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명 분석 결과 35%가 65세 미만
남성 많고 대체로 지병으로 숨져
사회적 애도 '공영장례' 확대 필요

연락이 닿는 가족 또는 지인이 없거나 연락이 닿더라도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피하면 '무연고 사망'으로 처리된다. 각 지자체가 올리는 '무연고 사망자 처리 공고'는 이렇게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이들의 마지막 기록이다. 이름과 성별, 출생 년도, 사망 일시와 장소, 주소와 등록 기준지, 봉안 장소 등이 적혀 있다. <경남도민일보>는 지난해(31명 분석)에 이어 보건복지부 'e하늘장사정보시스템'에서 올해 숨을 거둔 경남지역 40명의 무연고 사망 공고문을 살펴봤다. 아울러 무연고 사망자를 위해 공영장례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하는 장례지도사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무연고 사망 40명의 기록 = 남성이 '외로운 죽음'에 더 취약한 특징은 올해도 확인됐다. 40명 성별은 남성 32명, 여성 7명, 알 수 없음 1명이다.

연령대는 40대 3명, 50대 8명, 60대 6명, 70대 9명, 80대 7명, 90대 2명, 알 수 없음 5명이다. 65세 이상 노인이 21명으로 절반 남짓이지만, 65세 미만도 14명(35%)으로 비교적 높은 비중을 보였다. 70대(9명)가 가장 많고, 50대(8명)가 그다음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이는 고립사나 무연고 사망이 노인에게 국한되는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러준다. 어느 세대든지 가족과 공동체 해체에 영향을 받고 있다.

주소로 보면 창원 9명, 거제 6명, 김해 4명, 밀양·의령 각 3명, 양산 2명, 진주·통영·고성·함양·하동 각 1명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부산 2명, 인천 1명, 알 수 없음 5명이었다. 이 가운데 외국 국적자도 2명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의 사망 원인은 대체로 '병사'(25명)로 기록됐다. '알 수 없음'은 8명이다. 구체적인 원인이 적히기도 했는데, 허혈성 심질환, 급성 심장사, 패혈증, 대장암, 다발성 장기부전증, 폐렴 등 심혈관 또는 내장 질환이었다.

사망 장소는 병원이나 요양병원(24명)이 가장 많았으며, 주택·빌라·아파트(10명), 모텔·여인숙(2명)이 뒤를 이었다. 병원이나 요양병원은 돌보는 이가 있지만, 주택이나 숙박시설은 홀로 숨진 채 뒤늦게 발견되는 사례가 많다. 병원에서 지냈으나 연락이 되는 보호자나 가족 간병인이 없어 '행려 환자'로 관리되다가 숨진 노인도 있었다.

4명은 해상, 야산, 배수로 옆에서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한 남성이 발견된 지점은 통영 용남면 범섬 북동쪽 1850여 m 바다 위였다. '신장 약 167㎝·보통 체격 남성 추정, 상의는 미착의, 하의는 검은색 긴 바지, 아이보리색 양말, 흰색 아디다스 스니커즈(운동화) 착용'. 당시 모습이 기록으로 남았지만 심한 부패로 신원 확인이 안 됐고, 사망 일시도 발견 날짜인 올 4월 21일 이전으로 추정할 뿐이었다.

◇공영장례 확대 고민해야 = 1인 가구 증가와 가족 해체 등으로 무연고 사망자가 늘면서 '공영장례' 확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해에 있는 달리다굼장례문화원 전효평(50) 씨는 5년째 장례지도사로 일하면서 아무 연고 없이 세상을 떠나는 이를 자주 봐왔다. 주변에 홀로 사는 이도 많은 편이다. 전 씨는 "주변의 일이었지만, 곧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직업상 사회적 책임도 생겼다"면서 "무연고 사망이 계속 늘어날 건데, 경남도가 장기적 안목으로 관련 제도를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 씨는 이미 2018년 10월 도청 누리집 '도지사에게 바란다'에 공영장례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글을 올린 바 있다. 그는 장례를 보편적 복지 중 하나로 삼고 지역사회 행정·재정적 지원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짚었다. 특히 그는 곧바로 화장 절차에 들어가지 않고 고인이 알던 이들과 이별할 최소한의 시간과 공간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공영장례의 의미가 있다고 봤다.

장례지도사를 포함한 자원봉사자 활용 방안도 제시했다. 전 씨는 "경남도가 거점별 장례식장과 업무협약을 맺어 적은 예산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의 빈소와 운구 차량을 지원해주는 장례·추모 서비스를 하고, 무연고자나 고독사 고인은 '대리 상주'와 장례 절차 등에서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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