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지사 시절 체결한 실시협약 탓
사업자 귀책에도 해지시지급금 줘야
일부승소 1370억·완전패소 1671억 원
항소심서 이기면 870억 줄일 수 있어

경남도·창원시·경남로봇랜드재단이 민간사업자 경남마산로봇랜드㈜가 청구한 해지시지급금 소송에서 ‘완전 승소’하더라도 800억 원(경남도 400억 원+창원시 400억 원)가량을 물어줘야 할 처지인 것으로 확인됐다.

홍준표 경남도지사 시절인 2015년 9월 민간사업자와 체결한 로봇랜드 사업 실시협약 때문이다. 협약서에는 사업자 귀책(사업 포기 등)으로 협약이 해지되더라도 민간사업자에게 해지시지급금을 정산해 줘야 한다는 조항을 뒀다.

경남도의회 경제환경위원회는 1일 내년 예산안 예비심사에서 ‘로봇랜드 해지시지급금 소송대응 비용’ 835억 원을 통과시켰다. 도의 로봇랜드 소송 대응 방침에 따른 것이다.

펜션·호텔·콘도 등 2단계 숙박시설이 조성될 계획이었던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로봇랜드 2단계 사업 현장. 로봇랜드 컨벤션센터와 로봇연구센터만 들어서 있다. /경남도민일보DB
펜션·호텔·콘도 등 2단계 숙박시설이 조성될 계획이었던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로봇랜드 2단계 사업 현장. 로봇랜드 컨벤션센터와 로봇연구센터만 들어서 있다. /경남도민일보DB

완전승소 시에도 800억 원가량을 물어줘야 한다. 이 경우 실시협약은 유지되지만, 민간사업자가 사업 진행 의사가 없다고 밝힐 가능성이 커 행정은 실시협약에 따라 해지를 통보한 후 800억 원을 도와 창원시가 반반씩 나눠 지급해야 한다. 기준금액(사업투입비 815억 원+부가세) 896억 원에서 감가삼각비 90억~99억 원가량을 뺀 금액이다. 실시협약에 사업자의 사업포기 등 귀책이 있더라도 해지시지급금을 지급하는 것이 내내 골칫거리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승소 시에는 1370억 원(사업비 815억 원+이자), 완전 패소 시에는 1671억 원(사업비 1000억 원+이자)을 경남도와 창원시가 반반씩 부담해야 한다. 이는 양측이 다투고 있는 해지시지급금 산정 논리 때문에 발생하는 차이다. 경남도 등은 애초 투입된 1000억 원 중 민간사업자 귀책 사유로 815억 원만 물어줄 수 있다는 주장이고, 민간사업자는 투입한 사업비 1000억 원을 모두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요약하면 도·창원시·재단이 재판에서 △완전승소 시 800억 원 △일부승소시 1370억 원 △완전패소 시 1671억 원 지급해야 한다. 완전승소하면 일부승소 때보다 570억 원, 완전패소 때보다 870억 원을 줄일 수 있다. 실시협약 독소조항에 따라 800억 원을 지급해야 할 처지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재판 결과에 따라 570억~870억 원을 더 주느냐, 마느냐가 결정되는 것이다. 경남도 등이 법무 대응 전담팀을 꾸리고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율촌으로 변호인단을 바꾼 이유로 풀이된다.

한상현(더불어민주당·비례) 도의원은 “민자유치가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완전승소하면 일부승소나 완전패소 때보다 수백억 원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재판에서 반드시 이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민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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