 맞물리는 시점이다. 

이 같은 상황은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도내 시공능력 10위권 이내 종합건설업체 대표 ㄱ 씨는 "저축은행 PF 대출은 현재 완전히 막혔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라고 말했다. 중견·중소 건설업체들은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계열사에서 자금을 끌어쓸 형편이 못 되기 때문에 사실상 PF 대출이 막히면 운전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아파트 자료사진. /pixabay

이미 5~6개월 전부터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도내 건설업계 이야기를 종합하면, 지난 6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하자마자 PF 대출 점검을 지시하면서 저축은행 대출 심사가 엄격해졌다. 통과되는 대출이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시중은행이 높은 예금금리로 돈을 빨아들이자 저축은행 PF대출 여력은 더욱 감소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울산경남도회 관계자는 "금융기관 문이 잠기기 전에 PF 대출을 한 곳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그렇지 않은 일부 업체는 운전자금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며 "대출 받은 곳도 변동금리 적용 주기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버틸만 하다지만, 사실상 어려운 상황은 똑같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금 지급이 보장된 관급 공사가 아닌, 민간 공사를 주로 취급하는 업체가 심각하다.

도내 주택시장 미분양 물량이 점점 쌓여가는 것도 금융기관들에는 부담이다. 금융기관이 담보로 삼을 미래 사업성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서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경남 미분양 주택 물량은 2018년 12월 1만 4147호였다가 올해 5월 1979호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가장 최근 집계된 10월에는 4176호까지 늘었다. 전월(2401호) 대비 73.9% 증가했다. 금리가 계속 오르자 기존 주택 거래량뿐 아니라 신축주택 수요까지 떨어진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준공전 미분양주택 PF대출 보증 상품'을 5조 원 규모로 신설했다. 또한 기존 준공 후 보증상품도 규모를 5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늘렸다. 

하지만, 지역 건설업계는 실제 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견해다. 종합건설업체 대표 ㄴ 씨는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기업들이 대출을 받아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라고 말했다.

내년 상황 역시 녹록지 않은 전망으로 가득하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기관이 PF 대출 사업성을 기대하지 않는 상황에서, 보증 여부로 판단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금리가 내리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는 등 전반적인 상황이 풀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초부터 자잿값 인상 등으로 누적된 피해에 자금 경색이 결정타가 된 것"이라며 "금융 정책도 필요하지만, 민간공사 표준도급계약서에 자잿값 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 의무화 등 전방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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